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없는
도키요시 히데야 지음, 김의정 옮김 / 더북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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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내 머리에 각인된 영어 수업 시간은 모든 게 암기만 가득한 지겨운 과목이었다. 단어 외우는 것도 그렇고, 영문법도 다 외워야 했다. 언어는 습관이다 보니, 많은 부분 암기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무작정 외우는 것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당연히 지금도 영어는 난공불락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영어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있다. 특히 영문법 경우, 과거에 나온 책들은 거기서 거기의 내용에 무작정 외울 것을 강요 했는데, 최근 나온 영문법 책들 중에는 왜 그렇게 쓰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학습 스타일이 이해 우선이다 보니, 단기 암기는 어떻게든 한다고 해도, 조금만 지나면 뇌가 리셋되듯이 다 까먹어 버린다. 반면, 이해된 것은 보다 오랜 시간 기억하는 편이다. 또한 이해한 것은 다시 확인하면 짧은 시간에 다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나에게 도키요시 히데야의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은 너무나 딱 맞는 영문법 책이었다. 이 책은 영문장이 왜 그렇게 쓰이는지, 비슷한 문장 사이에 어떤 뉘앙스 차이가 있는지, 왜 이건 사용하지 않고, 이건 사용하는지, 그동안 그냥 외우기만 해야 했던 각종 영문법에 명확한 이유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건 시험에 나오니까 무조건 외워라'하는 책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속 내용들은 인지 언어학을 기반으로 한다. 형식적인 것을 벗어나 언어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영어 속에 스며있는 문화, 역사, 습관 등을 반영하여 영문법을 설명하고 있다.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는 세상을 보는 시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부터 살펴본다. 한국어는 자신이 카메라가 되어 바깥 풍경을 비추는 언어이고, 영어는 외부에서 또 다른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언어라고 말한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지?"라고 말할 때, Where is here? 가 아니라 Where am I? 가 된다고 한다. 처음엔 이 소리가 알쏭달쏭하게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책 진도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확실하게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은 책 제목처럼 영문법을 100가지 법칙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읽어 보면 알겠지만,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진도를 나가게 된다. 전에는 영문법만 보면, 꾸벅꾸벅 졸기 십상이었는데, 이 책은 재미난 이야기를 읽듯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읽어 나가게 된다. 책 제목 앞에 붙어 있는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 없는'이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니게 느껴진다. 외우기 위해 연습장에 문장 쓰고 연신 동그라미 치고 할 필요 없는 책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머리에 많이 남고 오래간다.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영문법 1위에 오를만 하다.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이 참 영리한 게, 설명만 쉽게 풀어 놓은 것이 아니다. 계속 등장하는 그림들이 완전 치트키다. 빠른 이해와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미지 기억 쪽에 강한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무조건 외워야 했던 5형식도 보다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어릴 적 영문판 스누피 만화책을 보고 좌절감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던, 짧은 문장에 대한 공포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긴 문장은 어떻게든 이해하겠는데, 짧은 문장은 단어를 다 알고 있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책 초반에 나오는 "Shark!", "What?" 삽화가 딱 그 예다. He shot the bird. 와 He shot at the bird.의 차이도 그렇다. 내가 영어를 대충대충 공부한 결과일 것이다.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에 나오는 전치사 설명을 보고 나면, 어디선 for 쓰고 어디선 to 쓰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속 후련하게 하는 설명이다.



마지막 12장에는 목적이 있는 영어, 설득을 위한 영어 훈련법이 나온다. 말하기 훈련, 설명하는 기술, 설득을 위한 구문, 에세이 쓰는 요령과 같은 것을 연습한다.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한 내용들로 영어 회화나 영작 등에 독특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책을 다 보고 나서 학창 시절에 영문법을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처럼 설명해 주는 선생님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랬다면, 적어도 영어 시간이 수면 시간은 되지 앉았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인생의 큰 운이다. 학교 선생님이야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책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영어공부, 영어학습을 위해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한번 읽어 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왜 악마의 영문법이지? 내가 보기엔 이보다 천사 같은 영문법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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