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낯선 사람, 거리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도 금세 친구가 되는 사람이었다.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는 항상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스무살부터 집에서 육아와 돌봄 노동, 가사 노동으로만 시간을 보냈으니 엄마에게도 해소되지 않는 에너지를 풀 방법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아빠는 젊고 매력적인 엄마가 잠시라도 집 밖해나가는 걸 불안해했고, 다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것도 싫어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두운 방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건 술취한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나는 엄마에게 담배와 술이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랐다. 주로
"어머니‘의 낙은 가족을 돌보는 일이라고 하지만, 글쎄. 엄마에게 낙이 아빠나나, 동생이길 바라는 건 모성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아닐까 싶다.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준 최현숙 선생님은 강연 끝에 이런이야기를 남겼다.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자꾸 나를 갉아먹는느낌이 들어서......, 몇 번 쓰려고 노력하다가 그만뒀어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만난 할머니들이 주절주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자꾸 내 머리채를 잡는 거예요. 이 이야기들이 묻히면 안 된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