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에서 보여준 김탁환의 문제의식에 깊이 동감한다.




‘벼농사 소멸‘은 식량 안보의 관점에서 따로 논해야 한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이 101.5퍼센트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겨우 23퍼센트이다. 77퍼센트의 곡물을 수입하여 충당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1헥타르당 농약 사용량과 화학비료 사용량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많다. 땅을 아끼고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소멸‘ 역시 ‘각자도생‘이란 단어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의 안녕보다 개인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회에서 실패한자, 가난한 자, 병든 자, 약한 자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함께 돕고서로 챙기며 공공선을 추구할 길을 시급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홀로 쓸쓸하게 스러질 것이다.
이와 같은 소멸의 행진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인가. 낡고 느리고 돈이 되지 않은 것들은 사라질 테니, 새롭고 빠르고 돈이 되는것들에 집중하는 이 방식은 당연한가. 아침에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 책들을 보라. 책을 골라 모으고 포장하고
"배달하는 노동자의 손길을 떠올리니 문득 두려워졌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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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에서


과거를 돌아볼 때미래를 예측할 때는, 현대 윤리는 오늘날의 격정적인 토론과 무모한 절대적 확신에 대해 요즘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단어 하나를 요구한다. 바로 겸손이다. - P20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대개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저들‘보다 나음‘으로써 자기 지위를 확보하려는경우가 우리에겐 너무 흔하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우려면 우선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나는 도덕적 상대주의자가 아니다. 옳음과 그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나은 판단을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으려면, 또 보다 관대해지려면 여러 사회와 사람들의 가치를 수용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선택권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고전적인 학문적 차원의 책이나 확실성을 제공하는 책이 아니며, ‘옳은 해답을 주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나면 여러분의 머릿속에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그에 대한 ‘옳은 해답은 내게 없다. 아니, 그 해답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까닭으로 이 책을 썼을까? 내가 바라는것은, 나 아닌 다른 과잉 계몽의 공격적 활동가들이나 절대주의적 보수주의자들뿐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들을 주제로 생각과 토론을 하는 것이다.
많은 윤리학 전공자는 아마 이 책을 불편하게 여겨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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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로부터 한 문단
9월 11일
상추가 빛난다. 텃밭에 심은 녀석들이 힘을 내고 있다. 9월엔 초고를 더 쓰지 않고, 지금까지 쓴 원고를 돌아보는 중이다. 상추 같은 당신들이 빛났으면 싶다. 이렇게 손보았다.
"농부는 빛이 그리울 땐 고개를 숙인다. 벼도 빛나고 보리도 빛나고 상추도 빛나므로, 햇볕에 반사된 빛이라고 간주하는 이도 있으리라. 그러나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물들의 빛이 모두 해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벼와 보리와 상추가 자라며 뿜어낸 빛이 농부에게 닿은 것이다. 점점 넓어지고 밝아지는 식물들의 그 빛을 한 번이라도 쓴 사람은, 해와 달과 별을 찾아 고개를 들기보다 아무리 희미하고 작은 빛의 기미라도 무릎 꿇고 손바닥을땅에 댄 채 고개 숙인다. 벼와 보리와 상추가 만든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품는다. 내가 사랑하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 P291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팝업스토어도 무사히 마쳤다.
참고로 사용하던 교실을 책방으로 바꾸기 위해, 미실란 식구들이 모두 두 달 남짓 몸도 쓰고 마음도 썼다. 언젠가 적었지만 쓴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이다. 글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정오부터 여섯 시간 정도 책방을 임시로 열었는데,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다. 생태책방을 여니, 16년 넘게 이 대표와 미실란이걸어온 삶이 한결 단단해지면서도 빛나는 것 같아서 좋다.
팝업스토어에는 85종 정도의 책을 선보였는데, 12월 18일 정식시작일엔 오백 종 가까이 확충할 예정이다. 건강한 먹거리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도 구비하도록 하겠다.
섬진강 따라 흐르는 당신,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에 꼭 들르세요!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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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코스를 밟으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함을, 시도와 도전이 더 값진 것임을 깨달았다. 각자가 가진 다양성과 주관성이 예술작업의 가장 기본 토양임을 말이다. 그간해왔던 작업을 돌아보았다. 생각해보면 나의 작업에는 늘 질문이 존재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영화를 만들자‘가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 수 있을까?‘ ‘청인에게 어떻게 반짝이는 세상을 소개하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환영하고 환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기획의도이자 연구 질문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했다. - P245

이 연구 중심 석사 과정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자라고 훈련받은 나는 결과물만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고 관객을 만나고, 완성된 책을보여주고 독자를 만나 북토크를 하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강의와 강연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 완성된 결과물 형태의 예술작업을 보고 읽고 들으며 몇 가지 코멘트를 한 후 다음 제작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기존 작업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 과정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성과 중심 사회에서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시도와 도전,경험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연구 질문을 공유하고 질문하고시도하고 피드백함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는 낯선 명제와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통한 예술적 연구 과정은 어떤 놀랍고 새로운 방식의 연구 방법론이 아니라 예술작업을 대하는 예술가 각자의 태도와 자세라고 할 수 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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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글을 읽어야 전전두엽이 자극되면서 활성화되고, 건전두엽이 활성화되어야 문자 해독력이 높아지는 뇌가 된다. 특히 전전두엽이 한창 발달하는 10대에 책과 멀어지면 성인이 되어서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글을 게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성인이 겪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 상황에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영상 시대에도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영상이 갖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여전히문자이다. 문자가 지닌 이러한 특성은 영상이 대체할 수 없는부분이다. 영상 시대에도 아이들이 글을 읽고 문해력을 키워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P36

다른 수능 과목에서도 문해력은 고득점의 열쇠가 된다. 수능영어 독해 문제를 살펴보면 단순히 영어 문장을 읽을 수 있다고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추론해서 판단할 수 있는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문해력과 수능 점수의 상관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직능원은 중학교때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각각 어떤 점수를 얻는지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추적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3년간 문학서적을 꾸준히 읽은 학생들은 같은 기간에 문학서적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들보다 2008학년도 대입 수능의 언어(국어) ·수리·외국어(영어) 영역 모두에서 더 높은점수를 받았다.
직능원에서는 꾸준한 독서 습관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있는 비율도 조사했다 ( 괜찮은 일자리‘는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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