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년에 수 백 권의 책을 보고 있지만,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쪽은 잘 보지 않고 있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필요하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책들만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목구멍이 콱 막히기 쉬운 물에 타지 않은 생 미숫가루를 먹는 것과 같은 참 메마른 삶을 살고 있다고 가끔씩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그 갈증 때문에 본능적으로 안보더라도 자꾸 문학 쪽을 기웃거리게 된다.

난 블로그에 가끔 올리는 글도 단어 하나 가지고도 끙끙거리는 판에 멋진 표현이 담긴 문장들은 보면 저절로 감탄하며, 어떻게 이런 능력이 생기는 참 궁금해진다. 이번에 '명작의 탄생'을 보게 된 것도 바로 이 능력을 엿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작의 탄생'은 저자 이재은님이 직접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구성한 책이다.

인터뷰 질문이 참 다양하다. 나 같으면 이렇게 질문 못 했을 것이다. 그냥 1 ~ 10번 사전 질문 하나 만들고 다 똑같이 물어봤을 거다. 그만큼 상대 작가에 대해 저자가 많은 공부를 했다는 증거이다. 그들의 책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지 않고서는 못하는 질문일 것이다. 

또한 저자들의 여행이나 살아온 경험, 경력에 관한 대화도 설탕 알맹이가 남지 않게 잘 섞인 주스처럼 흐름에 잘 스며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책에는 주로 작가들의 창작에 관한 대화가 대부분이지만, 그와 함께 그들의 학창시절, 직장생활, 가족 관계, 남편이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즉 작가의 평범한 삶,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도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도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역시 저자의 의도대로 작가의 창작 과정을 다각도로 담았다는 것이다.

19명의 작가 얘기를 살펴보니 결국 창작의 노하우는 어렵거나,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살아온 길, 식사하며 나눈 대화, 여행에서 생긴 일, 지나가는 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 읽었던 책의 내용 등 모든 것이 장래에 혹시 모를 베스트셀러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변의 친구나 선후배, 직장 동료가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창작 과정을 보면 꼭 모든 것을 경험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내 마음의 옥탑방' 작가 박상우도 옥탑방에 산적 없다고 한다. 편혜영 작가는 라디오에 소개된 사연이 모티브가 되었다. 강화도 놀러 갔다, 먹은 꽃게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쓴 권지예 작가도 있었다.

​즉 짧은 몇 초의 느낌이나, 단어만으로도 충분한 결정적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우리가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친 시간과 사람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예민한 관찰과 감수성, 무한한 상상력으로 담아낸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엄청난 천재가 아닌 이상 저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얼마나 그 과정을 많이 했고, 고통스러웠으면, 자식에게 글 쓰는 직업을 권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하겠나. 역시 문학에도 왕도는 없었다.

어쨌든 장래 대문호를 꿈꾸는 사람이든,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해 나만의 글을 광고 이면지나 낡은 공책에 적고 있는 사람이든 글을 통해 창작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 과정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꼭 뭘 얻어 가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냥 이 책을 대한민국의 걸출한 작가들을 한꺼번에 맛보고 만날 수 있는 고급 호텔 뷔페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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