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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당구홀릭 1 ㅣ 아라의 당구홀릭 1
아라.폴 지음, 김정규 감수 / 글로벌콘텐츠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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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당구홀릭이라는 책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릴 적 생각에 빠져든다.
아마 성인 남자치고 당구장 안 가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당구를 안 좋아해도 친구따라 당구장가서 구경은 해봤을 것이다. 요즘은 모르겠는데, 예전엔 중고딩에 가장 큰 적이 당구였다. 당구에 빠지면 잘 때 누워서 천장보고 당구 궤적을 그린다고 말한다. 학창시절 어떤 친구는 노트에 공부는 안하고 당구대를 그려놓고, 열심히 각도 연구를 하기도 했다.
난 솔직히 운동 쪽에 그다지 소질이 없어, 좋아하는 스포츠가 없었는데, 그나마 당구는 공이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도 있고 물리적이라 관심을 많이 끌었다. 다만 자욱한 담배연기가 싫다 보니, 당구장 보다는 집에서 빌리아드나 스누커 같은 PC 게임으로 즐겼다. 당연히 실제 당구장에서는 젤 꼴찌다. 이론과 실제는 확실히 달랐다. 맨날 꼴찌다 보니 은근히 오기가 생겨 시중에 나온 당구교본를 사서 봤다. 나름 설명이 잘되어 있는 거 같았는데, 실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다 못해 친구들이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데, 하면 진짜 그렇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가 유일한 대답이었다. 당구가 신앙도 아닌데 그냥 믿고 따라야 했다. 결국 이러다 당구에 재미를 잃었다.
그런데 아라의 당구홀릭이란 책을 만나서 그 동안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은 당구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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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된 당구 이야기라고 해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만화 좀 나오다, 사람 사진 나오고 당구대만 신나게 나오겠지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화였다. 만화라고 해서 내용이 부실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전에 봤던 교본들보다 더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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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내가 감탄한 것은 끊어치기와 밀어치기를 단순 설명을 넘어, 물리학적인 설명까지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알기 쉽게… 뉴튼이라는 과학잡지에 원리 설명보다 더 쉽다. 그러다보니 물리학 교재들을 이렇게 만들면 우리나라에 노벨 물리학상도 금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나만의 공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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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내용은 책 끝 쯤에 나오는 당구대 위에 자국에 대한 설명인데, 나도 그게 여태 마세이 (찍어치기) 자국인 줄 알았었다. 그게 공이 물리학적인 운동으로 순간 공중부양했던 자국이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책 마지막까지 당구의 몰랐던 비밀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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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자체를 놓고 봐도, 홍보만화처럼 재미없고 그런 것이 아니다. 재미있다. 자연스럽게 미소짓게 한다. 주인공 아라도 하는 짓이 귀엽다. 누구든 이 책을 한 번 집으면, 아마 중간에 책을 덮기가 힘들 것이다.
아무튼 이 책 강추다. 당구를 배우려는 분이든, 당구보다 당구의 물리학적인 현상에 관심이 있는 분이든, 아니면 그냥 심심해 볼거리를 찾는 분이든 다 재미있을 것이다.
2편도 어서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