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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 -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푸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별별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곤 한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착하다고 인생에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인과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보니, 어떤 사람은 그걸 운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삶의 불확실하고 복잡한 문제를 수학적 사고법으로 보면, 단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적 사고법, 상호작용적 사고법, 카오스적 사고법, 복잡계적 사고법이 바로 그 네 가지다.
스웨덴 웁살라대 응용수학과 교수 데이비드 섬프터가 쓴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이 바로 그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네 가지 사고법, 네 가지 방식 접근법은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울프럼이 1984년 셀룰러 오토마타 논문에서 안정적 시스템, 주기적 시스템, 카오스 시스템, 복합적 시스템으로 처음 제시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실질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추상적인 개념으로 취급되며 자리 잡지 못했는데, 저자 데이비드 섬프터는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을 통해 실제로 활용되는 다양한 예와 함께 울프럼의 분류를 통계적 사고법, 상호작용적 사고법, 카오스적 사고법, 복잡계적 사고법으로 새롭게 확장하고,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자 했다.
수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골치 아파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에 한술 더 떠 수학적 사고법이라고 하니 더 머리가 아파질 것이다. 그러나 미리 겁먹을 필요 전혀 없다. 어디까지나 수학적 사고법이 어떤 건지 설명하고 있다 보니, 어려운 수학 공식이나 복잡한 계산식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매우 간단한 계산 조금 나오고, 평균과 확률 기초 정도가 전부다. 곳곳에 주석이 나타나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이 설명하는 방식도 소설식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1997년 산타페 연구소 여름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해서, 가상의 인물을 통해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을 설명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과학자들이다 보니, 언뜻 미드 빅뱅이론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만 아쉽게도 이 책 내용 중에는 코미디 요소는 없었다. 어쨌든 내용 전개 분위기는 빅뱅이론에서 과학자들끼리 떠드는 상황 그대로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 구성을 살펴보면, 통계적 사고, 상호작용적 사고, 카오스적 사고, 복잡계적 사고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산타페 연구소 사람들과 벌어진 일 속에서 각종 일상 혹은 역사적 사례와 사건을 통해 세상 속 문제들을 어떤 패턴으로 볼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계적 사고에서는 피클 선호도를 시작으로 건강 통계, 차 맛 구별, 기대 수명, 소비와 행복 관계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울러 현대 통계학의 기초를 닦은 로널드 피셔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함께 통계의 위험성도 얘기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통계적 사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통계적 사고법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 분석, 문제 해결법이다. 하향식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반대로 상향식 사고방식은 상호작용적 사고법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에서 설명하고 있는 토끼와 여우, 바이러스 감염, 친구 운동 끌어들이기 같은 것들이 그 사례다. 관계성이 동반한 사고법이다.

카오스적 사고법은 브라질에서 발생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오스 설명과 일치한다. 작은 변화가 생각지 못한 큰 결과를 야기하는 문제들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방법이다.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아폴로 11호에 사용된 해밀턴의 소프트웨어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우주에서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는 우주선의 카오스적 문제 발생을 예상하고 그것을 대비할 수 있게 짠 소프트웨어였다.

복잡계적 사고법은 앞에서 설명한 사고법들이 각각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적용되는 사고다. 문명의 흥망성쇠, 사람의 감정, 국제 물류 시스템 등이 그 예다.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동반되는 일이다 보니, 별도로 분류한 것이다. 문제 해결보다는 자기 성찰과 내면 탐구에 중점을 두고 본질을 점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고법이다.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은 무질서해 보이는 삶의 문제, 세상의 문제를 네 가지로 보다 심플하게 바라보고 해결하는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복잡해 보이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눠 단순하게 만들고 해결하는 것은 무척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무질서 속에 질서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학자, 과학자들은 세상의 원리를 공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새로운 시각과 힘을 길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