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IMF 이후 한 카드회사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광고가 나온 지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 메시지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목표이자 희망사항입니다. 제 주변에도 매주 로또를 사고 당첨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로또 당첨시간 이후에는 여지없이 로또가 실시간 검색어순위 1위를 차지합니다. 로또 판매량은 2014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돈 많은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정말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 뉴욕대 로스쿨 조사에 의하면 로또 1등 당첨자의 파산확률은 3분의 1에 이른다고 합니다. UC버클리의 심리학자 캐머런 앤더슨 교수는 갑자기 불어난 재산으로 인한 행복감이 고작 9개월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영원히 행복을 누릴 것으로 예상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생기는 돈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사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돈은 많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은 전액 사회에 기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른 채 단지 큰돈을 모으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누구의 인생이 행복할까요?


저자는 일본에 ‘돈의 본질’이나 ‘돈의 교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화가 없다는 점에서, 경제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파이낸셜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머니스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교육이 재테크에 대한 부분에만 집중되는 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이 책은 돈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소설형식으로 쓰인 책입니다. 한때 연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오너였다가 도산하여 3억 원의 빚을 짊어지고 이혼까지 한 사업가가 우연히 스스로를 ‘조커’라고 부르는 노인을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돈의 본질을 하나하나씩 펼쳐 나갑니다. 돈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다보니 소설에 대한 기준으로 보자면 짜임새는 당연히 부족한 면이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하고 읽는 게 좋습니다. 아울러 행여나 제목에 ‘부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보다 현실적인 돈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신 분들께도 만족스럽지 않은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금전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는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하거나, ‘나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경험이 있는 분들께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을 쉽게 접하게 하는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독서를 즐기는 분께는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된 문장은 돈을 다루는 능력은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인데요, 경험을 통해 사람마다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로또에 당첨됐지만 오히려 파산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부족한 거겠죠. 그로 인해 오히려 여유가 없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큰 돈이 생기면 항상 문제가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인 <부자의 그릇>에서 부자라는 단어보다는 그릇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돈 자체의 소중함보다 돈과 어울리는 방식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길’임을 밝힙니다. 그 방식을 잘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게 돈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경험도 바로 돈과 어울리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돈 때문에 가족이나 우정이 깨지기도 합니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에 따라 성공한 인생인지 실패한 인생인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돈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이고 책을 한권 읽는다고 쉽게 마음을 잡을 수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이런 마음을 먹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기엔 적당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릇이 반드시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그릇이라도 가치가 담겨 있다면 그 어떤 그릇보다 아름답고 단단한 그릇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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