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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윤석천 지음 / 왕의서재 / 2014년 2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국내 경제 상황과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들 한다.
보도에는 분명 매년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수출도 좋아졌다고 한다. 주식도 항상 긍정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소리는 전혀 다르다. 다들 생활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통장 잔고는 줄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자식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부모에 기대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심지어는 생활고를 비관해 가족이 자살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과연 그 보도가 맞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경우로 어떤 사람들은 뉴스에 나온 것과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고 한다.
집을 사라고 나오면, 오히려 팔고, 주식에 투자하라면 팔라는 거다.
즉 뉴스에 나오는 경제 정책에는 숨겨진 진실이 따로 있다는 거다.
이 책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는 이 진실을 여과 없이 말하고 있다.
금융 선진화의 문제점, 늘 좋은 주식 시장 전망의 진실, 민영화의 속 뜻, 양적완화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2012, 2013년 최신 기사 본문과 함께 그 속 뜻을 분석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경제 용어는 아래 따로 추가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 책에 나온 몇가지 얘기를 해보겠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재벌 자산이 77.6% 증가했다는 기사에 관한 이야기다. 즉 1,000억 가지고 있는 사람이 1,776억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그냥 보면 우리가 그만큼 벌었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단어가 바로 재벌에 있다. 국민 전체 자산도 77.6% 증가했다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SNS에서 본 우스개 소리가 떠오른다.
어떤 식당에 빌 게이츠가 왔다. 그 식당 안에 있는 사람의 평균 소득은 순식간에 치솟는다. 그럼 그 사람들은 모두 부자인가?
통계는 진실을 왜곡하기 쉬운 수단이다. 재벌 자산과 일반 국민의 소득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 오히려 이 기사는 정부 정책이 일부 계층만 위했다는 증거만 될 뿐이다. 과격하게 말하면 대다수 국민이 가져갈 소득을 뺏겼다고 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기사에 자주 나오는 국민소득도 부의 공정한 배분이 없이는 2만 달러든 10만 달러든 다수 국민에게는 상관없는 얘기인 것이다.
이 책에선 그 책임이 정책자나 부유층에게만 있다고 하지 않는다. 중간층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 중산층은 회사로 치면, 중간 간부에 해당된다. 그들은 관리자와 노동자 또는 하급직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위에 보고해서 개선하게 조종역할이 있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는 거다. 상사의 얘기나 지시를 그냥 전달하는 부역자로 전락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히틀러의 아이히만을 예를 들었다. 아이히만이 원래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냥 그는 자신의 일을 충실히한 성실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문제는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나을지 생각 안 했다는 거다.우리의 중산층은 그렇게 저소득층을 외면했다는 거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 중산층은 저소득층으로 떠밀려가고 있다고 한다.
책에 가장 눈길을 끄는 꿈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스위스에선 국민에게 월 300만원씩 주는 법안을 상정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고 안되고를 떠나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 성숙도와 국민인식이 부러웠다. 우리 같았으면, 보나마나 공산주의냐? 사람들 일 안 할거다. 나라 망한다 그런 단세포적인 얘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이 제안도 일리가 있다. 이 기본소득제는 편중된 부를 재분배하고, 내수를 바로 살릴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이 보도 보고 그 돈 받으면 놀고 먹을 거다 하는데, 그러려면 돈을 써야 한다. 결국 내수가 산다. 저축한다면 현재 바닥을 기고 있는 저축율이 늘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다. 결국 그 이익은 다시 부를 일시 양보한 고소득층에게도 돌아간다. 즉 기본소득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망국 법안이 아닌 상생법안인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비판도 이 책은 비켜나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대기업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언론이 대기업 소유이거나 투자를 받고 있고, 대기업이 중요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횡포 기사는 주요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게다가 국민들에게 대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묘한 세뇌도 같이 한다. 그런데 이점은 분명 틀렸다. IMF 때 많은 기업이 망했다. 재벌 중에 하나인 대우도 분해됐다. 그런데 한국은 망하지 않았다. 그런 엄연한 사실이 있는데도 대기업에 대한 비판을 이런 세뇌로 막는 것이다.
책에 예를 든 핀란드의 노키아 경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짜 우리 대기업보다 국가경제 영향력이 컸던 노키아가 몰락 했을 때 핀란드가 망하나 다들 우려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중소기업이 살 수 있는 산업체질 개선을 이뤘다. 앵그리버드를 낳게 했고, 전세계를 날라 다니게 했다.
더 이상 근거 없는 세뇌는 당해선 안 된다.
책을 보면서 나는 우리 언론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극소수의 공정한 언론을 빼고 대부분의 대형 언론들은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부 정책에 아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그 분야의 전문가인 그들이 지식을 이용하여 국민을 장님으로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경제 정책이 바로 되었는지 틀렸는지 판단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다. 상위 몇 % 국민만을 위한 정책에 국민의 세금을 쏟는 것은 아무 비판 안 하면서, 아이들 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게 했다.
우리 언론은 편중된 계층이나 정책만 대변해선 안 된다.
자신이 전문가라면 전문가 다운 견해를 보여야 하며, 비판에 정부나 재벌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거나, 겁박 해서도 안 된다.
하루빨리 어용언론, 썩은 언론은 없어지기 바라며, 바른 언론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 추천 대상이 누굴까 생각해봤는데, 경제에 관해서는 남녀노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한 번 봐두면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왜 우리가 같이 사는 사회라는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