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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
마이클 에라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한번쯤 꿈꿔 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꿈과 가깝지 않다.
외국인이 보이면 슬쩍 눈치를 보고 시선을 외면하거나 길을 돌아간다.
그러곤 외국어 공부를 제대로 못한 자신을 한탄한다.
이게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해의 소망이나 각오에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자가 많이 들어간다. 나도 몇 년째 계속 이 각오가 포함되어 왔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해봐도 쉽지 않은 것이 외국어다.
참 어렵다. 그러다 보니 뭔가 쉬운 방법이 없을까 해서 자꾸 학습 비결서만 찾게 된다.
이젠 그런 책을 많이 보다 보니, 외국어는 못해도, 학습 방법만큼은 전문가가 되어 버렸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언어의 천재들이라는 책도 이런 꼼수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게 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언어학습에 대한 비결서라기 보다는 언어학 중에 다중 언어자에 관한 연구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 만을 보고 학습비결서로 어림짐작을 했다면, 다소 실망이 클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비결서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담고 있기에 내용면에선 더 신뢰를 주고 있다.
이 책은 주세페 메조판티라는 사제 이야기를 기둥으로 내용이 펼쳐진다. 메조판티는 우리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외국어를 72가지나 구사했다고 한다. 걸어 다니는 구글 번역기 같은 존재였다. 몇 주 만에 새로운 언어를 유창히 구사할 정도의 언어 능력자였다고 한다.
저자는 그의 능력이 사실인지, 그가 그렇게 외국어를 잘 하게 된 비결은 뭔지 밝혀 내고 싶어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연구했다.
아울러 메조판티와 같은 과거와 현재의 다중 언어 구사자들도 같이 살펴보고 직접 만나 그들이 외국어를 잘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그 비결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지리적 특성이나 개인적인 관심이 가장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인도나 유럽 지역과 같이 여러 부족이나 나라가 모여 있는 경우 다국어를 하는 사람이 타 지역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그들 스스로 필요해서 자신의 말 외에 다른 지역의 말도 배워야 했다는 것이다. 환경 자체적으로 여러 언어가 주변에 존재 했기에 타 지역 사람보다 자연스럽게 그 언어들을 주워 듣게 된 것이고 그것이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이 언어적 관심은 자기가 좋아서 외국어를 즐긴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남보다 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역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이 마지못해 공부해선 안 된다.
역시 외국어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메조판티가 2주만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웠다고 하는데, 발견된 많은 분량의 암기 카드를 보면, 그가 단순히 두뇌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닌 거 같다. 자신이 필요한 외국어가 있다면, 하녀든 상인이든 쫓아 다녀가며 배울 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그는 타고난 외국어 지능 이상으로 노력도 대단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 주변의 외국어 능통자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방법적으로 꼼수나 묘수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외국어 습득의 비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도 노력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주변에 자주 듣는 얘기 중에 하나가 외국에 오래 살다 와도 그 나라말 안 쓰니까 까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난 그 소리가 겸손하게 표현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실제 까먹는 것이 맞았다. 여러 언어를 잘 하는 언어 능력자도 자주 쓰는 외국어가 아닌 경우에는 며칠을 다시 공부해서 시동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어는 습관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내가 현재 외국어를 못하고 있는 것은 노력 부족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책 후반부에 나와 있는 언어학습을 잘하기 위한 조언도 엄청난 비밀 같은 것은 없었다. 특별한 왕도만 찾지 말고, 언어를 즐기며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막연히 부럽기만 했던 다중 언어자들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언어의 천재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딱한 주제지만, 집중하게 만든다. 객관적 각종 자료와 문헌, 개인적 경험 등이 담겨 있어 언어학 연구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다. 나처럼 외국어 잘하는 사람을 마냥 부러워만 하는 사람에게도 깨달음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