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에게인샬라. 네가 이 편지를 무사히 받게 되는구나. 내가 너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 너에게 너무 불친절하지 않았기를 빈다. 나는 네가 떠난 날부터 너를 위해기도하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는 너의 생각은 맞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하산이 나한테 얘기했었으니까. 아미르,
네가 했던 짓은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너는 어 - P442

린애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복잡한 어린애였지. 너는 당시에너 자신한테 너무 가혹했다. 너는 지금도 그렇더구나. 네가 페샤와르에 왔을 때, 나는 네 눈에서 그걸 확인했다. 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양심도 없고 선하지도 않은 사람은고통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네 고통이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 가는 것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아미르,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너한테 했던 거짓말들이 부끄럽구나. 네가 페샤와르에서 화를 낸 건 당연했다. 너에게는 알 권리가 있었다. 하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이 용서되는것은 아니지만 당시에 우리가 살았던 카불은 이상한 곳이었다. 다른 것들이 진실보다 더 중요했던 낯선 세계였다.
아미르, 나는 네가 어렸을 때 네 아버지가 너한테 얼마나 심하기대했는지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고 그의사랑을 얼마나 갈구했는지 알고 있었다. 내 가슴이 찢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미르, 네 아버지는 너와 하산 사이에서 마음이 갈래갈래 찢긴 사람이었다. 그는 너희 두 사람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하산에게는 아버지로서 원하는 만큼 드러내놓고 사랑을 줄 수들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적법한 아들인 너에게는 그토록 심하게 했던 것이다. 아미르, 너는 그가 물려받은 재산과 죄를 짓고도투사할 수 있는 특권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는 너를 보면서 자기자신과 자신의 죄를 보았다. 너는 아직도 화가 나 있겠지. 나는내가 이걸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너무 성급한 짓이라는 - P443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너도 네 아버지가 너한테 심하게 했던 것은결국 그 스스로에게 심하게 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네 아버지도 너처럼 고통스러워했던 사람이었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슬프고 앞이 캄캄했는지 묘사할 길이 없구나. 나는 그가 내 친구이기 때문에 사•랑했다. 동시에 나는 그가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다. 아•니 어쩌면 위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는지 모른다.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은 게 있다. 그것은 선이, 진짜 선이 네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했던 일을 생각해본다. 네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고아원을 세우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줬다. 그 모든 것이 속죄하고자 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진짜 구원이다. 죄책감이 선으로 이어지는 것 말이다.
나는 신이 결국 용서해주실 거라는 걸 안다. 신은 네 아버지와나. 그리고 너까지 용서해주실 것이다. 너도 똑같이 할 수 있으면좋겠구나. 가능하면 네 아버지를 용서해라. 그러고 싶다면 나도용서해다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
•너한테 얼마간의 돈을 남긴다. 사실, 내가 가진 대부분의 것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네가 이곳으로 돌아오면, 돈 쓸 곳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돈이면 충분할 것이다. 페샤와르에 은행이-있다. 파리드는 그 은행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돈은 금고에 있다. 여기에 열쇠를 동봉한다. - P444

나는 갈 때가 된 것 같다. 살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 나를 찾지 말아다오. 그것이 내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하는 부탁이다.
너를 신의 손에 맡긴다.
너의 영원한 친구 라힘 - P445

어머니나 아내가 있을지 모르니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러시아 병사가 카림의 말을 듣더니 뭐라고 소리쳤다.
카림이 말했다.
"우리를 통과시켜주는 대가라네요."
그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을 냈잖아요. 저 사람도 많은 돈을 받을거잖아요."
카림이 러시아 병사에게 다시 얘기를 해본 후 말했다.
"세금이라네요."
그때, 바바가 일어섰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허벅지를 붙들었다. 하지만 그는 내 손을 밀쳐냈다. 그가 서 있자, 달이 그의 모습에 가려졌다.
바바가 말했다.
"이 사람한테 내가 하는 말을 전해주시오."
카림을 향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의 눈길은 러시아 군인을향하고 있었다.
"이자에게 창피한지도 모르냐고 물어보시오."
그들이 말을 주고받았다.
"이건 전쟁이라네요. 전쟁에는 창피고 뭐고 없다는데요."
"틀렸다고 하시오. 전쟁은 품위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평화로울 때보다 더 필요한 법이라오." - P171

