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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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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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에 글쓰기에 대한 열풍이 시작된 것 같다. #글스타그램부터 과제, 업무를 위한 글쓰기까지 우리는 항상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럴 듯하게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SNS를 하면서부터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가였다. 그렇게 시중의 몇몇 글쓰기 도서를 읽게 되었지만 모두 실패하거나,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중간에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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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한다. 일단 책상 앞에 앉으라고. 당신은 매일 거의 똑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무의식을 창조적으로 작동하도록 길들이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매일 아침 아홉 시라든가, 매일 밤 열 시에 책상 앞에 앉으면 된다. 타자기에 종이 한 장을 넣든가, 컴퓨터를 켜고 빈 문서를 연 다음, 한 시간 가량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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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쓰기의 감각>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미국에서는 글쓰기에 대해서는 수학의 정석만큼의 신뢰도를 갖고 있는 책이다. 출간 후 25년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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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게 될 것인가였다. 여러 글쓰기 책들을 읽으며 항상 무언가를 써보겠다 결심하고 빈 문서를 켜지만 대게 A4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파일을 삭제하고 담배를 꺼내물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언가를 쓰게 해 준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대게 처음부터 엄청난 것을 쓰려는 생각이 강했고 그래서 실패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예를 들면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글을 쓰고 싶지만 잘 안된다면 우선 2.5cm 사진틀을 통해 글을 쓰거나, 어떤 것을 써야 할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점심 도시락에 대해 글을 써보거나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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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글을 쓰는 법만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있는데 <쓰기의 감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가의 생활에 대해서이다. 작가 지망생들이 생각하는 부유한 생활과 멋진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저녁에는 교양있는 사람들과 만나 작은 티타임을 보내는 듯한 작가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할지, 매너리즘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출간 전과 출간 후, 또 어딘가에서 나의 글이 인쇄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하며 작가 지망생과 단순한 취미생들의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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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글을 왜 써야 하는 거죠?’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바로 영혼 때문이라고, 마음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은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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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은 시중의 책들과는 달리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인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그런 내용이 조금 있긴하지만) 그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사람과 증오,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고백하며 글을 쓰는 동력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각각 무언가 목적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 책은 그 길의 끝이 밝고 멋지기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끝을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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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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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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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레진에서 <카페 보문>이라는 만화를 보게 되었다. 섬세한 그림과 따뜻한 스토리덕에 잔잔한 즐거운 만화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그 후 한동안 <카페 보문> 같은 만화를 찾아다녔다. 그때는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 <옥탑빵>이라는 만화를 읽게 되었다. <카페 보문>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만화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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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들이 하는 말보다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로 했어요. 그래야 힘들어도 웃는 날이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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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지영은 33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동네 골목길 2층 옥상에 옥탑빵이라는 빵집을 차린다.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지만, 손님이 툭 던지는 한마디나 친구가 하는 격한 걱정에도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서 지영은 빵집을 차린 것이 잘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한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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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모습을 보며 현재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적당히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 다니며 살아가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욕을 먹거나, 쓸데없는 걱정을 받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책은 지영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잔잔하고 따뜻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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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은 고민 많은 20, 30대 청년들의 무거운 이야기를 따뜻한 그림과 스토리로 녹여낸 작품이다. 짧지만 진솔하고 힘이 있는 그림과 스토리에 내 고민마저도 녹아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웹툰에서 연재도 한다 하니 꼬박꼬박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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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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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 큐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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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인스타와 페이스북에서 시무룩한 고양이 네코노히의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짧은 단편으로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콘텐츠라 생각했었는데 책으로 나와 구매을 고민했었다. 그 후 비슷한 느낌의 다른 캐릭터가 눈에 띄었는데 그게 바로 스나오카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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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오카씨는 티벳여우의 모습으로 만화 안에서는 매우 험상궂게 생긴 여우이다. 스나오카는 험상궂게 생겼지만 친절하고, 가끔은 다정하며 아이들에게 한없이 상냥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츤데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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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를 읽다 보면 뭔가 멋지다가도 피식피식 웃는 맛이 있었다. 스나오카의 딸인 스나코와 아버지인 스나사부로는 함께하면 더 재미있지만, 각각의 캐릭터 자체로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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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를 읽으며 피식피식 웃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만화에만 집중하게 된다. 갖고 있던 고민들을 잊어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큐라이스가 왜 일본에서 유명한지 알 수 있는 만화였다. 