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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살겠다 - 난치성 눈 질환, 이젠 한방으로 치료해요
하미경 지음 / 마루그래픽스 / 2023년 9월
평점 :
이제는 안경 없으면, 책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이 들어 노안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노안 외에도 알레르기성 결막염, 안구건조증도 생겼고, 먼지 같은 게 둥둥 떠 다니는 비문 증상도 갈수록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안과 가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망막에 흠집 같은 것도 발견되었다. 당장은 괜찮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내 눈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는 나이 들어서 그렇다.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치료도 그때 뿐인 경우가 많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많이 발전했다고 해도, 아직 못 고치는 병 투성이다. 안과 질환도 난치병이 참 많다. 내 문제는 그나마 경증이다. 나에겐 흔히 RP라고 불리는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진 가족이 있다. 야맹증, 눈부심으로 시작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결국 실명하는 병이다. 이 병은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특정 유전자 문제 경우 약이 있다지만, 수 억을 한다. 그나마 나머지 경우는 약도 치료법도 없다. 좋아질 가능성이 없으니 그저 조금이라도 병 진행이 늦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나와 가족의 눈 건강을 위해 양방에 방법이 없다면, 한방에서 찾고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EYE 살겠다'를 보게 되었다. 전부터 한방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안구질환 관련 한방 책은 많지 않기 때문에 'EYE 살겠다'는 무척 반가운 책이었다. 특히 녹내장, 황반변성, 망막박리, 망막색소변성증, 당뇨망막변증, 비문증, 포도막염, 안구건조증, 시력고정수술 휴유증, 소아시력 저하 같이 안구질환 중에서도 난치병을 다룬 내용이 많다. 마침 나에게 필요했던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EYE 살겠다'에서는 한방에서 어떤 원리로 눈 치료를 하는지 가장 먼저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눈의 구조와 각각의 역할도 설명하고 있고, 시력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눈 건강에 밀접한 장부는 간과 신이다. 간혈을 충분히 돌게 하고, 간열을 내려줘야 한다. 간신을 보하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니 한방을 모르는 분은 뭔 소리 하나 할 것이다. 하지만, 책에 알기 쉬운 예와 함께 곳곳에 보충 설명도 되어 있어, 누구나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쉬운 설명은 'EYE 살겠다'에 나오는 각종 안구질환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어떤 증상이 있으며, 어떤 원인과 이유로 발병하는지, 어떠한 생활 습관이 질병을 악화 시키는지 잘 나와 있다. 책에서는 한방 뿐만 아니라, 양방에서 보는 견해나 치료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서, 비교하며 참고할 수 있어 좋다.
비문증 경우 많이들 겪고 있는 안구질환일 것이다. 노화가 큰 원인이다. 양의학에서는 레이저 치료나 수술로 치료를 많이 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몸이 허약하거나 신장의 원기 부족, 진음 손상을 이유로 얘기한다. 그래서 원기 부족에는 명목지황환, 주정환 등을 쓰고, 출혈 과다에는 궁귀보혈탕, 자음지황환을 지나친 감정으로 생긴 경우에는 영영강활탕, 습열이 원인이면, 저령산, 유인환과 같이 원인에 따른 각기 다른 한약을 쓴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한의학에서는 눈에 날아다니는 현상 치료 보다는 그것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중심으로 치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질환별로 환자의 증상과 치료 경과를 담은 사례도 나와 있어 좀 더 참고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 'EYE 살겠다' 후반 부에는 저자가 운영하는 하성한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치료법 소개도 나온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환자 입장에서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데 참고하라는 것이지, 아무나 그렇게 약재를 써서 치료하라는 것은 아니다. 치료는 의사와 같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눈건강 운동이나 운동보감, 특수 운동법, 눈에 좋은 약용 차 정도만 따라 하는 것이 맞다.
난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단어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종류도 다양하고, 현대의학으로는 극소수에만 쓸 수 있는 럭스터나나 FDA 긴급승인 신청한 EA-2353 정도가 해결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EA-2353은 망막 혈액 공급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과 관련 있는데, 책에 소개된 한방 치료 방법 역시 영양공급, 혈액순환과도 관련 있는 것이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책에도 나왔지만, 망막색소변성증은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진짜 중요하다. 만일 자식이나 친척 중에 야맹증 증세가 보이고, 사진 찍을 때 플래시나 햇빛 보는데 유달리 과민 반응을 보인다면, 눈여겨 보고, 꼭 한 번이라도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EYE 살겠다'의 저자 하미경 원장은 눈 질환 뿐만 아니라, 이명, 난청 치료로도 알려진 의사다. 보통 청각 세포나 시각 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복구할 수 없다고 알려진 만큼 이쪽 관련한 질병은 직접적으로 아프지 않더라도 치료가 쉽지 않다. 어떤 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조기 발견과 평소 관리가 참 중요하다. 'EYE 살겠다'가 그 두 가지와 함께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