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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가능한 미래
비벡 와드와.알렉스 솔크에 지음, 차백만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과거 학창 시절에 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가 삼국 통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만일 칭기즈칸이 죽지 않았다면, 지금의 유럽은 우리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차대전에서 독일이 러시아에게 이겼다면 이 또한 지금과 다른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역사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이다.
현재의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선택권자이다.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가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전쟁의 위험이 줄어든 지금은 과학 기술이 중요한 선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원자폭탄이냐 발전소냐 하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것이다.
'선택 가능한 미래'는 바로 이런 미래에 대한 선택을 다룬 책으로 인공지능, 로봇, 드론, 자율주행 운송수단, 사물인터넷, 3D 바이오프린팅, 태양 에너지 등 최근 핫한 과학기술을 통해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미래를 다양한 시각으로 고민하고 있다.
신기술에는 제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며, 보는 시각, 적용 대상, 시기 등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모호해지거나 뒤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함 때문에 저자는 이런 신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 판단하는 기준을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기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혜택을 주는가? 내재된 위험과 보상은 무엇인가?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가? 가 바로 그것이다.
일단 책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는 100년 200년 후의 미래가 아니라 앞으로 20년 정도의 미래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 수준과 발전 전망, 우려되는 상황 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첫 논의 대상 기술인 인공지능의 경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기술이지만, 앞으로 20년의 발전을 감안했을 때 저자는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영화로 접했던 무서운 인공지능까지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로봇 역시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전쟁에 사용되는 로봇의 경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로봇보다 위험한 존재는 드론이다. 인류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역시 테러나 전쟁에서는 극히 위험한 존재이다. 마침 오늘 우리나라에서도 드론 부대가 만들어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드론의 무기화는 이미 현재 상황이다. 전에 외국 강연에서 본, 장난감 크기의 드론이 사람을 인식해서 가미카제처럼 달려들어 총알을 쏘고 떨어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드론이 테러에 악용된다면, 자폭 자살 테러 대신 드론 폭발 테러가 일반화될 것이다. 이는 충분히 어두운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필요한 저렴한 의료기기 제조 기술이나 유전자 조작 기술, 3D 바이오프린팅, 신체를 대신할 대체 장기 기술은 윤리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치료와 생명과 달려 있는 분야이므로 초기에는 기득권 의료계의 반발과 비싼 비용으로 공평한 혜택이 주어지지는 못하겠으나,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 주행차 역시도 마차와 자동차가 같이 공존했던 과거 한때와 같이 여러 거부 상황이 발생하겠으나, 각종 경제적, 환경적 이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책에는 이 밖에도 많은 신기술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저자가 나름 이쪽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기술도 있고, 많은 고민과 합의가 필요해서 열린 결론을 내린 것도 있다. 저자가 판단은 단지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에서의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가이드 일 뿐이다. 결국에 어디로 달려갈지는 우리 인류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판단을 했다. 우리의 선택은 근소한 차이지만,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자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서도 일부 학계와 사업 집단, 언론의 주장에 그 위험성을 간과하고 넘어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북핵은 두려워하면서, 우리가 가진 핵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는가?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원자력 사고는 소위 기술 첨단 국가에서 발생했다.
이 책에서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전망도 무척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술의 발달, 보급 속도도 높게 보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손을 들어 준 우리는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현재의 논리로만 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작년 일본에 갔을 때 기차 타고 가며 봤던 주변 모습이 떠오른다. 주차장, 빈터에 소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은 대안을 찾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판단으로 태양광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방사능 유출 사고 가능성을 높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엄청난 재난의 도화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막을 수 있었는데 하며 땅을 치고 통곡하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역시 우리의 선택이다. 그저 운이 좋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선택 가능한 미래'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묻고 있다. 선택의 양 갈래 길을 전망하고 제시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어떻게 활용 될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내 경우 하는 일이 IT 쪽이다 보니, 책에 나오는 많은 기술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그것들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막연했었다. 다행히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지, 어떤 선택이 있을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다들 미래의 파도에 삼켜지지 않고, 올라타는 혜안을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