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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 2nd Edition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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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이즘, 미니멀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온다. 즘즘즘 들어보긴 많이 들어봤는데, 설명하라고 하면, 전혀 설명할 수 없는 나의 몰상식함으로 얼굴이 화끈 거린다. 모두가 현대에 살고 있지만, 현대 미술을 참 알쏭달쏭한 수수께끼와 같다. 전시장을 가서도 그냥 색이 멋있네, 이렇게도 그리는 구나, 또는 재료 뭐 썼나 하는 웃기는 성분 분석 정도가 전부이다.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뭘 의도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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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와 같은 사람이 많기에 아마도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이라는 책이 나왔을 것이다. 이 책은 색깔, 원근법 같은 우리가 아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서 끝까지 읽다 보면, 앞에서 말했던 즘즘즘들을 어느 순간 아 이런 거 구나 알게 해준다. 중간 중간에 피카소, 세잔, 고호, 드가, 앤디워홀, 백남준과 같이 많이 들어 본 아티스트들 작품이나 이야기도 같이 등장해서 잘 모르는 작가 이름의 수렁에서도 건져내 준다. 덕분에 잘 몰랐던 작가들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학습서나 교재와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아들에 관련된 에피소드나 가상의 아티스트 대화, 때론 한국 현대사의 사건 등의 이야기와 함께 현대 미술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일부러 예술평론적인 톤은 가급적 자제한 것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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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저항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이 이 책에 핵심단어라 생각한다.
기존 예술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고, 미술관의 상업화에 저항으로 또 다른 예술적 시도가 생겨났다. 계속된 저항으로 기법이나 의미 부여에 치중했던 이전 예술에서 예술 본질의 진지한 생각이 오늘날 현대미술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저항보다 반발일 수도 있다. 때론 저항이라고 하기엔 보다 파격적이고, 과격한 포퍼먼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으로 그 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대미술에 한 발짝 더 다가 설 수 있었다. 사실 현대 미술가들은 대중과 더 가까이 가기에 노력을 해왔다. 귀족이나 왕 또는 성직자라는 신분 높은 사람만이 즐겨왔던 예술을 이젠 신분 관계없이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됐으니까 말이다. 또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주장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