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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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다. 선진국이 되었으면, 국민들이 그만큼 여유롭고 행복해야 하지만, 창피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 1위라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인구 절벽으로 위기를 맞았다고 방송에서 떠들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살 상황이다. 2022년 정부에서 발간한 #자살예방 백서를 보면, 2020년 자살자가 13,195명이라고 한다. 최고치였던 2011년에 비해 감소한 수치가 이 정도다. 같은 해 간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10,565명이므로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보통 #자살률 이 선진국은 낮고, 소득이 낮은 나라에 높은 편인데, 우린 후진국과 별반 차이 없다는 소리다.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사회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살에 대해 잘 모른다. 자살자의 #심리, 고통,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오해, 주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 예방 대책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유명 연예인이 죽었을 때나 잠시 관심을 가질 뿐이지, 다들 쉬쉬하고 금기시 한다. 나와 무관한 거 같지만, 살짝 주변을 돌아보면, 친척과 지인 중에 얼마든지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살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나 역시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정신적 고통을 오래 겪고 있는 만큼, 나쁜 선택을 하기 전에 맞서 싸울 힘을 얻고자 자살 연구에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의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를 보게 되었다.


힘을 얻기 위해 봤다고 했지만, 막상 책을 앞에 두고는 많이 망설였다. 오히려 이게 도화선이 되어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 내서 읽어 봤는데, 다행히도 중간중간 복잡한 생각과 여러 감정에 빠지긴 했지만, 주된 책 내용이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관련된 것이라 평점심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끈을놓기전에 구성은 총 4부로 1, 2부는 자살 발생 원인, 속설과 오해, 자살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요인을 담고 있고, 3, 4부에는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와 학설, #자살위험 있는 사람을 돕는 방법, 자살로 인해 고통 받는 주변인을 돕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성과 내용면에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매우 잘 정리된 책이라 느낀다.


그렇다고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가 전공서적처럼 딱딱하고 지루한 책은 아니다. 책 속에는 여러 자살자, 자살 시도자, 자해자, 자살자의 부모, 지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며, 저자의 자살한 친구에 대한 기억들이 내용 전개에 중요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책에 나오는 다양한 연구 이론과 함께 깊이 있게 다시 생각해 보는 사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이 전혀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살자들은 정신적 고통으로 모든 게 부질 없다 느끼게 된다. 이 세상 고통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에 그걸 끊으려고 하는 거다. 청년 자살도 그렇고 노인 자살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공통적인 패턴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패턴이 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대책도 보편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소리일 수 있다.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에 나온 자살예방 방법들은 그런 패턴을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 계획 6단계는 경고 신호부터 포착하여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자살 수단 접근, 계획, 충동성 등을 초기부터 방지하고, 안전 계획 포켓 카드를 만들어 더욱 구체적으로 대비한다. 물론 변증법적 행동 요법, 인지치료 같은 전문가의 도움도 병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책에도 나와 있지만, 자살 시도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잘못된 오해다. 우울증이라고 다 자살하지 않는다. 괴로운데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생기는 거다. 정상인도 시달리면, 죽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자살자들 보면, 전날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주변에 자신이 짐만 된다, 미래가 절망적이다고 말하거나, 최근 상실, 스트레스 같은 사건을 겪고 고생하는 사람, 값나가는 물건을 나눠주거나 유언장을 작성하며 신변을 정리하는 사람, 이상하게 기분이 종아 보이는 경우, 평상시 성격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 등이 바로 관심이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한 고인 한 명당 그 사실을 알게 되는 135명의 지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도 크고 작게 영향을 입게 된다. 가족이나 친구라면, 마음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를 보고 나니, 자살은 개인적인 비극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비극을 낳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자살예방백서까지 내놓으며,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있는 거 같지만, 지금 상태로는 자살 1위 국가라는 불명예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그물망 같은 예방과 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늬만 선진국이 아닌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모는 구조적 문제들을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 같은 것도 더 많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자살은 절대 남의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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