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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웃픈 내 인생
앨리 브로시 글.그림, 신지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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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방문자가 600만을 넘는 미국의 파워 블로거가 쓴 책이라 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길래 그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가 하는 호기심으로 보게 된 책이 바로 '큐큐 웃픈 내 인생'이다.
이 책은 나이 어린 아이가 그린 거 같은 낙서와도 비슷한 그림과 저자의 설명으로
되어있다. 그림체가 워낙 어설퍼서 처음에는 이게 뭐냐 하며 좀 비웃었다. 그런데 책을 보다 보니 이 그림들이 참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단순하지만, 표정과 감정 전달에 전혀 모자람도 없고, 이야기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특히 멀뚱멀뚱 아무 생각 없이 뜬 것 같은 큰 눈의 주인공 캐릭터는 그 자체로 세상에 대한 무심함과
가득 찬 호기심을 동시에 나타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지은이의 어릴 적 이야기와 최근의 일이 각각의 에피소드로 나눠
그려져 있다. 에피소드마다 종이의 바탕색도 바뀐다.
책 곳곳이 독특하고
재미난 요소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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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엇보다 이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든다. 뭐랄까 저자가 남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중 고집불통의 성격과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것은 딱 나와 같다.
케이크를 먹기 위해 집착하는 행동을 보인 에피소드는 내가 어릴 적 커피
먹겠다고 하루 종일 울던 일이 생각난다. 좋아하는 옷만 입겠다고 빨고 말리지 않은 축축한 옷을 입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나도 무척이나
고집쟁이였다.
이처럼 이 책은 저절로 과거 일이 떠올라 웃음 짓게 하기도
하고, 반성을 하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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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어떤 주제와 목적을 가진 책이 아니다. 심오한 철학적 이야기도
없다. 그저 저자의 과거와 근래에 일어난 일상에 일을 수다를 듣는 거처럼 즐기면 되는 거다. 만화 위주로 되어있어 책 두께에 비해 읽는 부담감도
없다. 처음부터 볼 필요도 없다. 읽으면서 이해 안 가는 것은 빵 터지는 재미남이 가득한 것도 아니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글도 아닌데,
묘하게 한번 보게 되면 손에서 내려 놓기 힘들었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에 그녀의 블로그에 다들 방문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휴가에 부담 없이 읽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그 동안 잊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며
이야기 꽂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