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 - 치매 초기부터 곤란할 때, 위험할 때, 지칠 때 대처하는 80가지 방법
요시다 가쓰아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보누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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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봐도, 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해서, 집 근처 치매센터에 가서 진단을 받아 봤다. 설마 아니겠지 했으나, 우울증과 함께 치매가 의심되어, 보다 큰 병원에서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치매 검진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나, 아버지보다 더 심하다. 항상은 아니지만, 몇 시간 전에 일어난 일도 기억을 못 한다.


치매는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처음엔 설마설마하며, 아버지가 또는 어머니가 치매는 아니라고 현실 부정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온갖 이상 행동으로 인해, 마음 상하고, 말다툼, 폭언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확실히 치매라는 걸 알게 되면, 만감이 교차하며 그저 울음밖에 나오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슬퍼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다. 초중고대 어디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내 경우 어머니를 돌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보호사도 치매는 추가로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옆에서 돌보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와 조언이 필요해서, 요시다 가쓰아키 박사의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를 읽게 되었다. 치매 환자를 이해하고 돌보는데 필요한 80가지 대처법을 담고 있으며, 저자가 일본인이나 우리에 맞게 한국의 치매 기관이나 제도가 내용에 반영되어 있다.


일단 이 책은 빠르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부피가 크지도 않은 데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화와 일러스트를 매 장마다 담았고, 설명 또한 어려운 의학용어 같은 것은 배제하고, 실제 상황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데 필요한 내용들만 담고 있다.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 프롤로그부터 중요한 정보들이다. 치매와 혼동하기 쉬운 질병부터 시작이다. 치매, 우울증, 뇌전증, 정상압 수두증, 만성 경막하혈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치매 진단을 위해, CT나 MRI 촬영하는 것도 이 때문인 거 같다.


치매 환자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케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간호, 간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초반에 나온다. 화내지 않기, 차별하지 않기, 강요하지 않기, 부정하지 않기 등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들인데, 이게 그 상황이 되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난 감정을 초월한 부처가 돼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케어하는 사람도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기'라는 항목에 나오는 '간병은 50점이면 합격'이라는 말이 내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이어 나오는 '치매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방법'은 읽고 또 읽고 해야 하는 파트라 생각한다. 나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치매 간병인에게 참 요긴한 기초 소양이다. 내가 잘못하는 것이 너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책 뒤쪽을 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를 위한 셀프 체크에 한계 도달형, 자기 희생형, 대등 솔직형, 지도자형 이렇게 4가지 유형이 나온다. 난 다 안 좋은 쪽인 거 같다. 한계 도달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것이다. 치매 환자만큼 돌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책 중간중간, 적절한 대처법, 하지 말아야 할 것을 O, X로 구분해놔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쉽게 쉽게 체크해 볼 수 있다. 책에 나온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첫걸음을 디디는데 귀중한 정보였다.


보통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치매 환자는 방금 식사를 하고도 다시 밥을 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 증상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간병인이 도둑질했다고 하거나 잘 씻지 않고 이유 없이 폭력 폭언을 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밥 먹는 방법을 잊기도 한다. 하나같이 가족들을 난감하게 만드는데,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에는 이러한 상황에 도움 되는 방법들이 나와 있다.



치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부모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조금 전에도 한 난리를 치르고 빨래와 청소를 해야 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어디 마음 놓고 다닐 수도 없고, 수시로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한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빠진 지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둔다고 해도, 함께 사는 상황에서는 온갖 난관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족 모두가 치매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각종 대처 요령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를 봐야 하는 이유다. 가족뿐만 아니라, 관련 직종에 있는 분들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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