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
이광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자연스럽고, 깨끗하고, 몸에 좋을 것만 같다. 반면 화학이라는 단어는 독극물, 오일, 공장 폐수 같은 몸에 매우 안 좋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건 분명 엄청난 편견이다. 천연 제품도 그 구성은 화학적 조합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천연 비타민, 천연 조미료, 천연 소금 이렇게 아무리 천연을 붙인다고 해서 화학 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이러한 잘못된 이미지는 잘못된 연구, 검증 없는 보도, 유사과학, 업체의 여론 조작, 가짜 정보 등으로 만들어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개개인 모두가 과학자도 화학 전문가도 아니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그런 쉽지 않은 화학 세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위트 있는 비유와 재미있는 일화를 섞어 설명하고 있다. 화학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각종 화학제품의 바른 사용법, 조심해야 할 화학 이야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화학, 뷰티와 다이어트 관련 화학, 호르몬과 같은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같은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활성산소, 산성화, 암, 콜레스테롤 등 건강 관련하면 자주 언급되는 주제로 시작한다. 그중에는 콩이 남성 호르몬을 죽인다는 괴담에 대한 진실도 나온다. 스님들이 많이 먹어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나, 나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건 역시 잘못된 정보다. 가공식품, 알코올, 민트, 감초가 남성 호르몬에 안 좋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콩이 안 좋은 경우가 하나 있는데, 신장결석 관련해서 수산 함량이 높은 시금치와 두부를 함께 먹으면 안 좋다는 것은 봤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에는 보면 볼수록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느끼는데, 그중 매우 도움이 되고 바로 써먹을 수 있었던 내용은 '생활의 달인 만드는 살림 속 실용화학'이었다. 살림꾼이라면 이젠 상식처럼 되어 버린, 친환경세제 삼총사,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그리고 식초에 관한 것들이 책 속에 자세히 나온다.


보통 식초는 각종 청소에 많이 쓴다. 배수구 냄새를 없애는데도 사용한다. 그런데 난 식초 냄새가 싫다. 뭘 써야 할지 고민이었네, 책 속에서 깔끔히 해결해 주었다. 구연산을 쓰라고 한다. 세정 효과도 좋고, 소금을 함께 쓰면 세균 제거에도 좋다고 한다. 배수구에는 과탄산소다를 뿌리거나, 주방세제, 바디워시, 빨래세제를 조금 부어두라고 한다.



친환경세제 삼총사나 식초 외에 락스도 집에서 자주 쓰는데, 이 모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락스를 화장실 변기 물에 부어 두고 소변을 보면, 클로라민이란 유독성 물질이 생긴다고 한다. 내가 참 위험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클로라민은 소독제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염소와 암모니아와 관련되어 위험할 수 있다. 변기 청소 귀찮아서, 락스 부어 놓곤 했다. 당연히 나 아니더라도 식구들은 여기에 그냥 소변을 봤을 것이다. 락스와 뜨거운 물을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소변도 금지일 줄이야…

락스 냄새 맡으면, 뭔가 청소가 잘 되고 깨끗하다 생각하곤 했는데, 이게 죽음의 냄새가 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책 안에 주의해야 할 점을 잘 알려주고 있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그 밖에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과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도 큰 논란 중인 가습기 살균제도 당시에는 과학적 화학적으로 좋다며 판매했던 것이다. 인체에 치명적인데 왜 당시 그 많은 화학자들은 그 문제를 지적 안 했을까? 반대로 조미료 MSG는 오래전에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선풍기 괴담처럼 안 좋은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결론은 당시 논문이 잘못됐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얘기한 거처럼 실제로 몸에 이상 없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테라플루 성분 중에 하나인 페닐레프린이 감기에 효과 없음을 FDA에서 결론을 내렸다. 오래전에 효능에 의문을 낸 학자가 있었는데, 지금에야 결론이 난 것이다. 과학 논문 중에는 관련 업계의 입김으로 작성된 것들이 많다. 연구자도 돈 안 되는 연구 안 한다. 게다가 전문가도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실은 받아들이되 맹신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도 GMO처럼 논란이 많은 주제들이 살짝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GMO가 우리 유전자까지 바꾸고 그러는 일은 없다. 다만 GMO 반대론자는 GMO 작물이 병충에 강하게 만들다 보니 그에 따른 자체 독성 물질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면도 있다. 똑똑한 발명으로 이야기한 염색 샴푸도 유전 독성 성분 문제가 있기도 했다. 따라서 각자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각 장마다 일문일답 형식의 광팔도사 Q&A라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곳이다. 이 코너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족뿐만 아니라 기르고 있는 멍멍이에게 화학 현상을 설명하는 취미를 가졌다는 이광렬 저자의 모습 교차된다.


나는 화학 하면 학창 시절 수헬리베브씨엔하며 외웠던 주기율표와 함께 육각형의 구조 등이 떠오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화학은 그다지 쉬운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건강, 식품, 살림, 다이어트, 양육과 같이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통해 화학의 세상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게 해준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게 해주고, 유용한 지식과 지혜도 안겨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