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 - 색, 다르고 남, 다른 사진디자인 강의
채수창 지음 / 앤써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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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페를 통해, 출사여행을 어쩌다 한 번씩 참석을 하고 있는데, 출사를 마치고 카페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있으면, 분명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담은 사진들인데, 다 다른 느낌을 준다. 개성도 다르고, 실력 차이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내 사진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이게 내 한계인가? 왜 좀 더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이걸 못 보고 지나쳤지? 등등 자기 비판, 반성의 시간도 갖는다.


이왕 찍는 거, 누가 봐도 멋지고, 잘 찍었다 느껴지게 촬영하고 싶다. 그러나 그게 참 어렵다. 뻔한 구도, 뻔한 배치, 매너리즘에 빠진 사진들뿐이다. 게다가 유명 여행지나 촬영지를 인터넷으로 이미지 검색하면, 너무나 많은 사진들이 쏟아진다. 이들 중에서 더 돋보이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도 못할 일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퀄리티 높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었고, 생활에 일부가 되었다. 그만큼 사진 잘 찍는 고수들도 많아졌다. 웬만큼 찍어서는 사진 찍는다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 사진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하곤 한다. 이번에 채수창 저자의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을 보게 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진 실력을 갖추고 싶어 본 것이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을 기술로 보지 않고, 디자인이란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사진 관련 책을 보게 되면, 많은 책들이 야경은 어떻게, 꽃 촬영은 어떻게, 노출을 어떻게, 셔터를 어떻게 하는 식의 설명이 많이 나오곤 한다. 주로 카메라 설정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물론 이것도 사진 실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책을 보다 보면, 따라 하기만 급급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초점도 알아서 잘 잡아주고, HDR 기능도 자동으로 된다. 프로 포토그래퍼도 AUTO 설정으로 찍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내가 카메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건 기술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 더욱이 이제는 AI, 인공지능 기술이 사진 속 깊숙이 들어왔다. 즉 사진 찍는데 기술적 측면에만 너무 몰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은 책 제목 그대로 사진을 찰라나 우연의 예술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책에서도 점, 선, 면, 도형, 색,  톤, 광선, 프레임, 균형, 강조, 안정감과 같은 디자인에 중요한 요소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술이나 사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요소만 보고도 구도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수 많은 사진 책에도 강조되어 나오는 게 구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구도와 디자인을 엄격히 구별하여 말하고 있다. 사진 구도는 피사체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안정감 있게 배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디자인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예술, 사진창작, 그런 단어는 많이 들었지만 사진디자인이라고 하니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일으킨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사진이 결합되니, 뭔가 막연함을 벗아나,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이 그려졌다.


그리고 많은 프로 사진가의 사진들이 디자인의 결과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사진 하나 찍으려, 장소 섭외도 하고, 필요하면 구조물도 만들고, 촬영과 편집 이런 모든 일들이 계획된 디자인에 따른 작업들이었다. 특히 현대사진들이 딱 그런 경우라 생각 들었다. 강연회에서 만났던 아마추어 사진가에서 프로가 된 많은 포토그래퍼들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디자인 마인드의 유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남다른 멋진 사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구도만으로는 안 된다. 톡 튀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안 된다. 명확한 의도에 따른 종합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은 바로 그런 디자인 기초 체력을 길러 주고 있다. 멋진 디자인을 위해, 구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우고, 스토리텔링, 게슈탈트 이론과 같은 심리학 이론도 익힌다. 다양한 샘플 사진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진 보는 훈련도 하게 된다.


책 내용 속에 존시스템, 화이트밸런스, 심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진 기술에 관련된 내용은 극히 적다. 사진 기술을 잘 모르거나, 스마트폰 위주로 촬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자제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만큼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설명과 함께 해당되는 사진들이 나와 있어, 이해하기 쉽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사진 경험과 감각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검토할 수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뭘 잘못했는지, 뭘 제대로 했는지도 점검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사진 창작보다는 사진 디자인이 더 구체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남과 똑같은 디자인, 식상한 디자인, 구린 디자인은 망한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마인드로 사진을 찍는다면, 당장 끝내주는 사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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