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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푸페이룽 지음, 한정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는 일단 재미있다. 처음에는 시간 아끼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다가 이야기에 쏙 빠져들어 열 일 제쳐두고 시간 내서 다 읽어버렸다. 책 곳곳에 노장사상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도덕경이나 장자에 들어 있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자 주변에 있었던 일도 담겨있다. 과거와 현재, 시간을 뛰어넘어는 내용들은 옛 사람의 생각과 현대인의 생각에 큰 차이 없음에 놀라게 된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에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읽는 순간순간 나 자신을 반성하고 비교하게 된다. 내 입장에선 어떻게 했을까? 이야기 속의 인물이 내가 된다. 그만큼 깨달음도 감탄도 크다.
전에 노장 사상 관련해서 몇 권의 책을 본적 있다. 그때는 그냥 재미난 이야기 또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차원의 이야기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노 장사상하면 흔히 신선이나 도교를 생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내가 호흡수련을 좋아하지만 막상 장자의 이야기를 보면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이 왜곡 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장자는 극단적인 은둔과 양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다음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나라 단표라는 사람은 산속에서 한마디로 도를 닦아 70의 나이에 아기 같은 피부를 가졌으나 배고픈 호랑이에 잡아 먹혔다고 한다. 반면 장의라는 사람은 출세와 돈을 버는 일만 했는데 마흔에 갑자기 열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이 상반된 이야기로 장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경고한 것이다. 도를 닦는데 사람을 멀리할 필요도 없고 너무 가깝게 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은둔 보다는 생활에서 도와 덕을 닦으라고 한다.
또한 장자가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부를 멀리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벌라고 하고 있다. 또한 재물에 빠져 자기를 잃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공자의 유교사상과 비교한 것이다. 장자와 공자의 생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잘 보여주고 있다. 효를 행함에 있어 공자와 장자의 차이도 나와있다.
이 책은 일반 책 두께임에도 내용의 깊이가 무척 깊게 느껴진다. 서평을 쓰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동시다발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정치와 교육,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폭넓은 주제에 대한 장자의 지혜에 감탄하며, 다 적고 싶을 정도다. 물론 내용의 깊이로 인해 책 내용을 다 이해한다 하진 못한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책으로 노장사상의 기본틀을 얻은 느낌이다. 재미난 이야기만 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틀이 만들어졌다. 아울러 장자의 이야기는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솝우화를 보는 재미와 다양한 지혜가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책 인쇄는 아쉬움이 한가지 있다. 중간에 나오는 연두색 글씨, 특히 소단원 첫페이지에 나오는 연두색바탕에 하얀 글씨는 읽기 너무 힘들다. 다음 판에선 개선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 책은 두고두고 다시 볼 생각이다. 저자 푸페이룽의 해석과 함께 내 나름의 해석도 더해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