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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
곽용태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치매가 환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엄청난 형벌인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부모님 모두 치매여서 수년간 간병을 하고 있는데, 난 농담으로 치매 간병에는 예수도 부처도 도망갈 거라고 말한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거다. 조금 늦출 수는 있어도 좋아지거나 치료되는 방법은 없다. 이게 치매 간병하는 사람에게 크나큰 좌절이다. 스트레스가 커도 나아진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는데, 무자비하게도 그런 건 없다. 부모의 망가져 가는 모습만 보게 되고 더욱 좌절에 늪에 빠진다.
게다가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도 무시 못 한다. 부모 한 쪽만 걸려도 가능성이 높은데, 두 분 다 그렇다면, 이건 빼도 박지도 못한다. 나도 언젠가는 치매에 걸릴 예비 환자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치매 치료 관련 정보가 나오면 큰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다지 희망적인 소식은 안 나오고 있다. 너무나 답답하다. 왜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개발을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돈이 안된다고 판단해서 개발 안 하는 것인가도 의심해 봤다. 물론 이건 아니다. 인간 수명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치매가 문제 되고 있으므로 엄청난 돈이 된다. 결국 내가 의학이나 제약 쪽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보니,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나 답답함을 해소해 준 책이 바로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이다. 이 책을 쓴 곽용태 저자는 30년간 치매 현장에서 싸우고 연구한 신경과 전문의이다. 치매 관련 다수의 우수 논문을 써온 전문가이다. 치매 관련한 저서도 여러 권이다. 그만큼 치매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다.
치매를 잘 모르는 사람은 알츠하이머와 치매가 다른 것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알츠하이머는 다양한 치매 질병 중에 하나이며, 60 ~ 70%가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어서, 치매를 대표해서 쓰이는 병명이다. 즉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는 치매 중에 알츠하이머를 대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은 치매 간병이나 증상 그런 얘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시도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담고 있으며, 앞으로의 희망, 가능성 같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를 보게 되면, 알츠하이머 치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다.

난 제약사가 왜 개발을 안 하고 있나 했는데, 오히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연구하고 있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가느다란 실마리만 여럿 확보한 정도였다. 아두카누맙,도나네맙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약이다.
책 속 치매 신약 개발 노력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하나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고, 이게 아닌 거 같아, 다른 길을 찾아야 하고, 막히면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고난의 행보였다. 치매 환자나 가족도 답답하지만, 신약 연구 개발자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책 제목에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는 그나마 나온 신약이 가진 효능의 애매함을 나타낸다. 효과가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닌데,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냐는 물음이다. 비약하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들겠냐는 질문과도 같다.
이는 신약에게만 묻는 것이 아니다. 알츠하이머 진단 방법도 마찬가지다. 현재 치매 확인 방법은 사후 약방문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치매에 걸린 사람에 확인 도장만 찍는 거다. 치매 조기 진단이 제대로 안 된다는 얘기다. 아밀로이드 PET, MDS-Oaβ 진단을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과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치매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연관성은 높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이를 고혈압으로 비유하고 있다. 고혈압이지만, 지금까지 아무 일 안 일어나서 건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혈압이 높다면, 만일을 대비해서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거처럼 알츠하이머도 검사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주의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이 얘기는 치매 걸릴 가능성이 높은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큰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다. 혈압처럼 뇌도 관리를 해주라는 소리다. 고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지지 않게,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징코를 꾸준히 복용하든, 일반적으로 알려진 악기 배우기, 언어 배우기, 잠 충분히 자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절대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진짜 효과 높은 신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게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결국 저자가 던진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라는 묵직한 질문은 기적의 신약만 하염없이 기다리며 주저앉아 있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을 할 것인지 묻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 역시도 이 책에 자신의 많은 고민을 담았다. 그만큼 알츠하이머 같은 치매는 쉬운 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이나 치매가 두려운 분, 알츠하이머 관련 정보가 필요한 분, 치매 신약과 진단의 정직한 주소를 듣고 싶은 분에게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