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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까지 살아서 가는 생존 영어 -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영어는 이제 그만!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전혀 진전이 없는 영어 공부에 벗어나기 위해 최근 '입까지 살아서 가는 생존 영어'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의 저자 추스잉은 타이완 사람으로 영어, 한국어, 일본어, 아랍어, 위그르어, 스페인어 등 10여 개 나라말을 하는 NGO 활동가라고 한다. 영어 하나로도 평생을 허덕이는 내 입장에서 다중 언어 능력자가 말하는 영어 학습법이 담긴 책이니 당연히 큰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생존 영어라고 해서 혹시 생활 회화 책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 학습법만 나오는 책도 아니다. 대충 훑어보면 단어 모은 것이 보여 혹시 단어 학습서인가 했는데,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 책은 여행 가서 쓰는 간단한 회화나 초급 회화보다는 궁극적으로 주제가 있고, 깊이 있는 대화, 비즈니스 회의나 토론, 협상 같은 상황에서 영어로 어떻게 하면 자기주장을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본적인 영어 학습 방법은 Warming up으로 되어 있는 머리말에 아주 잘 요약되어 있다. 단어장 만들고 사전을 가지고 다니며, 인터넷 사이트 강의, 방송 등을 이용하여 틈나는 대로 항상 공부하라고 말하고 있다. 단 완전히 마스터해서 쓰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바로바로 필요할 때 써먹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또한 한두 달 동안 여행하면 일상회화가 유창해질 거라고 장담을 한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다들 들어 본 흔한 주장일 것이다. 식상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정답이기 때문에 영어 능력자들은 다들 하나 같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런 만큼 저자 입장에서 아무리 흔해도 빼놓고 갈 수 없는 얘기라 일단 머리말에 담아 놓고 난 후, 본문에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영어 학습 노하우를 펼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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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했듯이 책에서 바로 눈에 뜨이는 것은 단어 모음이다. 부록까지 4 단계 단어 체크가 나온다. 처음 나오는 단어 850개는 BE850이라 불리며 영국 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찰스 케이 오그던이 추린 기본 어휘이다. 영어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어들인 것이다. 그다음에는 폭넓은 표현에 필요한 추가 1000개의 단어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몇 개 빼고 다 아는 단어인데, 이어 나오는 근사한 어휘 구사를 위한 144개의 단어는 아는 단어가 별로 없어 당황스러웠다. 내 영어 단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맨 뒤에 나오는 노란 종이의 단어는 앞에 1000개 단어의 활용을 모은 것으로 어휘 능력을 몇 배로 확장시키는 데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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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까지 살아서 가는 생존 영어'가 다른 학습서와 다른 점은 단순히 생활영어나 단어 학습법 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동서양 언어 문화와 사고의 차이에 따른 올바른 영어 표현 방법이 무엇인지, 영어로 대등하게 대화하기 위한 조건, 논리적 표현 방법과 구조, 영어 논리를 기르는 훈련법, 상대에 대응하는 기술, 밀리지 않는 원칙, 협상의 주의점과 같은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단어 조합에 급급하고, 호구조사, 이 말, 저 말 횡설수설하는 초급 영어를 벗어나, 명언까지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쓰는 중, 고급 영어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토론, 협상,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한 분에게는 더욱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