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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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책은 읽는 동안 강하게 흔들고, 어떤 책은 다 읽은 뒤에야 깊어진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내게 분명 두 번째 쪽에 가까운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
빛이 닿지 않는 곳.
이 말은 단순히 어둠을 뜻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우리가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던 자리, 혹은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린 누군가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바로 그 자리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요즘처럼 빠르고 강한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는 때에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오래 남는 소설은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환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소설은 무척 무거운 장면에서 출발한다.
열네 살 지안은 친구 은주의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목격한다.
그 일은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삶의 방향까지 바꾸어 놓는다.
지안은 이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세상이 아주 쉽게 나쁜 사람이라고 불러 버리는 이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전단지를 떼었다는 이유로 송치된 학생, 가정을 지키려다 가해자가 되어 버린 남자, 순간의 사고 이후 삶 전체가 뒤틀려 버린 가장.
이 책은 이런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바깥으로 밀어내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스포일러를 피해서 말하자면, 이 소설의 핵심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표정과 삶의 무게에 있다.

누군가의 잘못은 왜 늘 가장 약한 곳으로 번질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떠오른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분명 잘못은 특정한 누군가가 저질렀는데, 그 결과는 왜 늘 가장 힘없는 사람에게 더 크게 떨어질까?
왜 어떤 아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장면을 혼자 안고 살아가야 할까?
왜 어떤 가족은 남의 잘못 때문에 자신들의 일상까지 무너지는 경험을 해야 할까?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이 질문을 정답처럼 꺼내놓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게 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 점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대신 판단해 주는 소설보다, 내가 직접 조금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훨씬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가해와 피해, 책임과 연민, 법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아주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이 소설은 사건보다 사람의 안쪽을 오래 본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독자를 몰아붙이는 작품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사건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끝까지 바라보는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일을 통과한 사람의 내면이다.
상처가 남는 방식, 기억이 눌어붙는 방식, 사회가 붙인 이름 하나가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가두어 버리는지.
이 책은 그런 부분을 급하게 소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자극적이라는 느낌보다 천천히 스며든다는 느낌이 더 컸다.
한 장면, 한 사연이 독자를 흔드는 방식도 요란하지 않다.
책을 덮고 나면 줄거리보다 먼저 사람들이 떠오른다.

모먼트 작가는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 사람 같다

작가는 이 사람은 이래서 이런 사람, 저 사람은 저래서 저런 사람, 이런 식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조금 더 보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이해하려고 한다.
요즘은 빠른 판단이 정확함처럼 보일 때가 많다.
뉴스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심지어 일상 대화도 너무 빨리 결론으로 흘러가 버리곤 한다.
그런데 문학은 원래 조금 늦게 이해하는 장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고 한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보는 일.
그게 소설이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작가는 그걸 상당히 성실하게 해낸다.

쉽게 판단했던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으로 판단해 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세상에는 분명한 잘못이 있다.
책도 그걸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이라는 말 하나로 그 사람의 전부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분명 책임져야 할 일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까지 같이 무너져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바로 그 어긋남을 차분하게 보여 준다.
나는 읽는 내내 이 책이 누군가를 변호하려는 책이 아니라, 누군가를 제대로 보려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차이는 꽤 크다.

