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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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06년까지 갤럽이 세계 121개국에서 실시한 스트레스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국가의 행복 지수도 높았고, 기대 수명과 총생산 또한 높았으며, 국가생활 만족도와 삶의 행복도도 높았습니다. 충분히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는 결과이고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저 상관관계가 잘 연결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스트레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자는 이를 스트레스의 역설stress paradox’이라고 부릅니다. 고도의 스트레스는 고통만이 아닌 행복과도 관계가 있으며, 행복한 삶이란 스트레스가 없는 삶도 아니며 스트레스가 없는 인생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의 역설에 공감하시나요? 이 책은 우리가 안 좋게만 보고 있던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요소를 살피고, 오히려 스트테스를 잘 이용해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책입니다.

 

보통은 긍정이라는 단어를 삶의 에너지와 연결시킵니다. 그러다보니 목차의 몇몇 소제목에 있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긍정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목표도 없다.

스트레스를 피해버린 대가

꿈을 이뤄주는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

배려와 친교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는 스트레스가 주는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인식하에서는 스트레스의 대처 방법이 회피이지만, 스트레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피대신 대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은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전환시켜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의미 있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란 스트레스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만드는 변화다. 스트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다고 믿으며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자원으로 스트레스를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71p)

 


저자는 실제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도록 극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물 실험, 자극적인 언론기사 등이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는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행동을 유발하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배려심을 유발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책 속 가득 담긴 다양한 연구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기본적인 생존 반응 그 이상이다. 이는 인간의 작동 원리 및 방식, 인간이 달느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 인간이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방식에 내재돼 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스트레스 반응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정하고 활용하며 오히려 신뢰해야 할 현상이다.” (105p)

 


저는 예전부터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어서 아무리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을 쪼개보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나 교훈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 담긴 메시지가 더 이해되고 공감됐습니다. 2014년에 하버드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참 흥미롭습니다. 일상 스트레스에 대한 이 조사에서 가장 흔하게 언급된 것은 일정 조율, 잡다한 볼일 처리, 출퇴근, 소셜 미디어, 요리, 청소, 수리 같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들이었습니다. 스트레스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스트레스라 명명하며 오히려 이로 인해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에 빠지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에 수반되는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은 사실상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노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 이에 반해 고통이 모든 사람의 삶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회복력이 더 크며 삶에 더 만족할 줄 안다는 사실은 스트레스나 어려움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해야 할지 되새기게 합니다.

 

공통된 인간성을 인정함으로써 얻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도사린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낯선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들과 동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해당된다.” (233p)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실험 중 호텔 객실 청소부와 밀크쉐이크를 마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실험 대상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에 따라 신체적 반응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김대식교수의 책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보면 우리는 뇌 속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이런 결과들을 보면 우리의 뇌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뇌가 스트레스로 보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부 스트레스 사용법>에서는 마주하기, 연결하기, 성장하기까지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스트레스와 함께 쓰일 때 가장 빛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여기는 분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재발견하고, 대처하고, 잘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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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 아우름 6
김이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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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라는 제목과 나비가 그려진 표지를 보며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라는 노래를 떠올립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저자는 이 책을 한마디로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에 나비 효과를 퍼뜨리는 다양한 인물을 소개한다고 말합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은 상당히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지리적 상상력이라는 말은 약간 생소합니다.

 


우선 저자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지리에 대한 개념과 달리 새로운 지리학을 소개합니다. 새로운 지리학이란 경직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창을 제공함으로써 편견과 차별을 넘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도록 도와주는 지리학을 말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공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선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다양한 장소를 체험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곳, 나와 맞는 공간을 찾으세요.”

 

저자는 독자들에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나에게 맞는 공간을 밖에서 찾아보고, 내 존재가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라고 강조합니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지리적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나비파삐삐파로 분류한 지리적 상상력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우리 삶에서 공간이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찾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오프라 윈프리, 호세 무히카(대통령), 오드리 헵번, 알프레드 아들러, 손정의, 제인 구달 등 익히 알고 있던 인물과 트레이시 에민, 이사벨라 버드 비숍 등 제게는 생소한 인물까지 국적도, 활동 영역도, 성장 배경도 다양한 인물들은 결국 공통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 스스로를 빛내고 주변도 빛나게 만든 인물들입니다.

