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손님이 행복한 장사 셈법, 잘되는 식당의 비밀 숫자가 답이다

잘되는 식당의 비밀 숫자가 답이다 - 메뉴 가격 1,000원 올려 모두 재료에 투자하라!
이경태 지음 / 경향BP / 2017년 10월

방송 곳곳에서 넘쳐났던 요리 프로가 요즘은 전보다 좀 시들해진 듯하다. 하지만 요리로 성공한 식당들 이야기나 줄을 길게 늘어선 푸드 트럭들을 보면, 나도 음식 장사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동네마다 치킨집이 넘쳐나고, 곳곳에 음식점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돈 좀 벌려고 한 일로 오히려 큰 빚을 질 수도 있다. 장사는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장사 준비가 필요하다. 맛난 음식도 중요하겠지만, 음식만 가지고 성공한 음식점이 될 수는 없다. 요리 외에 경영적인 접근이 반듯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골치 아프게 경영학을 기초부터 공부할 필요는 없다. 시중에 음식 장사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그것들을 보면 된다. 난 이런 책들을 자주 본다. 장사를 해보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꼭 식당을 차리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본다.  

이번에 본 이경태 저자의 '잘되는 식당의 비밀 숫자가 답이다'도 아주 재미있게 본 책이다. 이 책은 개업하고 몇 년 안에 다수의 가게들이 망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 남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그 묘수를 다룬 책이다.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원가 절감이니 인건비 절약, 절세와 같은 내용이 아니다. 성공하는 식당 경영을 위한 셈법을 말하고 있다. 한 그릇에 얼마가 벌었다는 단순한 산수가 아닌, 곱빼기를 같은 가격에 팔고, 공깃밥, 음료수를 공짜로 줘도 나중엔 더 많이 남는 아주 마법 같은 요상한 셈법을 알려준다.

곱빼기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우동집이 저자의 셈법과 같은 운영을 하는 집이다. 보통이나 곱빼기 심지어 세 곱빼기가 같은 가격이다. 배고플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맛까지 좋은 곳이다. 당연히 배고프고 주머니 얇은 직장인, 학생에게는 인기 있어 점심때는 줄 서서 먹어야 한다. 재미난 것은 내 돈 주고 먹는데, 곱빼기 시키면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식당 주인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 책 곱빼기 이야기에 나온 손님의 심리와도 일치한다.  

그리고 이 우동집 주인은 나를 기억하고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 토핑을 서비스로 얹어주곤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육참골단,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으라는 말이 떠오른다. 좀 무시무시한 말이지만, 작은 걸 내주고 목적을 달성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난 이 우동집 팬이 되어, 쿠폰 도장 카드도 벌써 몇 번을 바꿨는지 모른다. 이 역시 책 속에 나온 1,000원으로 줄 서는 식당 만들기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와 같은 사례라 말할 수 있다. 우동집 사장이나 저자나 역시 장사의 고수들은 이런 것을 공통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책 내용 중에는 주인의 입장보다는 손님의 입장에서 쓴 글이 많다. 내가 손님이라면, 음식을 먹을 때 어떤 고민을 할까? 단체 손님은 어떤 행동 패턴이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뭐가 아쉬웠을까?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담았다. 칼국수에 겉절이, 설렁탕에 깍두기가 맛에 중요한 요소이듯이, 메인 음식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반찬처럼 부수적이지만 크게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는 덤이라고 볼 수 있는 서비스에 관한 각종 노하우를 담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이 책의 가치는  식당 주인이나 손님 모두가 만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손해 보거나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음식값을 올렸는데도 칭찬받고, 손님이 늘어나는 그런 비상식적인 매장을 꿈꾸는 것이다. 

내가 식당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잘되는 식당의 비밀 숫자가 답이다'를 보는 내내 어쩔 수 없이 식당 사장보다는 손님의 입장으로 책을 봤다. 식당 사장의 술수에 당해선 안되라는 생각도 하며 봤다.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도 책 속 제안이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의 술수인데도 말이다. 나도 식당을 하게 되면 꼭 이렇게 장사하고 싶다. 

분명 성공하는 식당을 꿈꾸는 모든 예비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또한 이 노하우들은 음식 장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문제해결 접근법은 각종 비즈니스에 아주 좋을 것이다. 게다가 읽는 재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