문장이 울먹이지 않아서 좋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억지로 슬프게 만들지 않고, 독자에게 여기서 울어야 한다고 지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문장은 담담한 편이다.
소설이 너무 큰 감정을 앞세우면 읽는 사람은 잠깐 흔들릴 수는 있어도 금방 지칠 때가 있다.
반면 이 책은 독자의 감정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가만히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듯 천천히 보여 준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작가에게 설득당하기보다 자기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빛은 쉽게 닿지 않지만 이야기는 끝내 거기까지 간다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빛이 닿지 않는 곳.
사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곳이 참 많다.
법적으로는 정리되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아직 아무도 돌보지 못한 자리.
사회적으로는 이미 낙인이 찍혔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 않은 자리.
이 소설은 바로 그곳으로 이야기를 데려간다.
그리고 어쩌면 문학이 해야 할 일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밝은 곳만 더 밝게 비추는 게 아니라, 모두가 지나쳐 온 곳에 조용히 시선을 머물게 하는 일.
이 책은 단지 한 편의 소설로 끝나지 않고, 읽는 사람의 마음 안에 작은 질문 하나를 남긴다.
우리는 누구를 너무 빨리 포기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자극적인 전개보다 여운이 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되 설명문처럼 흐르지 않는 한국소설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다.
누군가의 사연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읽고 나서 한동안 조용히 남는 책, 그런 작품을 좋아한다면 분명 마음에 남는다.
나는 이 책이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더 커지는 소설이라고 느꼈다.
누군가의 삶을 한 줄로 정의하지 말 것.
보이지 않는 곳에도 분명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조용하지만 흐리지 않고, 따뜻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소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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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한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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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읽는 동안보다 덮고 난 뒤가 더 길었다.
보통은 줄거리가 강하면 장면이 먼저 남고, 감정이 강하면 문장이 먼저 남는다.
그런데 봄이 오기 전에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누군가의 마음이 얼마나 오래 겨울 안에 머물 수 있는지를 천천히 보여준 뒤, 마지막에는 그 겨울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더라도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조용히 남긴다.
이 작품은 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겨울마다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봄과, 첫사랑 도영, 그리고 설과 율이 복잡하게 얽히는 이야기다.
전생부터 현생까지 이어지는 인연의 실타래와 ‘개화 찻집’이라는 공간도 이 작품의 중요한 결이다.

이야기보다 먼저 사람의 상태가 보이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보다 누가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었다.
봄은 한 번 크게 다친 뒤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몸의 기억이 되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 소설의 긴장은 사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익숙한 거리, 스쳐 지나가는 말, 다시 만난 얼굴, 이런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계속 서사 안에 깔려 있다.
상처를 가진 인물을 무조건 불쌍하게 그리거나, 반대로 강한 사람처럼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
그냥 아픈 기억을 가진 채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첫사랑 이야기 같지만 실은 회복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는 분명 첫사랑의 결이 있다.
도영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지금의 봄에게 다시 흔들림을 만들어내는 인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저 첫사랑 재회물로만 읽기에는 안쪽에 들어 있는 감정이 조금 더 복잡하다.
내가 읽기에 이 이야기는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되는 과정보다, 누군가가 내 안의 겨울에 다시 들어오게 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좋아하는 감정보다 두려운 감정이 먼저 오고, 반가움보다 망설임이 앞서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은 그 느린 순서를 꽤 잘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인물을 따라 조금씩 풀리게 된다.

설과 율이 들어오면서 이 소설은 더 단순해지지 않는다.

보통 이런 설정의 소설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감정이 과장되기 쉽다.
그런데 봄이 오기 전에는 그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설과 율이 들어오면서 관계는 더 복잡해지지만, 이야기가 더 자극적으로 커진다기보다 각 인물이 지닌 계절이 겹쳐지는 느낌이 강해진다.
그래서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가보다 누가 누구 곁에서 무엇을 견디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감정선을 세게 밀어붙이기보다 인물마다의 상처와 버티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은근하게 보여준다.
그 덕분에 이 소설은 로맨스만으로 읽히지 않고, 관계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는 청춘소설처럼도 읽힌다.

한봄이라는 이름이 작품 안에서 하나의 암시처럼 느껴졌다.

