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의 모험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이진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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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골치 아파하는 과목 중에 거의 탑은 수학일 것이다. 오죽하면 수포자라는 말이 나왔겠나. 그만큼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과 이과를 떠나 수학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중대해지고 있다. 특히 확률과 통계 쪽은 연구 논문의 각종 조사 뿐만 아니라, 회사의 각종 보고서 작성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더더군다나 확률과 통계는 IT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너무나도 중요해져서 수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를 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이나 통계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수학 파트다. 


난 수학을 좋아한다. 그러나 유독 확률, 통계는 재미가 없었다. 확률 공식이나 풀이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말장난 같았다. 분명 한글인데, 난 문제가 의도하는 뜻과 달리 전혀 다르게 이해하곤 했다. 통계는 데이터를 반복하고 그러는 게 너무 지루했다. 재미 없으니까 공부도 하기 싫었고, 당시에는 내가 통계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안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참 멍청한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을 알았다면, 죽으라고 공부했을 것이다.


그때 공부 안 한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 인공지능 공부할 때마다 확률, 통계 나오면, 가끔씩 헷갈려서 다시 찾아 봐야 한다. 뭔가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하나하나 점검해 보자는 마음으로 유키 히로시의 '확률의 모험'을 보았다. '확률의 모험' 이 책은 일본 수학 협회 출판상을 받았고, 전국 수학 교사 모임 추천 도서다. 즉 수학하는 분들이 좋은 책으로 인정하는 책이라는 거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봤다. 


그러고 보니 '확률의 모험'은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다른 시리즈는 보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어떤지 말하긴 힘들지만, '확률의 모험'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단순히 수능 같은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보다는 확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돕고, 확률을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의문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책이다.



'확률의 모험'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수학토크, 대화를 통해 확률에 관한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의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는 구성이다. 그만큼 설명들이 쉽게 되어 있어, 확률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학의 깊은 묘미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 뒷면 나올 확률은 보통 1/2로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던졌을 때, 앞면만 연속 나오는 경우도 있고, 번갈아 나오기도 한다. 확률 1/2의 의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전을 여러 번 던졌을 때, 점점 1/2로 수렴한다는 거지, 앞뒤 한 번씩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미완의 게임에서는 메레, 파스칼, 페르마 이야기와 함께 게임이 도중에 중단 되었을 경우, 어떻게 상금 분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뜻 보면, 간단한 거 같지만, 대화를 통해 다양한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면, 이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에는 좌표평면, 점화식, 이항계수, 시그마까지 나오게 된다.


이렇게 '확률의 모험'에서는 기본 개념부터 명확히 살펴보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 한계, 다양한 경우의 수 같은 것을 수학토크를 나누며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러다 보니, '확률의 모험'이 쉬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문제와 답, 이런 문제 풀이 기계 보다는 입체적인 사고력을 가진 수학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뜻이다. 역시 수학 교사들이 추천할만 하다.


난 중간 중간 살짝씩 놀라며 '확률의 모험'을 봤다. 이렇게 생각하고 푸는 방법도 있구나 했다. 내가 너무 주어진 것만 받아 먹는 수학 공부를 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은 분명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책이겠지만, 일반인에게도 확률의 개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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