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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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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진실이 너무 빨리 소비된다.

뉴스는 단정적이고, SNS는 확신에 차 있다.

그런데 정작 사람의 하루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완전한 진실보다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그 정도로 정리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진실은 늘 깨끗하지 않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폭로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어떤 순간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선택이 거짓인지, 혹은 살아남기 위한 방식인지 작가는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저건 틀렸어”보다 “저럴 수도 있지”가 먼저 떠오른다.


아이의 시선, 어른의 민낯

수록 작품 중 하나인 「내가 그 밤에 대해 말하자면」은 아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아이의 언어는 단순하다.

그래서 더 정확하다.

어른의 변명은 복잡하지만 아이의 문장은 짧다.

그 짧은 문장이 관계의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읽다 보면 설명보다 침묵이 더 많은 소설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회색

다른 작품들에서도 가족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랑이 전부인 관계는 없다.

책임과 피로, 애정과 원망이 함께 놓여 있다.

김유나는 그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태 그대로 두고 독자가 따라가게 만든다.

그래서 더 현실 같다.

극적인 화해도, 통쾌한 단절도 없다.

그냥 계속 살아간다.

우리가 사는 방식처럼.


유머가 있어서 더 믿게 된다

이 책은 무겁지만 완전히 어둡지는 않다.

중간중간 툭 튀어나오는 유머가 있다.

웃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물이 스스로를 버티기 위한 균형처럼 느껴진다.

현실도 그렇다.

너무 심각하면 오히려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웃는다.

그 지점을 이 소설은 안다.


읽고 나서 남는 질문

이 소설집은 큰 사건을 남기지 않는다.

대신 작은 균열을 남긴다.

내가 믿고 있는 이야기는 얼마나 정확한가.

나는 무엇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가.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내 말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 김유나

김유나는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첫 소설집에서 이미 자기만의 결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하나다.

이 작가는 ‘결론’에 관심이 없다.

대신 결론으로 가는 길에서 사람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 흔들림을 어떻게 숨기는지를 예민하게 잡아낸다.

나는 이런 문장이 믿음직하다.

인간을 쉽게 단정하지 않으니까.


이 책의 추천 이유

단편소설을 오랜만에 읽고 싶은 분께 권한다.

사건 중심보다 감정 중심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특히 잘 맞을 것이다.

독서모임 책으로도 좋다.

누군가는 인물을 이해하고, 누군가는 비판할 것이다.

그 간극이 대화를 만든다.

요즘처럼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는 시대에 잠시 멈추게 하는 소설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된다.

진실을 밝히는 책이 아니라 진실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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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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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신을 붙여 달라니. 보통은 떼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요즘 학교에서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라는 공간의 공기


이 작품의 배경은 학교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활기찬 교실과는 다르다.

성적, 규율, 분위기, 눈치. 말은 적은데 압박감은 진한 공간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어떤 공기를 마시는지 그게 그대로 전해진다.

느낌으로 말해 보면 이 소설은 공포 이야기를 빌려 ‘반복되는 구조’에 대해 말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모양만 바꿔 지금 다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그걸 학생의 시선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래서 무서움은 깜짝 놀라는 장면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또…” 하는 순간에서 온다.


귀신의 역할이 다르다


이 책에서 귀신은 겁주러 나타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알고 있는 존재, 지켜보고 있었던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이 설정이 굉장히 인상 깊다.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


예비 중학생인 딸아이를 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요즘 학교는 우리가 다니던 때와 얼마나 다를까.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조금 본 느낌이다.

교실은 그대로인데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커졌을지도 모른다.

청소년소설인데 어른이 더 뜨끔해지는 이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공포, 판타지, 미스터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결국은 학교, 경쟁, 관계, 그리고 어른들이 만든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무섭다기보다 마음이 묵직해진다.


이 책의 추천 이유


학교생활이 힘든 청소년에게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가 된다.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어떤 공기 속에 있는지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아주 좋은 청소년소설이다.

그리고 솔직히,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다.

학교를 만든 건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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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의 소리 - 나는 달리기보다 버티고 서는 법을 배웠다
조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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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석을 떠올리면 대부분은 웃음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면 웃음보다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버텨낸 사람’이다.

웹툰 ‘마음의 소리’를 20년 동안 지각 없이 이어온 사람이 자기 안쪽 이야기를 꺼내놓은 책이다.


웃음 뒤에 숨겨진 이야기


이 책은 웹툰 에피소드 모음이 아니다.

조석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20년을 마감하며 살아왔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들려주는 에세이다.

목차를 보면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같은 제목이 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이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알게 된다.

일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계획대로 되는 날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훨씬 많다는 걸 안다.

그때 필요한 건 의욕이 아니라 ‘계속 가는 기술’이다.


성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남이 아니라 나를 괴롭힌다.”

읽는 순간 웃었는데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의 평가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놓아버릴까 봐 무서운 날들이 있다.

조석은 성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실이라는 콘셉트가 자신을 얼마나 몰아붙였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와닿는다.


마감이라는 이름의 삶


웹툰 작가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루틴하다.