 


물론 소개되는 인물 중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토를 확장하고 식민지를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는 내용을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와 연결시키는 건 적절하지 않은 예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앤 K. 롤링이 여동생이 살고 있던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 정착한 것을 탁월한 지리적 감각과 연결하는 것도 약간은 비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른 법이니 내용을 소화시키는 것도 독자의 몫이겠지만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원대한 꿈과 목표를 성취하고 부와 권력을 얻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행복한 장소를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행복한 나의 마음에서 시작하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가치 있는 공간을 조금씩 늘려 가다 보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저자인 김이재는 지리학자인 동시에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리와 상상력이 필요한 지리를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책이 포함된 아우름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것이라는데요, 주 독자층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 단락 마지막 부분에 내용을 더 깊게 접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한 독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지리적 상상력에 나이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꼭 해외로 가야만 지리적 상상력이 생기는 건 아닐 겁니다. 퇴근 후 조용한 카페에서 보내는 한 시간이 우리를 나비로 만들 수도 있는 거죠. 이제 저는 저만의 행복 공간을 찾으러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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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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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삿포로에 있는 마루야마공원으로 가는 길에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 시멘트로 포장된 길 한가운데 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었는데요, 보통 나무를 잘라 내거나 파내고 길을 내기 마련인데 나무와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사람보다 그 나무가 오래 전부터 그 땅을 먼저 지키고 있던 게 사실이구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덕분인지 나무하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 우리를 지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출퇴근길에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데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 덕분에 날마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 느낌을 받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구요. 제가 나무를 보는 경우는 출근길 아파트 단지 심어진 나무와 가로수 정도가 전부지만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마음은 풍성해집니다.

 


책을 펼치고 머리말을 읽는 순간 아하~’하는 감탄과 함께 저자 소개를 봤습니다. 역시나... 이 책의 저자인 박상진 교수는 제가 한참 전에 읽었던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는 나무에 담겨진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책이라면, 나무 탐독은 오랜 기간 나무와 함께하며 만들어온 경험과 추억, 나무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산문집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다보니 한 눈에 어떤 나무인지 알아볼 수 있는 나무 종류가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북악산 탐방코스에 있는 나무 소개 간판을 만든 이야기가 참 인상적입니다.

 

간단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문화가 들어 있는 내용으로 소개하고 싶었다. 사실 지금까지 문화유적지에서 만나는 나무 소개 간판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무 이름 옆에다 과명(科名)과 학명(學名)을 적고 잎 생김새와 꽃 색깔, 열매 모양 등의 전문용어를 섞어놓는다. 일반인들이 학명을 비롯한 전문 정보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뭇잎의 생김새야 지금 보고 있는 그대로이고 식물학적인 내용이 더 궁금하면 인터넷이나 수목도감으로 찾아보면 된다.”

 


나무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나 유적지에 대한 설명도 훨씬 친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드는데요, 이 책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도 이와 같습니다. 나무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진작 책을 덮었겠지만, 사진자료, 옛이야기, 역사적 사건과 어우러진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듭니다.

 

나무가 주는 삶의 혜안 또한 얻을 수 있습니다.

등나무는 싹을 틔우면서부터 신세 질 나무를 찾아 허락도 없이 덩굴로 몸체를 휘감고, 해가 갈수록 다른 나무를 옥죄어 결국엔 나무줄기를 말라 죽인다고 합니다. 칡도 만만치 않은데요, 칡은 숲의 가장자리에서 나무줄기를 타고 순식간에 꼭대기로 올라가 나무가 햇빛을 받을 수 없게 넓적한 잎을 펼쳐 결국 햇빛 부족으로 죽게 만든다고 합니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칡을 뜻하는 갈(, 칡 갈)과 등(, 등나무 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요, 칡과 등나무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의 사회만큼은 칡과 등나무 보다는 여러 나무와 풀이 조화를 이룬 숲의 모습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우리는 숲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숲은 돌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인간에게 혜택만 준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인간과 서로 주고받으면서 공존해야 하는 필수 불가결의 숲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나무수염(팡고른 숲의 엔트 지도자)과 엔트들이 사루만의 본거지인 아이센가드를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사루만은 숲을 무참히 파괴해 나무수염을 분노하게 했죠. 위에 적어드린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나무와 숲을 우리가 이용하는 자원으로만 여기고 아낌없이 받기만 한다면 결국엔 나무들이 아낌없이 어떤 것을 줄지 알 수 없습니다.

