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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 일상의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생각의 혁명
브라이언 크리스천 & 톰 그리피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3월
평점 :
인간은 스스로 오랜 세월 동안 우주 유일무이의 신이 선택한 엄청난 존재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살면서 생기는 각종 만남과 선택 등 다양한 삶의 문제는 복잡미묘하여 어떤 계산식으로 그 답을 찾아낼 수 없다 여겼다. 그래서 오랜 역사 동안 신의 존재에 의지하여 기도 또는 점을 통해 답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은 더 이상 인생의 문제를 신의 조화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많은 판단에 수학적 계산이 들어가고 있다. 물건 하나를 만들어 팔아도 다양한 조사와 예측 계산을 통해서 한다. 더 나아가 이젠 아예 사람이 그 판단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기계에게 맡기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능가했고, 주식 매매에서도 정보 취합과 매매 타이밍을 프로그램이 알아서 하고 있으며, 자동차나 배가 알아서 위험을 피하고 목적지로 운전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인간의 삶에 인위적 또는 돌발적으로 생기는 각종 판단의 문제도 수학적, 과학적인 선택과 방법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는 바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인간 삶의 문제를 들여다본 재미난 책으로 집이나 배우자를 찾는 같은 최적의 선택이나 탐색 또는 정렬의 문제, 시간관리, 일정 계획, 미래 예측, 복잡한 문제에 대처하기, 관계와 관련된 네트워킹, 마음을 알아내기 위한 게임이론 등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 패턴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대부분 다루는 내용은 결정에 관한 것인데, 결정 장애라는 말이 있는 거처럼 삶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뭘 살까? 뭐하고 놀까? 등등 너무 많은 결정을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 내려야 한다.
그 중에 연애나 결혼에 관한 결정은 아주 중요할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 때문인지 책 이곳저곳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책 첫 주재에 나오는 에피소드도 연애에 관한 것이다. 최적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 적용되는 최적 멈춤 알고리즘이 바로 37% 법칙이다. 이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비서 채용과 같은 직원 뽑기, 주택 매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잘 아는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은 결혼을 해야 하냐는 문제에 있어 결혼의 장점 단점을 나눠 각각 가중치를 둬 어떻게 할지를 결정했다. 그의 결론은 가까스로 결혼 쪽이 우세해서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결혼할 필요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어떤 과학자는 결혼식 좌석 배정으로 골머리를 썩다가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관계를 이용하여 해결하기도 한다.
살면서 정렬에 대한 문제도 많이 생기는데, 책에 나온 양말 짝 맞추기 문제는 다른 책에서도 자주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알고리즘 문제이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알아보며, 버블 정렬, 버킷 정렬, 합병 정렬 등의 다양한 정렬 알고리즘도 알아본다. 난 양말 짝 맞추기가 싫어서 그냥 한꺼번에 같은 양말을 사서 신는다. 이렇게 문제를 피하는 것도 일종의 회피 알고리즘 아닐까 생각한다.
이 밖에 책에는 참 많은 알고리즘들이 나온다. 배운 적도 없고 명칭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것들도 있었다. 보통 알고리즘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거 같다. 알고리즘은 기계나 각종 응용프로그램 또는 로봇에나 쓰는 단어인데, 그걸 사람에 쓴다는 것이 인간 존재 가치를 깎는 거와 같다 생각해서 그런 거 같다.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기계 덩어리와 동급이 되는 게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것은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지 기계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것이다. 사람의 생활에서 나오고, 인간들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나오게 된 해결 방법이 바로 알고리즘인 것이다. 감성적 판단만이 절대 인간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성적, 합리적, 과학적 판단인 알고리즘 역시도 분명 인간적인 방법인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방법은 비용과 시간도 절약해주고, 설령 결과가 잘못되어도 어떤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를 통해 효율적인 각종 문제 해결 방법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내 경우 삶을 보는 시각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젠 더 이상 삶이 불확정하고 안개와 같은 존재가 아니게 느껴진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문제도 얼마든지 수학적 접근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알고리즘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도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