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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과 난청 리셋법 - 1만 명의 귀에 생긴 문제를 해결한 의사가 가르쳐준다
기무라 시노부 지음, 이은정.이주관 옮김 / 청홍(지상사)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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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가 '사오정'이다. 대화 중에 제대로 못 듣고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분 중에 그런 경우가 많다. 귀가 어두워진 난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청은 노화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에 일로 금속을 가공하는 공장에 간 적이 있는데, 커다란 프레스로 때리고, 구멍 뚫고 그러는 곳이라 무척 시끄러웠다. 그쪽 일하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귀마개하고 방음 귀덮개를 해도 이곳에서 몇 년 일하면, 난청이 된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년 층에서도 난청이 발생하곤 한다. 볼륨을 크게 올려서 온 종일 이어폰으로 듣다가 귀가 망가지는 경우다. 이 경우 외이도염, 중이염도 자주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눈이 나빠지면, 바로 안경을 맞추거나 병원을 찾는데, 귀는 그렇지 않다. 보청기를 쓸 상황인데도 안 쓰려 한다. 직접적으로 아프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자기 귀가 안 좋아 진것을 바로 인지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귀도 눈만큼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사오정이 되면 의사소통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불면증도 야기한다. 게다가 치매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우리 부모님도 귀가 안 좋아지면서, 치매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아버지는 심해서, 보청기를 맞추자고 그렇게 했는데, 고집을 부리다. 결국에는 웬만한 음량으론 TV 소리를 못 듣는 상태가 되었고, 치매 증상도 악화됐다.
내 경우 귀는 아직까지 좋은 편이지만, 전에 없던 외이도염을 몇 차례 겪기도 했고, 무시하고 살고 있으나, 조용한 곳에서는 삐이이이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명과 난청 리셋법'을 보게 되었다. 1만 명에 이르는 난청, 이명 환자를 치료해서 정평이 자자한 기무라 시노부 의학박사가 쓴 책으로 자신의 치료 경험을 담아, 누구나 손쉽게 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이명과 난청 리셋법'이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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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명과 난청이 가져오는 심각성을 경고하는 일러스트와 스토리텔링으로 책이 시작된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이 책의 핵심 부분일 수 있는 '이명과 난청 리셋법'이 바로 1장에 등장한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집중력 부족의 독자를 위해서 저자가 일부러 이렇게 배치한 거 같다. 이명과 난청에 대한 의학적 내용은 시간 날 때 자세히 읽고 귀에 문제가 있으면, 일단 리셋운동을 부터 하라는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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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과 난청 리셋법'은 무척 간단하다. 리셋법은 하품귀 공기빼기법, 아오아오 발성법, 군만두귀법, 귀마사지법 이렇게 4개로 구성되어 있다.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다. 귀 상태에 따라 짧게는 3주에서 석 달까지 매일 꾸준히 실천해 보라고 한다. 리셋법 효과가 어떤지는 TV 뉴스를 기준으로 내가 어느 정도 볼륨에서 잘 들리는지, 리셋법 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간편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도 몇 분씩 밖에 안 걸리고, 생활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다 보니, 이게 과연 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몇 주 전에 겪었던 귀 통증이 없었다면, 그냥 이런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 넘어갔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 왼쪽 귀에 갑자기 찌르는 고통이 계속 느껴졌다. 염증이 생겼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병원 갈 상황이 아니라, 인공지능 코파일럿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의료인의 상담을 권하면서, 하품을 해보라는 조언을 했다. 이게 뭔 엉뚱한 소리인가 했다. 귀가 아픈데 하품이라니… 그래도 아프니까 몇 번 억지로 하품을 해봤다. 그랬는데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나중에 '이명과 난청 리셋법'을 보고 그때 일을 바로 떠올렸다. 책에 나오는 첫 번째 방법인 하품귀 공기빼기법과 연관이 있었다. 하품으로 이관을 열어 고막 압력 조절을 도운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 타다 귀가 먹먹해지거나 아플 때 하던, 하품이나 귀 빼기, 침 삼키기 그런 것과 같은 원리였다. 살짝 방법은 다르지만, 이미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는 효과 좋은 방법이란 소리다. 그렇다고 하루에 너무 자주 하면 고막이 다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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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귀법이나 귀마사지법은 혈액순환과 관련 있다. 눈이 피곤할 때 마사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 생각된다. 역시 혈액순환은 건강을 지키는 기본 요소였다. 귀 뿐만 아니라, 눈, 목, 손목, 발목, 허리 등 자주 마사지해 주고 풀어 줘야겠다.
'이명과 난청 리셋법' 2장에서는 환자 대상 효과 사례를 다루고 있고, 3장에서는 다시 한번 귀 건강 관리에 대해 환기시키고 있다. 4장에서는 귀 건강, 청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한방 한약을 알려준다. 비타민 B12, B1, 아연 섭취가 도움이 되며, 여기서도 바나나는 빠지지 않고 추천되고 있다. 귀를 위한 생활 습관으로는 가을 겨울철 귀마개 사용을 권하고, 이어폰 보다 헤드폰 쓰고, 한 시간 정도 듣고 쉬라고 한다. TV나 라디오 음량은 가능한 작게.
5, 6장은 귀의 구조, 난청의 이유, 이명의 원인이나 진단과 같이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비인후과는 어떤 곳이고, 어떤 진료와 치료를 하는지 알려준다. 난청 관련 질환과 보청기 사용에 관한 조언도 하고 있다. 보청기 하면, 귀가 아주 안 좋았을 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경과 마찬가지로 더 나빠지기 전에 초기부터 하는 것이 맞는다고 한다.
여기서 눈에 들어 온 파트는 '이런 이비인후과 의사에게는 가지 말자'다. 이건 솔직히 이비인후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사 대부분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어딜 가나 30초에서 1분 안에 끝난다. 항상 나이 탓이다. 노화 과정이란다. 그러고 적당히 안 아프게만 하고, 다시 찾아오게 한다. 빨리 낫게 하면, 우린 뭐 먹고 사냐는 얘기를 의사 모임에서 들은 적도 있다. 요즘 시국과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인 거 같다.
그렇다고 진료를 받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니다. 이명과 난청의 원인은 책에서도 말했지만, 다양하다. 그만큼 전문가의 도움과 진단이 필요하다. 다만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니,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처럼 아픈 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병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고, 도움 되는 정보가 있다면,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는 소리다. 아프면 자기만 손해다.
그런 면에서 '이명과 난청 리셋법'은 이명과 난청에 도움 되는 각종 정보를 잘 담고 있으며, 아울러 효과적인 청력 관리법도 제시하고 있으므로 귀 건강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