그리고 그 루틴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조석은 그 과정을 웃기게 풀어내면서도 절대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 드는 감정이 성취가 아니라 “다 지나갔구나.”라는 안도감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작가 소개


조석은 2006년부터 네이버에서 웹툰을 연재하며 한국 웹툰의 상징이 된 작가다.

수많은 만화상을 수상했고 장르를 바꾸면서도 자기 리듬을 잃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조석은 재능을 성실로 증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성실을 자랑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추천 이유


웹툰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재미있다.

하지만 웹툰을 몰라도 일이 많은 사람, 계속 버텨야 하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공감할 부분이 많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직장인, 프리랜서라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크게 온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툭 던지는 농담 덕분에 책이 무겁지 않다.

이 책의 위로는 그 피식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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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려 온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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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단편집인데도 이상하게 ‘한 권의 밤’을 읽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가볍게 한 편만 읽어야지 했다가, 정신 차려 보니 새벽이 되어 있었다.

요즘 한국 SF가 왜 이렇게 좋아졌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납득하게 만드는 책이다.​


밤을 달리는 세계들


『밤을 달려 온』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단편들이 제각각 흩어져 있지 않다.

여덟 개의 세계, 하나의 질문

수록된 작품은 총 여덟 편이다.​


「구름을 터뜨리면」

「하품」

「밤을 달려 온」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

「큐레이션」

「솔티 브라운 캐러멜」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

「캐트닙 네트워크」​


기후 위기, 전염병 이후의 사회, 시간의 왜곡, 차별, 입양, 추리, 동화의 재해석까지.​

장르는 다양하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첫 작품 「구름을 터뜨리면」은 ‘구름 협약’ 국가만 풍요를 누리는 근미래를 그린다.

기후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격차.

그리고 그 안에서 노동이 얼마나 쉽게 가려지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정말 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는 걸까.

「하품」에서는 전염병 이후 꿈을 잃은 사회에서 ‘꿈을 이식’하는 비즈니스가 등장한다.

SF 설정인데, 감정은 거의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집착은 더 선명해진다.

표제작 「밤을 달려 온」은 밤과 낮이 11년 주기로 교차하는 세계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온’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포로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정과 윤리가 충돌한다.

로맨스가 아니라, 선택의 무게가 남는 이야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였다.

동화를 SF 추리물로 재해석했는데 속도감이 뛰어나고, 설정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건 시리즈로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읽는 맛이 좋은 이유


이 책은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세계의 규칙을 아주 정교하게 만든 뒤 그 안에 인간을 던져 넣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은 상상력에 끌려가고 덮고 나면 현실이 떠오른다.

기후 불평등, 노동, 보호, 차별, 역사, 선택. 

요즘 뉴스와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이 책에서는 이야기로 살아 움직인다.​



이 책의 추천 이유


단편집이 부담스러운 분께 오히려 추천한다.

각 편의 몰입감이 뛰어나 멈추기 어렵다.

SF를 처음 읽는 분께도 좋다.

설정은 낯설지만 감정과 선택은 너무 익숙하다.

요즘 읽을 만한 한국 SF 신간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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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은 소년 사계절 아동문고 118
문부일 지음, 박현주 그림 / 사계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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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만 보면 이주 이야기인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의 국경은 비행기표로 넘는 선이 아니다.

병자호란 이후,청나라 심양으로 이어진 피로 그어진 경계다.

그리고 그 선을 넘는 건 왕자도, 장수도 아닌 노비 소년 ‘돌쇠’다.


심양으로 향한 소년


돌쇠는 어머니를 잃는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내는 신분의 벽을 마주한다.

그때 손을 내민 사람이 역관 정명수다.

노비로 태어났지만 청에서 신분을 끌어올린 인물.

정명수의 제안은 달콤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간자가 된 돌쇠


정명수가 시킨 일은 심양관의 간자가 되는 것.

지금 말로 하면 스파이다.

볼모로 끌려온 소현세자 부부가 머무는 곳.

돌쇠는 그 안으로 숨어든다.

여기서부터 책이 빨라진다.

역사동화인데 첩보물처럼 넘어간다.



살짝 훔쳐 보는 줄거리


돌쇠는 처음에 세자를 백성을 힘들게 만든 존재라 믿으며 심양관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세자 부부의 태도와 조선 사람들의 삶을 보며생각이 흔들린다.

정명수의 약속과 세자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 돌쇠의 갈등이 깊어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과연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 노비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정말 올 수 있는가.



독서 포인트


이 책은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소년의 눈으로 그 시대를 통과하게 만든다.

들킬까, 들킬까 하는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아이들이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 어렵다.

그리고 병자호란이 남긴 상처가 노비부터 왕족까지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전쟁 ‘그날’이 아니라 그 이후를 통해 더 생생하게 보여 준다는 소개가 인상적이다.


이 책의 추천 이유


병자호란, 소현세자라는 이름이 교과서에서 낯익은 아이들에게 이 책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대화거리가 정말 많아진다.

“나라면 돌쇠처럼 했을까?”

이 질문 하나로도 충분히 오래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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