저자 소개를 보면 한봄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글을 쓰는 한, 봄이었으면 좋겠다”는 문장을 남긴 작가다.
이 소설 안에도 분명 그런 지향이 있다.
무조건 따뜻한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차가운 시간 속에서도 결국 사람을 너무 어둡게만 두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그게 문장 곳곳에서 은근하게 느껴졌다.
첫 작품인데도 정서의 방향이 꽤 분명한 편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나오면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내게 남긴 건 체온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건 거창한 문장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가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이상 혼자 있지는 않은 상태, 그 미묘한 체온이 오래 남았다.
요즘은 위로를 말하는 책도 많고 상처를 다루는 소설도 많다.
그런데 봄이 오기 전에는 대놓고 위로하려 들기보다 조용히 곁에 앉는 방식에 더 가깝다.
울라고 강요하지 않고, 감동받으라고 밀어붙이지도 않는데, 마음 한쪽이 조금 느슨해진다.

이 책의 추천 이유

봄이 오기 전에는 트라우마, 첫사랑, 재회, 얽힌 인연 같은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하지만 단순히 관계의 설렘만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보다 누가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를 더 오래 바라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른 전개보다 인물의 마음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상처를 쉽게 치유해 버리지 않는 한국소설을 찾는 사람, 다정하지만 만만하게 흐르지 않는 청춘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읽고 나면 봄이 왔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그런데 적어도 이제는 정말 봄이 올 수도 있겠다는 마음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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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스크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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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길지 않은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소설이 있습니다.

읽는 동안보다 다 읽고 난 뒤 더 크게 자라나는 이야기입니다.

「터스크」가 저에게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매머드가 복원되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소설이 진짜로 겨누는 것은 멸종한 동물의 귀환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소유의 감각, 그리고 파괴를 향한 권력의 습관이더군요.

짧은 분량인데도 생각보다 훨씬 묵직합니다.

요즘 SF소설 추천 목록에서 자주 기대하는 화려한 설정 놀음보다는 훨씬 더 차갑고 훨씬 더 아프게 독자를 건드립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는 않는 소설입니다.


줄거리 맛보기


이 작품은 복원된 매머드라는 강렬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멸종 동물이 돌아왔다”는 신기한 이야기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사라진 존재를 다시 불러올 기술을 가졌지만 그 존재가 살아갈 세계를 정말 준비했는가라는 질문이 소설 전체를 팽팽하게 당깁니다.

한때 코끼리를 지키려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인물이 먼 미래에 복원 매머드의 몸을 통해 다시 현실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기억과 인간의 기억, 보호와 폭력, 생존과 복수의 경계가 서서히 흔들립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줄거리입니다.

이 이상 설명하면 이 소설이 주는 서늘한 첫 충격이 조금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


이 작품이 특별한 건 매머드가 등장해서가 아닙니다.

정말 특별한 건 이 소설이 인간 중심의 시선을 살짝 비틀어 놓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늘 복원 기술, 미래 과학, 생명공학 같은 말에 먼저 감탄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바로 그 감탄의 뒤편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되살리는 일은 과연 구원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복원은 누구를 위한 행위일까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보호한다는 말은 언제부터 소유의 다른 표현이 되었을까라는 질문도 남깁니다.

이 질문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문장이 과장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차갑습니다.

감정이 넘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비극적입니다.

짧은 중편인데 읽는 동안 기후위기, 생태윤리, 인간의 폭력성, 기술의 오만 같은 큰 주제들이 조용히 겹쳐집니다.

그래서 SF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문학성이 있는 짧은 소설을 찾는 분에게도 꽤 만족스러울 책입니다.


읽으면서 떠올랐던 생각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늘 무언가를 너무 늦게 사랑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없어질 때가 되어야 귀하다고 말합니다.

망가뜨린 뒤에야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지키겠다는 말조차 때로는 또 다른 욕망의 형태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붙었습니다.

「터스크」는 그 불편한 지점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편하게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좋은 소설은 독자를 위로만 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AI, 복원생물, 기후위기, 생태 파괴 같은 말이 점점 현실의 언어가 되어가는 시대에는 더 그렇습니다.

「터스크」는 미래 이야기인 척하지만 사실은 아주 현재적인 소설입니다.

지금 우리의 탐욕을 조금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비춰주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더 날카롭습니다.