바바는 이렇게 말했지만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였다.
"율법 선생이 뭘 가르치든,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죄밖에 없다. 단 하나의 죄 말이다. 그것은 도둑질이다. 다른 죄들은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알아듣겠니?"
모르겠어요. 바바"
나는 알았으면 싶었다. 그를 다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바바가 조급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나를 주눅 들게 했다.
그는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컴컴해진 후에도 집에 오지 않고 나 혼자서 저녁을 먹어야 했던 때를 떠올렸다.
나는 알리에게 바바가 어디에 있으며 언제 집에 오는지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공사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감독하고 있다는 걸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닐까? 나는 고아원에 살게 될 아이들이 모두 미웠다. 그들이 부모를 따라 다 죽었으면 싶었다.
"네가 어떤 남자를 죽이면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너는 남편에대한 아내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고 아이들한테서는 아버지를 빼앗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너는 진실에 대한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누군가를 속이면 정당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나는 알았다. 바바가 여섯 살이었을 때, 한밤중에 할아버지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존경받는 판사였던 할아버지는 도둑과 맞섰지만, 도둑의 칼에 목이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도둑은 바바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은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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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누리자!!!

-새비야.
-응.
-내레 아까워.
-뭐가.
-새비 너랑 있는 이 시간이 아깝다.
나비 아주머니는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 P345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았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난 삼천이 너레 아깝다 아쉽다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를 바라디 않아.
그 말에 증조모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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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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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 타인은 항상 내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로운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엄마를 통해 배웠다. 그렇게 엄마가 길러준 이해의 시선이 이후에 내가 엄마를 옹호할 토대가 되었을지 엄마는알았을까?
이성복 시인은 "모든 미친 것들에게, 미치지 않으면 안 될 사면 하나씩 찾아주는게 시"라고 했다. 나는 그 사연 하나를 덧붙이고 싶어서 쉽게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자신의 삶을 고구마 줄기 캐듯이리저리 뽑아내는 최현숙 선생님처럼, 선생님이 만난 노인들, 내가 만난 엄마, 그리고 나처럼, 사람은 누구나 끝없이 이어져나오는 고구마줄기만큼의 이야기보따리를 안고 각자의 이유로나름의 선택을 하며 산다.
내 이야기를 쓰려고 앉았는데,만약 누군가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면 그 사람의 사연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럴 땐, 의미가 무엇이든 그 사람과 긴밀하게연결되어 있는 내 존재를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혐오시대‘라는 말에 실감하며 세상에 진저리쳐질 때면 나는 글을 읽는다. 타인의 존재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다시 내 몫의 옹호를 쓴다. 엄마가 알려준 옹호의 쓰기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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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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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들으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의문에 답이 되는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고부터 나는 자주 엄마의 이야기를 썼다. 정확하게 말하면, 쓰게되었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친 무수한 인연들 사이에서도 자꾸엄마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내가 가장 용호하고 싶은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쉽게심판당하는 사람. 심판대 앞에서 끝내 자신의 존재를 미안해하는 사람. 온종일 어두운 방에서 멍하니 누워 있던, 스스로 담배와 술도 사러 가지 못하던, 이혼한 뒤 형제들에게도 ‘쯧쯧‘ 소리를 듣게 된 엄마의 모습이 자꾸 내 머리채를 잡는다.
그렇다고 엄마가 언제나 내가 지켜줘야 할 약한 존재는 아니었다. 내가 자라는 동안 엄마가 들려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타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조심스러운 태도를길러주었다. 중학생 무렵,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는 지인의 사연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이야기 끝에 엄마는 내게 당부했다. "승은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똑같이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그러진 않겠지만, 절대 이상하게 보고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어떤 사람을 함부로 불쌍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 학력이나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된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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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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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낯선 사람, 거리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도 금세 친구가 되는 사람이었다.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는 항상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스무살부터 집에서 육아와 돌봄 노동, 가사 노동으로만 시간을 보냈으니 엄마에게도 해소되지 않는 에너지를 풀 방법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아빠는 젊고 매력적인 엄마가 잠시라도 집 밖해나가는 걸 불안해했고, 다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것도 싫어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두운 방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건 술취한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나는 엄마에게 담배와 술이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랐다. 주로
"어머니‘의 낙은 가족을 돌보는 일이라고 하지만, 글쎄. 엄마에게 낙이 아빠나나, 동생이길 바라는 건 모성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아닐까 싶다.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준 최현숙 선생님은 강연 끝에 이런이야기를 남겼다.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자꾸 나를 갉아먹는느낌이 들어서......, 몇 번 쓰려고 노력하다가 그만뒀어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만난 할머니들이 주절주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자꾸 내 머리채를 잡는 거예요. 이 이야기들이 묻히면 안 된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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