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 -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 -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ㅣ 사진 아이디어 시리즈
문철진 지음 / 미디어샘 / 2014년 11월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는 거 같다. 처음엔 사진 찍는 재미에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늘지 않는 사진 실력을 깨닫고,  자신이 가진 장비를 의심하게 된다. 좀 더 고가의 렌즈나 바디에 눈 돌리고 소위 말하는 장비병에 걸리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이게 꼭 사진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등산 장비도 그렇고, 색소폰 같은 악기도 그렇다. 많은 사람이 실력 = 장비 가격으로 착각한다.

진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사진 잘 찍는 사람을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도 멋진 사진을 찍어낸다.  고가의 장비는 좀 더 나은 내구성과 포토그래퍼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으나, 실력 없는 사람의 사진 자체는 바꿔주지는 못한다.

문철진 작가가 쓴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에서는 장비발을 안 받고서도, 사진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샘플 사진 하나, 핵심을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원 포인트 레슨 그 자체이다.

휴대폰으로 못 찍는 사진 DSLR 카메라로도 못 찍는다, 단렌즈와 친해지자, 사진은 창조가 아니라 발전이다. 등등 사진 입문자부터 전문직에 있는 사람도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100개가 담겨있다.

여기에는 단지 사진이 나아지는 기술에 대한 것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촬영 후에라도 허락을 받자'와 같이 사진가로서 피사체에 대한 기본 예의도 말하고 있다. 그중 99번째 '사진가는 벼슬이 아니다'는 입문자부터 프로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다. 사진 찍기 위해 소나무 숲을 훼손하고, 출입 금지 지역도 마구 들어가고, 어린 새를 못 움직이게 본드질하는 광기를 절대 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른 책에는 다 있는 차례가 없다. 대신 뒤쪽에 '쉽게 찾아보기'가 있다.
'쉽게 찾아보기'는 책에 나오는 100가지 조언을 아이디어 별로 모은 것이다. 여기에는 장비병 물리치는 아이디어, 내 사진이 마음에 안 들 때 필요한 아이디어, 여행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등과 같이 사진 찍는 사람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을 수 있는 주제로 모았다.

'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은 무술의 비서와 같이 엄청난 비밀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관련 책 어느 정도 본 사람이라면, 한 두 번 접했을 내용들이 많다. 즉 그 말은 어쩌면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사진 찍을 때 쉽게 망각하는 것들이기도 하고, 자주 실수하는 것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책을 보는 내내 많은 부분 동감했다. 아마 사진을 오래 찍은 분일수록 맞아 맞아하실 것이다.

책 사이즈도 대략 15cm 정도로 가지고 다니기 좋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책 속에 사진을 머릿속에 담아뒀다, 나중에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에 나온 100가지 내용이 분명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경우 책에 나온 것들을 다 사진에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해서 찍었다고 말할 자신 없다. 그만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어왔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젠 100가지 아이디어가 내 속에 완전히 스며들게 주변에 두고 보고 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