이 책의 추천 이유


짧은 분량으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SF소설 추천작을 찾는 분께 권합니다.

기후위기와 생태 문제를 문학적으로 사유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맞습니다.

그저 재밌는 미래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폭력의 구조까지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찾는다면 꽤 만족하실 겁니다.

특히 「바닷속의 산」을 좋게 읽으셨던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테드 창이나 켄 리우 계열의 사유형 SF를 좋아하시는 분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짧지만 밀도 높은 중편소설을 찾는 분께도 강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매머드보다 인간이 더 낯설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낯섦이야말로 이 소설이 남기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고 단단한 망치 같은 소설입니다.

짧은데 묵직합니다.

아름다운데 불편합니다.

낯선데 이상하리만큼 지금 우리의 이야기 같습니다.

오랜만에 분량보다 훨씬 큰 소설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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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불안 세대 - 화면 속 세상 대신 진짜 우정과 자유를 선택한 아이들
조너선 하이트.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신시아 유안 쳉 그림,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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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하리만큼 자주 같은 고민 앞에 서게 됩니다.

왜 이렇게 쉽게 예민해질까.

왜 잠깐 손에서 휴대폰을 놓는 것조차 어려워졌을까.

왜 친구와 연결된 것 같은데 정작 마음은 더 외로워 보일까.

저 역시 그 질문 앞에 여러 번 멈춰 섰습니다.

집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방 문을 닫고 들어간 뒤 작은 화면 하나에 기분이 통째로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을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습니다.

「불안 세대」가 어른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이번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조금 더 실천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무겁게 훈계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넘기지도 않습니다.

아이를 혼내기 위한 책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같은 방향을 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책의 분위기와 인상


이 책은 스마트폰과 SNS가 아이들의 마음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렷하게 짚어줍니다.

그런데 딱딱한 이론서처럼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만화와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같은 장치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어서 처음 펼쳤을 때의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읽기 쉬운데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화면 속 자극이 우리를 얼마나 쉽게 빼앗아 가는지 보여줍니다.

진짜 우정과 자유,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 심심할 자유 같은 것들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수 있는지를 아이 스스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책이 아이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 “네 삶의 주인은 누구니?”라고 조용히 묻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작가소개


조너선 하이트는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사회심리학자이자 「불안 세대」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저자입니다.

캐서린 프라이스는 디지털 기기와 건강한 거리 두기를 오랫동안 이야기해 온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입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썼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은 문제를 분석하는 힘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문제를 생활의 언어로 옮겨내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주장만 세지 않고 실제로 읽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중학생 자녀와 함께 읽으며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를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빨리 온라인 세계에 들어갑니다.

정보도 빠르고 유행도 빠르고 비교도 빠릅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마음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어른인 저도 하루 종일 알림과 영상, 짧은 콘텐츠에 흔들릴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딸아이와 책의 몇 장면을 같이 보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구랑 노는 시간이 진짜 재밌는지, 아니면 휴대폰 보는 시간이 더 편한지 물어봤습니다.

잠들기 전 휴대폰을 보지 않는 하루가 가능한지도 이야기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재밌는 순간이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책을 같이 읽는다는 건 정답을 알려주는 일이 아니라 대화를 여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부모가 먼저 잔소리의 톤을 낮추고 같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무엇보다 겁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의 감각을 되찾게 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은 나쁘고 오프라인은 좋다는 식의 단순한 대립이 아닙니다.

내 시간을 누가 가져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내 기분이 무엇에 흔들리고 있는지도 스스로 보게 해줍니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청소년 불안, 디지털 중독, 중학생 추천도서, 자녀교육 책 추천 같은 키워드가 괜히 자주 보이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작은 습관과 작은 피로가 쌓여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도 필요하고 아이에게도 필요합니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고 나서 생활을 조금 바꾸게 되는 책입니다.

그런 책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이 책의 추천 이유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금지보다 이해 가능한 언어가 필요한 분께 추천합니다.

