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평점 :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라면, 치매가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얼마나 엄청난 재앙인지 잘 알 것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모습은 일상에서 겪는 고통에 극히 일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생각한다.
게다가 치매는 유전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왔다. 내 경우 부모님 모두 치매다. 외할머니도 치매였다. 이것만 봐도 내가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전혀 따질 필요 없다. 한 살 또 한 살 나이 먹으면서 서서히 불안감이 조여온다. 현재 치매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을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으로 인해,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된다. 벌써 치매가 온 건가 하는 불안감으로 더 우울해진다.

이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전부터 치매나 두뇌 관련된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 이번에 본 '늙지 않는 뇌'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 데일 브레드슨 박사의 저서다.
'늙지 않는 뇌'의 내용은 부제에서 바로 짐작할 수 있다.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 서적을 넘어, 뇌건강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삶의 방식을 버리고 재구성하라는 파워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방법으로 나빠진 인지 기능의 회복 Reversal of Cognitive Declin, 리코드 ReCODE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리코드가 이 책이 말하는 핵심 방법인 것이다.
현재 치매를 치료하는 제대로 된 약은 없다. 1년에 3천만 원 든다는 치매 약도 치매 진행 속도를 평균 27?% 정도 늦추는 거지 치료 약이 아니다. 그런데 '늙지 않는 뇌'에서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단계의 경우 7가지 주요 리코드를 따른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예방 차원이 아니라, 초기 단계에도 효과적이라는 소리다. 치매가 당연히 걸리게 될 거라 생각하는 나에겐 진짜 귀가 쫑긋할만한 희소식인 거다.
일단 '늙지 않는 뇌' 초반부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의학적 기술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리처드 파인만의 일화와 함께 뇌 기능 이상, 뇌의 노화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들을 다시 진단한다.

책에서는 치매 진행을 4단계로 나눠 말하고 있다. 단계별 증상들이 무척 공감됐다. 치매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척 서서히 느리게 증상이 발생한다. 치매라고 생각이 들 정도가 되면, 이미 늦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나의 아버지 경우, 의사는 몇십 년 전에 받은 머리 수술을 원인이자 시작으로 보았다. 그 사이 도대체 아버지가 왜 저럴까 하며, 여러 번의 갈등이 있었는데, 그게 단순히 고집이 아니었다. 본인은 그걸 치매 증상으로 생각 못 한다. 같이 사는 식구조차도 눈치채기 힘들다. 그런 만큼 치매 관련 검사는 생각보다 이른 나이부터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어쨌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브레드슨 박사의 리코드 프로그램의 7가지 재구성 생활 포인트는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뇌 자극, 해독, 식이 보충제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발생시키는 요인인 각종 염증, 영양소 부족, 독소와 유해 물질을 줄이고 차단하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는 식단, 운동, 수면만 보고도 또 그 소리네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건강 관련 책이나 방송을 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지 않는 뇌'에서는 막연히 잘 자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매라는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말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좋은 점은 어려운 내용도 스토리텔링 요소를 가미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빠르게 이해되고, 공감된다.
'늙지 않는 뇌'를 보고 있으면, 치매 걸릴까 그렇게 걱정하면서 정작 치매 걸리는 짓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콜라 같은 단 음료만 찾고, 집중 안 된다고 몬스터 마시고, 빵과 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다. 운동은 개나 줘 버린 지 오래고, 온갖 스트레스는 달고 산다. 수면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극과 극을 달린다. 이러다 정작 치매 걸리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 장, 14장은 앞에 이야기들을 곱씹어 볼 수 있게 내용을 요약정리한 장이다. 뇌 검사 방법과 주기, 인지기능 관련 각종 검사, 리코드 일곱가지 기본 수칙, 세부방안과 같은 것들을 표로 깔끔하게 정리해 놨다. 아울러 환자의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도 어떻게 실천하면 좋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늙지 않는 뇌'는 치매에 대한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치매 초기 치료와 예방하는 방법을 자세히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 리코드는 비싼 비용이 들거나 어려운 것들도 아니다. 단지 확고부동한 실천 의지만 있으면 되는 것들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는데, 그 구멍이 어딘지 직접적으로 알려 준다. 치매라는 수렁에서 벗어날 희망을 주는 책이다.
치매 가족을 둔 분, 치매가 염려되는 분, 뇌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늙지 않는 뇌'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