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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잉글리시 - 두 단어로 영어 끝내기
정동수 지음, 라이언 위버 감수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영어 공부는 나에게 있어서 끝없는 수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책을 사보고, 별별 방법을 써봐도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그나마 큰 도움이 된 책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최재봉의 애로우 잉글리시, 이기동의 전치사연구 정도이다. 특히 직독직해 방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원서 읽는 것보다 가끔 올리는 유튜브 동영상에 붙는 외국인의 간단한 댓글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간단하고 다 아는 단어인데, 해석 불능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확한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좌절이 컸다. 여러 책을 찾아봐도 뾰족한 방법이나 이유를 말한 내용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반말 잉글리시에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태껏 나는 동사를 영어식 사고로 표현하고 이해했어야 하는데, 한국어식 방법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여태 나는 영작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의 1:1 매칭하는 단어만을 찾은 것이다. 새치기하다 하면, cut in line 이 아닌 새치기라는 동사가 별도의 동사로 있나 헤맸으며, 해고하다 하면, dismiss를 찾았지, cut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책에서 예를 들었듯이 장작을 패다, 종이를 오리다, 고기를 썰다, 벼를 베다, 머리를 깎다. 이 모든 동사를 cut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한국말은 주어 또는 목적어의 명사에 맞게 다른 동사를 쓰는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장작을 자르다, 종이를 자르다, 고기를 자르다, 벼를 자르다, 머리카락을 자르다와 같이 다소 우리말로는 어색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두 자르다 즉 cut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 차이에 대한 발견이 어찌 보면, 이미 영어를 잘하는 분은 별거 아닐 수 있으나, 나로서는 내 영어의 문제점을 찾았기에 너무나도 저자가 고마웠다. 아마도 저자가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런 접근을 했지 않았나 싶다. 심리학과 출신에 마케팅 쪽에 종사 했던 내력이 만든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케팅을 했던 분답게 영어 동사 추출을 미드 프렌즈를 분석해서 순위별로 정리했다. 실제 회화 중심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반말 잉글리시라는 책 제목은 내용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반말 잉글리시하니까 욕과 같은 속어를 다루는 책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책 제목으로 다른 말이 뭐 있을까 생각해봤다. 쉬운 동사 잉글리시? 한국인을 위한 동사활용 영어? 뭐 다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을 반만 뚝 잘라서 한다고 반말 잉글리시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이다. 반말 잉글리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최소 1장은 반드시 꼼꼼히 읽어 보시길 바란다. 이 책의 개념이 정리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서 이런 개념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처럼 자세하고 분석적으로 다루진 않았다. 정리도 잘되어 있고,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크기도 적당해서 가지고 다니며 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 반말 잉글리시는 영어 공부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줬고 문제점을 찾게 해준 무척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