중학생 자녀와 같이 읽을 책을 찾는 학부모에게도 정말 잘 맞습니다.

청소년 불안, 자존감, 관계 피로를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뤄주는 책을 찾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대화를 시작할 한 권의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겁니다.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이런 마음이 남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조금 덜 흔들리는 하루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더 단단한 마음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진짜 친구와 진짜 시간을 보낼 자유입니다.

그걸 아이의 언어로 말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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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변칙개체 큐피드 저스트원아워(JUST1HOUR) 7
비티 / 에이플랫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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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끔은 짧은 분량의 소설이 긴 장편보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설명을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첫 장면부터 독자를 붙잡고 이상하고 낯선 공기를 단숨에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있다.

변칙개체 큐피드는 바로 그런 결을 가진 책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제목부터 묘하다.

큐피드라고 하면 보통 사랑스럽고 익숙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그 익숙함을 정면으로 비틀어버린다.

사랑의 신이라는 상징을 불온하고 기괴한 존재로 바꿔놓았다는 설정만으로도 이미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그 낯섦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처럼 느껴진다.


익숙한 이름을 가장 낯선 방식으로 바꾸는 소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출발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큐피드’라는 이름을 가져오지만, 그 이름에 기대되는 가벼운 로맨스의 분위기는 여기서 거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귀엽고 달콤한 상징을 불안과 긴장으로 바꾸면서 독자의 예상부터 흔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이 좋다.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만든다는 말은 많이 쓰이지만, 실제로는 겉모양만 바꾼 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변칙개체 큐피드는 제목 단계에서부터 독자의 고정관념을 건드린다.

그 지점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 같다.


짧은 호흡인데도 장면 전환의 밀도가 높다


공개된 소개를 보면 이 작품은 기억을 잃은 앨리스 요원이 꿈과 현실이 뒤섞인 공간을 가로지르며 ‘큐피드’의 추격에 맞서는 구조를 가진다.

즉흥적으로 익힌 마법, 격리라는 임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이라는 요소가 겹치면서 처음부터 긴장감을 만든다.

나는 이런 설정을 볼 때 무엇보다 “속도”를 먼저 본다.

짧은 분량의 전자책은 조금만 늘어져도 금세 힘이 빠지는데, 이 작품은 기본 설정 자체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밀고 가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공간, 기억 상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즉각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빠르게 이어진다.

이 조합은 설명보다 장면으로 읽히는 타입의 소설에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분위기만 쌓는 작품이라기보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긴박함과 기묘함을 함께 밀어 넣는 장르적 재미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기대하게 만든다.


이 책이 주는 매력은 ‘설정의 감각’에 있다


변칙개체 큐피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남는 건 줄거리보다도 설정의 질감이다.

“격리할 것인가, 숙주가 될 것인가”라는 소개 문구도 인상적이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이야기의 긴장 축이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적을 쓰러뜨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미지의 존재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는 이야기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은 읽고 나서 스토리의 세부보다 공기와 장면이 먼저 남는다.

어두운 복도, 기울어진 공간, 뒤틀린 감각, 현실이 아닌데 현실보다 더 또렷한 위기감이 먼저 떠오른다.

이 소설은 그런 이미지 중심의 몰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잘 맞을 것 같다.

특히 짧지만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전자책 단편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의 추천 이유


변칙개체 큐피드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장면과 기묘한 긴장감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게만 남는 소설이 아니라, 익숙한 신화적 상징을 불온하게 비틀어 장르적 쾌감을 만드는 타입의 작품이라 더 인상적이다.

특히 전자책 단편, 한국 장르소설, 미스터리와 스릴러, 괴이한 설정이 살아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제목이 주는 첫인상과 실제 설정의 방향이 좋은 의미로 어긋난다.

그 낯선 어긋남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처럼 보인다.

짧아서 부담 없고, 짧아서 더 선명한 소설이다.

변칙개체 큐피드는 그런 전자책의 장점을 꽤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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