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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 스펙도 나이도 필요 없는 주말 48시간의 기적
프레이저 도허티 지음, 박홍경 옮김, 명승은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자기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 각종 업무 스트레스, 불안한 고용 상황, 취업난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 창업을 심각히 고민해봤을 거다. 내가 사장이 되어 멋지게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그리 즐겁지 않다. 열에 아홉은 몇 년 안에 망한다. 실패의 경험을 겪은 이들은 그나마 창업을 해보기라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포기한다. 포기의 이유는 일단 자금이 없어서이고, 다음은 창업 아이템이 없어서가 대부분이다.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젊은이에게 창업을 하라고 아무리 외쳐도 이 두 가지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면 대부분 인생 아웃마저 되기 쉽다. 스타트업이 막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쥐 꼬랑지만 한 생색내기 지원금으로는 시작하기도 버겁다. 아무리 용기, 패기를 거론하며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독려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뻔히 실패할 확률이 높은 길을 가려고는 안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는 안되겠고, 하자니 많은 걸림돌이 있고,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창업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렇다면 전혀 방법이 없을까?
마침 프레이저 도허티의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다.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돈은 사무실이나 매장 얻고, 운영하고 그런 일반적으로 들게 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금액을 말하는 것이지,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식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려면 최소 자기가 몸으로 때우더라도 식품 재료 살 돈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책 제목에 낚였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 책에는 적은 돈으로도 사업할 수 있는 각종 노하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는 저자가 어떻게 사업을 했는지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덟 살 때부터 닭을 키워 계란을 팔겠다고 농부에게 공짜로 계란을 얻어 TV로 부화기를 만들며 실제 부화까지 시켜 알을 이웃에 팔기까지 했는데, 여우 때문에 망한 사연은 귀엽기도 하고, 저자가 어릴 때부터 상재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어쨌든 이 책이 저자 자신의 성공 스토리만 구구절절 감성적으로만 풀어 적었다면, 그런 책들은 이미 충분히 봤으므로 더 이상 필요 없어 바로 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저자 성공 스토리는 감성팔이가 아니라,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고 일궈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쓰이고 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려면, 보통 아이디어 내고, 자금 마련하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한 달, 두 달 쉽게 보내게 된다. 사업 준비로 몇 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하는 것이 아이디어 다듬다 선점의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사업하면서 해결의 길을 찾으면 된다 말한다.
그래서 그는 48시간 창업을 제안하고 있다. 아예 첫날 오전 8시부터 어떻게 창업을 진행하면 되는지, 시간대별로 나눠 알려주고 있다. 더군다나 사업 아이디어 자체가 없는 이를 위해 어디서 사업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참고할 곳을 알려주고 있고,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 선정 방법이며, 사업 시작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조목조목 다룬다. 이런 식으로 첫날에 원재료, 가격 결정, 도메인, 포장, 홍보 자료, 홈페이지 문구까지 작업하고, 둘째 날 촬영, 홈페이지 제작, 사업 론칭까지 해서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진짜 이틀에 가능할까? 나도 과거를 거슬러 생각해봤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해서 그렇게 신중했다 변명할 수 있으나, 되돌아보면 분명 쓸데없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돈인데 돈을 펑펑 써댄 꼴이었다. 그래서 이틀이란 시간이 무척 작지만, 아이템에 따라선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저자가 제시하는 이틀을 기준으로 자신에 맞게 업무에 따라 나눠 시간 계획을 세우면 될 것이다. 단 가급적 빡빡하게 말이다.
책을 보면, 사업에 도움이 되는 진짜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지적 재산권, 중국 생산, 결제, 디자이너, 상품 촬영의 중요성, 개발자 고용 등 사업을 하는데 꼭 필요하고, 반듯이 점검해야 할 것들이 대부분 언급되고 있다. 짧게 짧게 넘어간 주제도 있으나, 많은 부분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어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사업 환경이 한국과 분명 같지 않은데 다행스럽게 책 곳곳에 감수자가 비슷한 사이트나 단체들을 알려주고 있으므로 국내외를 다 같이 확인할 수 있어 정보를 두 배로 얻은 기분이다.
나 역시도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해봐서 과감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를 통해 충분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도 알게 되고, 사업에 도움 되는 다양한 정보도 얻었다. 특히 큰 돈 들일 필요도 없고, 사업이 꼭 거창할 필요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