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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의학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지 이미 오래이고, 인체 메커니즘도 계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뇌는 다른 부위와 달리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다. 그 때문인지 많은 SF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복제인간에 옮기거나 뇌를 USB 메모리처럼 사용하는 등의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뇌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단지 흥미 오락거리로만 본다면, 그저 대수롭지 않을 수 있으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가치나 사상, 종교에 많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의문을 다룬 책이 바로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이다. 이 책은 기존의 새로운 발견과 지식들을 단순 나열한 뇌과학 책과 달리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뇌과학적 시점으로 다루고 있는 색다른 책이다. 저자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자로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게 인문학적 요소를 섞어 재미있는 입담으로 강연하는 분이기도 하다. 이 책 역시 뇌와 인간 존재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각종 실험, 천문학, 영화, 명화, 철학 사상, 문학, 신화 등 다양한 영역을 양념처럼 이용하여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나는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으로 나의 존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심장에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밝혀지는 역사적 과정과 뇌 연구의 발달을 함께 다루면서 나는 바로 뇌, 그것도 피질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란 존재 인식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에서 나오는데, 그 생각이 무엇인지, 데카르트, 비슈누, 렘브란트 등의 예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아울러 감정과 합리적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뇌의 특성도 말하고 있으며,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약한 신체능력을 가졌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예측 능력이 발달하였고, 인간의 예측 능력으로도 불가능한 부분은 결국 토테미즘과 같은 신앙을 만들어 메꾸는 일종의 합리화의 과정이 반영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앙과 바로 직결된 것은 아마 정신일 것이다. 종교가 절대적인 시대에서는 정신질환자, 미친 사람은 영혼이 병들었거나, 악마의 소행으로 여겼다. 그래서 정화 의식을 행했고, 심한 경우는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지금도 잔인한 짓들이 종교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긴 하다. 그런데 이제 분명한 것은 정신질환은 더 이상 종교가 말하는 악마나 신의 저주가 아닌 뇌기능의 고장인 것이다. 내가 죽었다고 여기는 코타르 증후군이나, 사고로 다리 절단이 된 사람이 있지 않은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것도 뇌기능의 이상으로 잘못된 생각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외에 이 책은 의미라는 주제로 뇌사 상태의 사람과 신경세포 지도 등을 통해 뇌가 만드는 의미를 살펴본다. 그리고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을 통해 영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과 함께 현재 뇌과학의 수준도 살펴보고 뇌 정보를 저장, 조작도 생각해보고 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저자의 고양이와 원숭이 실험 이야기는 세상에서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미래에 고통과 죽음을 추론할 수 있는 원숭이의 불안에 찬 반응을 보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타 생물의 지배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을 통해 뇌과학이라는 단순한 기술 정보, 과학 지식 습득만을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심각한 철학적 질문도 함께 담고 있었다. 인간의 문화, 종교, 다른 생물과의 관계, 미래 기술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