대단한 것 같은 만화는 아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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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스나오카를 계속 보다보면 짱구의 원장선생님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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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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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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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단, 연예, 정치계 등 다양한 곳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발언인 ‘#미투(#ME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침묵을 강요하던 사회에서 누군가 포문을 연 것이다. 이를 뒤이어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은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출판 시장에서는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성차별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피해가 과연 나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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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아이들이 뒤엉키고, 또 뒤엉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순간 바닥으로 툭 떨어진 소녀의 팬티는 붉게 젖어 있다. 그 때 윤영은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눈을 감고 끝없이 중얼거렸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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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세븐틴>은 열일곱의 나이에 성폭력을 당한 여고생 윤영의 이야기이다. 현재 윤영은 여성 전문 성형외과 의사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좋은 병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윤영은 병원에서 여성의 음부 성형을 맡고 있다. 이야기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병원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여자는 자신이 겪었던 성폭행을 이야기하고 어느 날 갑자기 자살을 한다. 윤영은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열입곱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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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여성이 겪는 성적인 문제, 사회의 편견, 성폭력, 성추행이나 시선들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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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은 다만 이렇게 가까이 그 사내들이 있다는 데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깊은 무기력감을 느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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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가 그렇다. 평소에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던 연예인이나 작가들의 성폭행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멀쩡하고 몇몇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삶을 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또 이런 사람들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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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이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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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성들은 성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하면 자신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을 통해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혼란을 잘 이겨나가 많은 사람이 이제는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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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 이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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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는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닸다. 분노를 터트리려 해도 그 대상이 불분명했다. 위로를 하려고 해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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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는 격동의 시기인 80년대를 그린 작품이다. 8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탓에 대통령 직선제와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 88올림픽 등은 티비와 교과서 그리고 책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책은 80년대를 그린 다른 책들과는 달리 그 시절을 함께 살아갔지만, 그 중심에는 서 있지 않았던 변두리의 이야기들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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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년대가 시작된 오늘에야 비로소,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버렸던 어두웠던 한 시절을 이야기하려 한다. 어느덧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나는 삼십대 중반의 나이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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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이윤은 2000년대에 들어서 알고 지내던 정 기자에게 80년대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윤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군에 입대하게 된다. 민주화 운동과는 가장 멀고 군사독재에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는 친구들과는 다른 80년대를 보내게 된다. 당당하고 늘 믿음직스러운 하치우, 민주화운동을 하다 잡혔지만, 영장 덕분에 감옥 대신 군대를 오게 된 김영수. 이 둘은 이윤이 목격한 가장 가깝고 큰 상처를 받은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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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1년 하고도 한 학기를 끝내고 났을 때, 내게 남은 것은 5학점이 빵구 난 성적표와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뒤의 상실감이 전부였다. 일상화된 최루탄과 깨어진 보도블록의 시대. 도서관에 들어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시대를 비켜가려는 당사자나, 타인에게 모두 욕돼 보이던 시대에 나는 어느 순간 질려있기도 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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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은 아버지의 죽음 뒤의 상실감에 일상의 모든 것이 질려 입대를 하게 된다. 그 덕에 이윤은 일반적인 80년대가 아닌 조금은 다른 시대를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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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편 그 불의 시대의 배신자였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커다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해자라는 것이 어디 그 하나였을까. 아니 그 배신자라는 것이 그 하나였을까? 어떠면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모두가 배신자였고 피해자는 아니었을까?”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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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는 미친 척을 하며 의가사 제대를 원하지만, 군정부에 끌려가 자신의 친구를 속여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인물이다. 그는 배신자였지만 피해자였다. 배신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수는 친구가 정부에 잡힌 후 부대로 복귀하면서 운전병에게 자신보다 먼저 그곳을 다녀간 하치우라는 사람에 대해 듣게 되고 후에 이윤에게 이야기한다. 이발병인 이윤은 친구인 하치우가 보이지 않자 휴가를 나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하치우가 돌아와 보니 몸이 상처투성이였던 과거를 떠올리고 회의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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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분위기를 전혀 모른다. 교과서나 영화에서 보았던 풍경들은 학생들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 세대의 청년들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갔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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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우리는 30년 만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외치게 되었다. 우리는 30년 전손에 들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촛불을 들고 질서 있게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방법이지만 같은 목표를 갖고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하기 어려웠던 교과서 속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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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에는 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30년은 악이 줄어들고 좋은 사람들이 더 잘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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