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랑한 화학 이야기 - 화학자가 보는 일상의 화학 원리 ㅣ 내가 사랑한 과학 이야기 시리즈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참 지루해 했던 과목이 화학이었다. 수헬리베브씨엔 원소 주기율표를 외워야 했고, 많은 반응식,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육각형의 화학식, 르 샤틀리에, 아보가드로, 보일 샤를의 법칙 등 뭔 놈의 법칙은 많은 지... 모든 게 암기로 시작해서 암기로 끝나는 거 같았다. 어쩌다 실험실에서 수업한다고 해서, 어떤 실험을 하나 기대를 가지고 좋아했으나, 비커 한번 제대로 만져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화학이 중요하다고는 들었지만, 교과서를 보면 과연 이것들을 어디다 써먹을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요즘 화학 교과서는 나름 재미도 가미가 되어 있었는데, 과거 교과서는 공부하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써 놓은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 본 사이토 가쓰히로의 '내가 사랑한 화학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그의 책은 더 이상 지루한 화학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 숨어 있어 모르고 지나쳤던 화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질산 화학비료의 탄생 이야기로 하버-보슈법을 설명하고, 이것이 어떻게 폭약의 재료로 악용되었고, 두 과학자의 삶도 간단히 볼 수 있으며, 초전도 고속 열차를 통해서는 자유전자, 금속이온, 초전도 물질의 성질에 대해 배우고, 콜라 거품에서는 헨리의 법칙과 수용액의 원리를, 태양 전지에서는 광전 효과를, 아폴로 13호 이야기에서는 전기분해 등을 개념과 핵심만 쏙 집어 알 수 있다.

액정 관련해서도 결정과 비결정과 같은 물질의 상태를 얘기하는데, 수정이 1,700도에서 녹았다가 다시 식으면 다시 수정이 되지 못하고 유리가 된다는 게 이상하게 무척 기억에 남는다. 수정이 유리가 되는 그림이 자꾸 머리에 그려진다. 금속을 비결정 물질로 만들면 산화에 강해지고, 자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를 이용해 수급이 어려운 레어메탈과 레이어스로 만드는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 제조에 응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파트 뒤에 나오는 칼럼도 재미있는데, 그중 린덴부르크 비행선에 폭발의 위험이 큰 수소가스를 쓴 이유가 당시 독일에서는 헬륨 가스를 생산하지 못해서 미국에서 들어 오려고 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사리의 독성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본 부분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을 이끄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별 분량도 짤막 짤막해서 읽는 사람의 부담을 덜고 있다. 처음부터 볼 필요는 없으므로 이끌리는 주제부터 봐도 된다. 난해한 공식이나 계산은 가급적 피하고 있으므로 절대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드는 책이다. 학생이나 성인 모두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 환경, 생물, 의학, 지구, 물리 등 다양한 지식과 과학적 소양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처럼 화학 교과서가 재미있게 되어 있었다면, 과거 나의 화학 수업시간은 무척 즐거웠을 것이다.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보다 이런 실질적이면서 자연스러운 학습을 하면, 학습 효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