 

주말에라도 근처 공원에서 나무가 심어진 산책로 걷기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그 시간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지식을 전달해 줄 책입니다. 평소에 자연을 가까이 두시는 분들께도 더할 나위 없는 책일테구요.

 


한 곳에 자리 잡으면 이동할 수 없는 나무는 얼핏 수동적인 생명으로 여기지지만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인간에 비해 훨씬 긴 세월을 견디는 모습 등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나무를 알현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왜 나무를 그런 존재로 여기는지도 이해가 갑니다. 작년에 읽었던 식물의 인문학이라는 책과 더불어 자연을 대하는 마음을 가다듬게 하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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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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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표현이지만 재미와 감동, 여운을 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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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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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진 큰 수수께끼 중 하나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진화했는가?”일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지식을 주는 책이 바로 사피엔스입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추천했다고 알려져서 예전부터 출간을 기다려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늦게 출간된 책이긴 합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는데다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저자(와 역자의 번역) 덕분에 600페이지가 넘은 분량임에도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류의 연대기를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통념을 깨주는 책이기도 한데요, 우선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종 외에도 같은 시기에 인간에 속하는 다른 종도 존재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 (25p)

 


2백만 년 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만년 전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았는데, 사피엔스 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재의 인류까지 진화하게 된거죠. 이렇게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사피엔스는 동물적 능력으로만 보면 약한 존재임에도 세상을 정복한 원인은 우리에게만 있는 언어 능력 덕분입니다. 언어로 인해 인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사회적 협력을 이루었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 있었기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가 1만년 전 농업혁명을 제 1의 물결이라 했을 정도로 농업혁명을 문명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여겨짐에도, 저자가 제2부에서 다루는 농업혁명이전에 인지혁명을 제1부에서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제2농업혁명에서도 제 통념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진화로 인해 사람들의 지능은 더 높아지고, 자연을 길들일 수 있게 됐으며, 이로 인해 위험했던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접고 농부의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기 위해 정착했다는 이야기는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가용할 수 있는 실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생산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24p)

 

물론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풍요와 안전을 누리고 있고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농업혁명과 진화에 대해 한 가지 화두를 던집니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만일 한 종이 많은 DNA 복사본을 뽐낸다면 그것은 성공이며 그 종은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129p)

 

인류가 가축화 한 동물들의 권리나 생태계 파괴를 놓고 봤을 때는 진화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 시대의 평가는 어떨지 몰라도 긴 시간이 흐른 뒤 후대의 평가는 어떨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4과학혁명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고,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두 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 과학과 제국과 자본 사이의 되먹임 고리는 논쟁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아마 지난 5백 년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었을 것이다.” (389p)

 

저자는 사피엔스를 신이 된 동물이라 칭하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라고 책을 마무리 합니다.

 


, , 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을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저도 초반에는 인류 진화와 문명에 대한 역사적, 과학적 궁금증을 해소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갔지만, 3인류의 통합에서 다루는 돈, 종교, 제국에 대한 내용과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미래 예측을 접하며 과연 우리의 진화 과정이 올바른가에 대해 우려하며 읽게 됐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통념을 깨는 주장이 많이 담긴 책이라 논란의 여지 또한 많을 책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에 대한 관점과 평가가 어떻건 저자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반박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 , 는 미처 다 읽지 못했는데, 제게 인류 문명사에 대한 지식이 더 있었다면 사피엔스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바를 더 많이 깨우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한 정리도 현재 제 수준 정도로 밖에 할 수 없는데요, 평소 이런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분께는 훨씬 더 많은 통찰을 전해줄 책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5백 년은 깜짝 놀랄 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을 주었는가?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지혁명 이래 험난했던 7만 년이 세월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었는가? 바람 없는 달 표면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은 3만 년 전 쇼베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 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5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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