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ㅣ 내 생애 한 번은 1
제임스 로즈 (James Rhodes) 지음, 김지혜 옮김 / 인간희극 / 2017년 11월

나는 평소에 다양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뉴에이지 곡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뉴에이지에는 피아노 연주 곡들이 많은데, 연주를 듣고 있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꼭 뉴에이지가 아니더라도 많은 피아노 곡들이 내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 좋은 곡을 듣고 나면, 나도 이렇게 피아노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격한 충동을 느낀다. 혹시 나도 유키 구라모토처럼 늦게 피아노를 시작했어도 유명해지는 거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봤다. 어디까지나 상상도 아닌 망상이다. 충동심에 피아노 배워본다고 몇 번 만져보다 삼일도 아닌 하루 만에 포기한 게 여러 번이다.

일단 나에게 있어 피아노 배우는 과정이 너무너무 지루하다. 학원에서 배우는 과정 대로 진도 나가려면, 학교 종이나, 나비야, 반짝반짝 작은 별치다, 구라모토는 커녕 배우다 내 생이 끝날 거만 같았다. 물론 기초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머릿속으로 잘 알고 있으나, 몸은 격렬히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망상은 유키 구라모토를 꿈꿨지만, 진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두 곡 정도 자기만족을 위해 멋지게 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인 거다. 뭐랄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나처럼 한 곡이라도 제대로 피아노 쳐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 바로 제임스 로즈의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일 것이다. 일단 심플한 일러스트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얇은 두께. 실제 71쪽에 두 장의 악보로 부담감 전혀 없는 분량이다. 책 내용은 바흐의 프렐류드 단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 담아 놨다. 아예 피아노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생기초인 피아노에 관련된 이야기와 건반 구조, C, D, E, F, G, A, B 음정과 건반 위치, 높은 음자리표, 낮은 음자리표 이해, 악보를 쉽게 보기 위한 줄음표, 칸음표, 음표 길이, 손가락 번호와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바로 프렐류드 연주를 위한 연습 과정으로 들어간다. 손가락 번호에 맞춰 악보를 어떻게 보고 쳐야 하는지 설명이 되어 있다. 그저 책에 나온 그대로 따라 하고 연습하면 되는 구조다. 왼손, 오른손, 양손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 소리가 어떻게 나야 하며, 주의할 것은 무엇인지, 악보에 나온 순서대로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저자의 피아노 레슨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책으로 이해 안 되는 것은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면 된다. 레슨은 한글 자막으로 된 것도 있으므로 강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사실 책 분량은 적지만, 피아노 연습 자체는 읽는 이의 몫이다. 저자도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연습하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연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누구나 연습은 지겹다. 피아노 배우기를 포기한 대부분의 이유도 지루한 연습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 아름다운 한 곡은 연주할 수 있게 도와주므로 지루함이 덜하다. 연습을 돕기 위해 종이 피아노 건반도 부록으로 주는데, 이게 싫으면 스마트폰 피아노 앱을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솔직히 내가 워낙 악기치에다 연말에 바쁘게 처리할 게 많다 보니 연습을 자주 빼먹어 진도가 잘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처럼 그냥 하루해보고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뭐랄까 재미 같은 게 생겼다. 특히 저자가 말한 거처럼 다른 연주자들의 프렐류드를 검색해서 들어보니 연습의 재미를 더 해준다.

'내 생아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을 통해 인생 버킷리스트 하나로 피아노 연주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