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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조우형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먼저 남는 책
처음에는 제목이 눈에 걸렸다.
내일.
너무 짧아서 오히려 여러 번 보게 되는 제목이었다.
보통은 내일이라는 말을 가볍게 쓴다.
내일 하자, 내일 보자, 내일은 괜찮겠지.
그런데 이 소설 안에서 내일은 그런 말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버텨야 하는 시간이자, 어쩌면 두려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이미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가볍게 다루지 않는 상처
이야기의 출발은 아프다.
엄마의 죽음 이후 죄책감에 붙들린 인물이 있고, 그 감정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를 끌고 가는 시간이 있다.
이런 소재는 잘못 다루면 독자를 억지로 울리려는 쪽으로 흐르기 쉽다.
그런데 내일은 그 유혹을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
슬픔을 크게 부풀리기보다 이미 망가질 만큼 망가진 마음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를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읽는 입장에서도 편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괜히 아픈 척하는 소설도 아니다.
감정을 세게 흔드는 대신, 사람 안쪽에서 오래 굳어 있던 것을 조금씩 건드리는 쪽에 가깝다.
한 문장이 이 책의 온도를 보여준다
읽다가 한 번 멈추게 된 문장은 이거였다.
“오늘이 아닌 내일 자살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래도 나의 삶에서, 사람처럼 살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떤 자리에서 시작하는지 바로 느껴진다.
막막하고, 지쳐 있고, 그래도 마지막 끝자락 어딘가에서 사람답게 살았다는 기억 하나는 붙들고 싶어 하는 마음.
나는 이 책이 좋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봤다.
거칠고 불편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꾸민 느낌이 없다.
줄거리보다 감정의 자국이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상처를 이야기 재료처럼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행한 사연을 앞세워 몰입을 끌어내는 소설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 다시 사람 쪽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끝까지 따라간다.
중간쯤부터는 이게 단순히 아픈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끊어진 것 같던 관계의 감각이 어디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쪽에 더 가까웠다.
줄거리보다 감정의 자국이 더 진하게 남는 책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포근한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사정과 상처가 조용히 앉아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따뜻하다고만도, 우울하다고만도 말하기 어렵다.
그 애매한 중간지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책이다.
덮고 나면 제목이 다르게 읽힌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내일을 낙관으로 보지만은 않는다는 점이었다.
괜찮아질 거라고 쉽게 말하지 않고,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라고 넘겨짚지도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사람은 오늘 하나를 넘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버거운 오늘 끝에 겨우 도착한 단어가 내일일 수도 있다는 걸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소처럼 내일이라는 말을 쉽게 쓰기가 조금 어려워진다.
별것 아닌 단어였는데, 누군가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꼭 붙들어야 하는 말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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