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규 대백과 - 그래픽.웹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조경규와 함께한 클라이언트 & 그의 작품 이야기
조경규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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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규 대백과", 이름부터 희한하다.
처음 봤을 때는 "조경 대백과"로 잘못 봐서 조경에 관련된 책인가 했다.
물론 조경관련 책이라면 표지를 독특하게 전체 빨간색에 금빛 글씨로 제목을 달진 않았을 것이다. 촌스런 듯하면서 불교 경전 같다는 느낌도 받는 재미난 표지다. 게다가 기존 백과사전처럼  제본도 양장본으로 되어 있다. 두꺼운 표지에 책 본문을 실로 엮어 묶었다.

 

 

 

"조경규 대백과"는 웹사이트 제작자, 일러스트레이터, 웹툰작가, 잡지 디자이너, 전시, 공연  포스터 및 브로셔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 조경규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어려운 말로 소개하기보다는, 이 작품을 하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하고 과장된 설명이 없다. 그냥 친구와 식사하면서 나누는 재미난 대화 느낌이다. 예술에 관한 책이라고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는 소리다. 작가가 어떻게 이 세계에 발을 디뎠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했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성장을 하게 됐는지 편안히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대화 느낌이라고 한 것도 그만큼 글이 많지 않다는 거다. 말 많은 수다도 아니며, 거창한 자서전도 아니다. 글은 많지 않지만 그의 작품들이 가득하므로 그걸로도 조경규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에 대백과라는 것을 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의 작품인 각종 딱지, 뱀 주사위 놀이판, 공연 포스터, 캐릭터, 잡지에 사용된 삽화 등을 재미있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게 된다.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게다가 작품이 별별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해준다.

 

 

 

아티스트하면 그냥 베레모에 파이프 담배 들고 다니며, 온종일 예술품을 만드는데 빠져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하기 쉬운데, 이 책을 보면 그 상상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즘 비정규직 문제가 많이 얘기되는데, 아티스트가 원조 비정규직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키면서, 생활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월급 받는 직업이 아니니까 말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쇄소도 그쪽 일하는 사람처럼 지식을 쌓아야 하고, 사이트 제작을 위해 HTML도 알아야 한다.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맞춰가며 상대를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책에 나온 조경규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작가 스스로 자신만의 색이 없다고 한 점이 이해된다. 사실 난 그게 놀란 부분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일부러 그리고 그걸 강조하려 노력한다. 반면 조경규 작가는 걸어온 길이 다양해서 그런지 몰라도, 각각 다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작품을 다른 곳에도 자주 활용하지만, 그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거 같다. 잡지에 일러스트가 필요하면, 그 상황에 딱 맞는 그림을 그려낸다. 공연 광고를 만든다면, 그 공연 분위기에 맞는 색을 찾아 만든다. 공공기관에 쓸 도안이면 관공서 분위기 나는 클립아트가 나온다. 마치 카멜레온과 같은 다양한 변신 능력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런 건 내가 알고 있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대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조경규 대백과"를 정리하자면,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를 지망하는 분에겐 좋은 창작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실제 작업을 어떻게 하며, 필요한 능력이 뭔지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미술과 전혀 상관없다는 분도 책을 읽고 나면, 재미있는 전시회를 야무지게 다녀온 기분이 들것이다. 딱지나 뱀주사위 놀이, 좀 촌스러운 독특한 색감은 복고풍의 디자인은 옛날의 기억을 살려 줄 것이다. 마지막에 나온 하바네로 라면 디자인은 매운맛이 주는 혓바닥의 고통을 다시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그냥 보며 즐기면 된다.


앞으로 아티스트 조경규 작가가 더 많은 활동을 해서 재미난 조경규 대백과2를 빨리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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