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쓰 비 위드 유 - 손안의 수학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학까지 수학하는 10대
염지현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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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학 만큼 호불호가 명확한 과목은 없었던 거 같다. 물론 대다수가 수학을 싫어한다. 수학이 좋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날이 갈수록 수학 없이는 안 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예전처럼 콩나물 값 계산을 직접 할 일은 줄어가지만, 모든 것이 전산화 되면서,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수학 원리들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는 수학 쓰임새를 설명하기 위해, 2차 방정식 포물선을 설명하면서, 대포 사거리나, 회중전등 전구 위치 그런 것을 예를 들었는데, 지금은 2023년을 강타한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며, AI 기술에 거의 필수로 사용되는 통계와 확률, 선형대수학, 미적분 등 다양한 수학을 말하게 되었다. 수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학이 중요해졌고, 수학을 잘하면, 대우 받는 시대임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공식을 외우고, 연습장에 계산해가며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수학이 중요해진 세상인 만큼, 현재 세상에서 수학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 상식 정도로 가볍게 알아두는 것은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아사이언스에서 수학 전문 기자로 활동한 크리에이터 염지현 저자의 '매쓰 비 위드 유'는 이런 목적에서 딱 어울리는 책이다. 책 제목의 의미는 책 표지 뒤를 보고 알 수 있었다. 'May the math be with you!' '수학의 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길' 스타워즈가 연상되는 숨겨진 위트가 있는 제목이었다. 요즘 부족한 수학적 능력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보니, 진짜 강력한 수학 포스가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매쓰 비 위드 유'은 수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지만, 곱하기 나누기 같은 간단한 계산이나 확률, 방정식, 사인, 코사인 얘기 정도만 나온다. 가장 어려워 보이는 공식이 하나 있긴 한데, 머피의 법칙을 얘기하는 도중에 나오는 회전 운동 방정식이 전부다. 그냥 이런 게 있다 정도로 구경만 해도 되는 존재다. 그만큼 '매쓰 비 위드 유'가 수학을 다뤘다고 지레 겁 먹을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매쓰 비 위드 유'은 180여 쪽의 두껍지 않고 크기가 크지 않은 책으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드라마, 유튜브, 영화 같은 곳에 쓰이는 수학을 소개하고 있고, 2부는 컴퓨터, 라면, 재수, 카메라 같이 일상 속 수학을 얘기한다. 3부에서는 주사위, 롤러코스터, 종이접기, 레고 같이 놀이에 관련 된 수학을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전염병, 가상 공간, 얼굴인식, 자율 주행, 기후 위기와 같이 미래에 관련된 수학 이야기를 전한다.



첫 등장하는 수학 이야기는 우영우에 등장하는 앞으로나 뒤로나 똑같이 읽히는 토마토, 기러기, 스위스 처럼 수학 속 수자도 회문수, 데칼코마니 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회문수와 같은 의미는 아니나 나도 어릴 적 내 생년월일이 180도 뒤집으면 똑같아서, 이런 수를 찾아보며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난 반복적인 패턴 그런 거 위주로 찾았지만, 책에 나오는 데칼코마니수는 11 배수며 알고리즘도 찾아보며, 좀 더 차원이 높은 얘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SNS에서 추천하는 필터링 알고리즘의 원리는 조건부 확률과 함께 설명한다. 머피의 법칙 얘기는 스스로 '난 재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 보면 재미있어 할 거 같다. 우산 가져오면 비 안 오고, 안 가져오면 비 오는 일은 확률 자체가 높기에 운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알려준다. 그 보다는 나쁜 일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선택적 기억의 영향이 크다.



여기서 스마트 폰을 떨어뜨렸을 때, 왜 하필 화면 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지도 수학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잼 바른 식빵 얘기와 동일한 것이었다. 사람 허리 높이, 1m 정도의 높이에서는 평균 한 바퀴 이상 돌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걸로 영국의 수학자 로버트 매슈스는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기괴한 연구 발상은 끝이 없는 거 같다.


얼추 '매쓰 비 위드 유'를 읽고, 바로 떠오르는 것만 적어도 이렇게 재미있다. 아마 수학을 어릴 적부터 이런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배웠다면, 수포자로 넘쳐나는 지금과 달리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했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 별명이 해골인 수학 선생님이 계셨다. 수학 시간만 되면, 다 수면 시간이 되었다. 교과서에 있는 것을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칠판에 그대로 적기만 하니, 학생들이 지루해하고,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직도 그런 수학 선생님이 많은 것으로 안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과 과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쓰 비 위드 유'는 세상을 수학이란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학을 재미있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말 대로 시험 걱정은 끄고, 일상 속 수학을 켜보며,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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