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에 정리되고 출현한 다양한 제자백가의 사상 중에 한비자는 법과 술이 바른 국가를 이루게 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공자가 왕과 신하의 인의 정치를 이상적으로 주장했다면, 한비자는 인의로 만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다하며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신하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했다. 공자가 개념적이고 이상적인 주장이라면, 한비자는 훨씬 직접적이며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한 주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현실 세상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이 꼭 적용되지 않는다. 악한 사람이 더 잘 살기도 하고, 나쁜 짓을 했어도 오히려 큰소리치며
선악의 가치를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한비자의 말대로 과연 인의로 세상이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것이다.
한비자는 왕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다양한 예와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읽다 보면, 이는 왕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군인 등 리더쉽이 필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비자의 방법을 다 적용할 수 있다. 한비자는 성과에 엄정한 대가를 주라고 하고 있다. 질 했으면 상을 주고 못 했으면 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의 때문에 자신의 권한을 쉽게 맡겨서도 안 된다고 한다. 구성원은 인의가 목적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밖에 예를 다 들 수 없는 처세 방법들이 나온다. 홥종연횡의 장단점, 이익을 취하는 지혜, 사람을 보는 안목, 사람을 다루는 방법 등이 많이 나온다. 물론 이를 반대로 생각한다면 리더가 아닌 구성원으로서의 지혜로운 행동도 배울 수 있다.
책을 보면서 자꾸 우리나라의 현실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한비자는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 엄격한 법을 집행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나라가 부국하는 근본 원인으로까지 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상황을 보면 법 집행이 엉망이다. 돈이 있으면 같은 법도 용서되고 돈이 없으면 더 가중처벌 받기도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고귀한 회장님이 휠체어만 타고 법원에 가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 깡패들 시켜 자기 아들 때린 사람 폭행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국민이 그런 법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걸리면 재수없이 걸렸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결국 나라를 서서히 썩어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개미 구멍이 하나하나 모여 아름드리 나무도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한비자 법 술로 세상을 논하다는 만화다. 그래서 더 쉽게 한 눈으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몇 편은 너무 축약된 내용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었으나 나머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만화라서 애들 책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어린 아이가 이해하긴 힘든 내용이다. 이 책은 단지 한비자의 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각 주제 마다 거기에 적합한 고사성어, 역사, 명심보감, 유명인의 격언 등을 같이 담고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한비자의 생각을 같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담 없이 고전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