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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랭귀지 - 박자세, 자연의 탐구자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지음 / 엑셈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유니버설 랭귀지' 이 책은 나에게 놀라움과 여러 과제를
주었다.
첫 놀람은 책 내용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다. 과학
이야기가 좋아서 자주 보는 수준 가지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읽어서 조금이라도 이해 되는 것은 중 후반부 지질이나 생물학
쪽이다. 반면 초반부 물리학에 관한 부분은 그냥 덮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어렵다. 일반 상대성 이론, 힉스 입자, 디랙 방정식은 나도 수학 좀
했다는 놈인데, 그냥 GG를 외친다. 사실 이해된다는 것도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그냥 한글이 눈에 들어 온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만큼 내용의 난이도가 남다른 책이다. 각 분야의 전공자나 이해할
정도 수준이라 본다.
게다가 핵심 위주의 이야기라서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거 같다.
아무튼 내가 책의 차례만 보고 가벼운 과학 에세이 정도로
판단한 것이 실수였다.
그런데 이 책의 난이도보다 내가 더 놀란 것은 이 책에 나온 물리학, 수학,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 의학 등의 다양한 내용이 중학생부터 전공자, 가정주부, 직장인 등 전공과 비전공자가 함께 모여 공부하고 발표했던 주제였다는
거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서구에서는 물리현상이나 의학, 전기, 발명 등의 주제를
지식층부터 일반인까지 스타킹을 보듯이 쇼처럼 즐겼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외국의 경우 그런 모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그런
모임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이 책에 나온 모임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줄여서 박자세라는 모임인데, 그들은 단순히
재미난 이야기 정도의 과학이 아닌 전문가급 이상의 깊이로 공부하는 모임이다. 박문호 씨의 경우 각종 방송에도 자주 볼 수 있는 뇌과학 전문가다.
특정 분야가 아닌 인문과 과학을 통섭한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타고 외국에서까지 온다니 그들의 열정이 놀랍다. 해외 여행가서까지
공부하고, 오고 가는 차에서도 연구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오로지 공부다. 각 장마다 나오는 회원 자신의 이야기를 보면 그들이 공부를 넘어
학문을 온 몸으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이 강해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며 수박 겉 핥기만 해온 나로서는 그들의 깊이 있는 공부는 나에게 큰 자극이었으며, 책 읽는 내내 내 안일함을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얄팍함을 넘어야 한다는 인생의 숙제를
주었다.
이런 모임이 많아진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과학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평가를 생각해봤다.
과학이나 수학에 몸서리 치는 분이라면 아예 근처도 안 갈 거고, 관심이 있는 분도 내용을 보면 헉하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분 중에는 이 책이 학습 모임 소개서라고 여길 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놀라움과
자극을 받는 분도 있을 것이다. 평가하기 쉬운 책이 아니다. 호불호가 확 갈리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을 심도 있게 공부할 의지가 있는 분,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 받고 싶은 분,
평생공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분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