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 - 스케이트보드와 티셔츠 그리고 스니커즈
남윤수 지음 / 북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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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하면 보통은 명품 브랜드를 많이들 떠올리겠지만, 난 스포츠 브랜드가 더 먼저 떠오른다. 왜냐하면 돈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앞에 있는 보물을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했으니 손에 쥐어 줬어도 버려 버렸을 것이다.


그 보물이 바로 노스페이스다. 국내에 노스페이스가 제대로 알려지기 몇 년 전에 수입사에 일했던 친구가 아주 좋은 패딩 잠바가 있는데, 싸게 구해 주겠다고 해서 입을 수 있었다. 그때 이렇게 가볍고, 따뜻한 파카 잠바가 있다는 거에 놀랐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안목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대리점이라도 당장 차리겠다고 했었을 것인데, 보물을 알아보지 못했다.


얼마뒤, 노스페이스는 중고딩이면 다 입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의 국민 패딩이 되었다. 초기 대리점을 열었던 사람들은 진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나도 나지만, 그 회사를 다녔던 친구도 안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 그걸 위안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뒤로 스포츠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졌다. 등산복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전거 라이딩 관련 옷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보다 더 크게 내 눈길을 잡은 건 스트리트 패션이었다. 전에 봐왔던 기능성 위주의 스포츠 브랜드와는 달리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의 디자인들이었다.  그 흔해 보이던 면티도 브랜드마다 엄청난 팬덤층이 있었고, 뭐랄까 오타쿠, 덕후스러움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힙한 느낌이었다. 옷이라기 보다는 입고다니는 예술품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이런 스트릿 브랜드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 보았는데, 이쪽으로는 아는 게 없다 보니, 몇 개 찾아 보는 정도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남윤수 저자의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알고 싶었던 많은 정보들이 이 책 속에 다 들어 있었다.



스투시부터 시작해서 쓰래셔, 스핏파이어, 픽트, 슈프림, 반스, 컨버스 등등 47개의 스트릿 컬처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홈페이지, 창업자 같은 일반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 숨겨진 비화나 일화, 흥망성쇠,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 반응까지 자세히 담겨 있어, 분명 패션 비즈니스 서적인 건 맞는데, 재미난 이야기 책을 보는 기분마저 들게 하는 책이다. 브랜드 하나하나 각기 다른 개성들을 가지고 있다보니, 얽힌 이야기들도 저마다 달라, 머릿속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장면이 저절로 그려지곤 했다.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를 통해 스트릿 컬처 브랜드의 기원이 스케이트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난 그저 젊은층의 액티비티한 성향과 흑인 또는 히스패닉 뒷골목 문화가 합쳐진 것으로 추측했는데, 그게 아닌 분명한 계기와 시작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 스투시란 브랜드가 있었다. 스투시는 독특한 브랜드 글씨 때문에 나 역시 전부터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브랜드다. 요즘 나오는 옷들의 색상이나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든다. 내가 아는 브랜드가 적다 보니, 책을 보면서, 해당 브랜드 홈페이지 들어가서 지금 나오는 디자인도 보고, 과거 인기 디자인도 확인했다. 이렇게 하니 책 속 설명들이 더욱 잘 이해되었다. 다만 이왕이면, 브랜드마다 QR 코드 같은 걸 달아뒀으면, 좀 더 편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를 읽다보면, 각종 비즈니스 이론, 마케팅 기법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이 책은 실무면에서 참고할 것들이 많다. 스트릿 컬처 브랜드들이 홍보와 판매를 위해 벌였던, 스케이트보드 팀 운영, 티 무료 배포, 브랜드 콜라보, 팸덤 활용, 미술 대회 등 여러 방법들은 지금도 많이 하는 것으로 책 속 사례와 반응을 참고해서 써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 초반부에 나온 '차림새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말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많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말을 곱씹으며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차림새와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거나 무리에 동참하는 거라 생각된다. 나만의 브랜드로 비즈니스 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생각했는데, 브랜드 이미지는 많이 생각해봤으나, 커뮤니케이션이란 개념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매우 중요한 것을 이 책을 읽은 지금에야 깨닫게 된다. 


스트릿 문화 덕후, 패션 비즈니스 종사자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창업을 꿈꾸는 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 모두에게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를 추천해 본다. 이 책이 새로운 패션 브랜드 이야기를 만드는데, 네잎클로버 같은 역할이 되어 줄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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