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란 무엇인가 - 행운과 불운에 관한 오류와 진실
스티븐 D. 헤일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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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 보면, 만화 캐릭터 상품을 주는 제일복권을 뽑는 영상이 있는데, 자칭 똥손인 분은 진짜 연속 꼴찌 상품만 뽑는 것을 보게 된다. 확률이라고 해봤자 1/80 이고, 1, 2, 3등 상품도 여럿인데, 그걸 다 피한다. 저렇게 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얼마 전 해외토픽을 보니, 새치기 당하고 산 복권이 당첨된 사람도 있다.


사실 나도 그리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아예 뽑기나 복권 같은 것은 할 염두를 못 낸다. 특히 요즘은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이제 그나마 남은 운도 바닥이 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보통, 삶이 어려워 질수록 머리 속도 복잡해지고, 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종교를 찾기도 하고 점 같은 보기도 한다. 동시에 자신의 #운명, #재수, #운 같은 깊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주나 신, 역학, 그런 책을 종종 보곤 한다.


이런 나에게 있어 '운이란 무엇인가'는 책 제목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기 딱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난 평소에도 운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운이란 진짜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운이란무엇인가 이 책은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운에 관련된 역사, 신화, 문화, 종교, 철학, 심리는 기본이고, 수학, 물리, 천문 같은 과학, 영화, 정치, 각종 에피소드까지 아주 다양한 장르의 지식이 총집합된 책이었다. 잡학사전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어려우면서도 강한 지적 쾌감을 가져다 주는 묘한 책이다.



일단 '운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운의 역사부터 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D. 헤일스는 미국 블룸스버그대 철학과 교수다. 그러다 보니, 서양 문화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 플라톤, 스토아 학파, 신학과 같은 이야기가 주가 되어 풀어 나간다.


운과 불운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의 존재, 신의 전지전능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운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완벽한 신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운이 신이 정한 것이라면, 반대로 운은 우리가 아는 진정한 운이 아니라는 것이 된다. 이 세상이 숙명론에 따라 움직인다면, 운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는 존재인 것이다.


운 이야기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은 확률과 매우 밀접한 관계다. 스포츠 게임도 확률이 많이 언급된다. 수학은 원칙적으론 운을 단칼에 내치기에 그림자 조차도 존재할 수 없으나 삶에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책에서는 운동선수의 실력과 운의 연관성을 수학적으로 풀어서 다루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일일이 수학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설명한다.


이렇게 운에 관련된 세 가지 이론 중에 하나인 #확률 이론을 먼저 알아보고, 유의미하고 견고한 것을 필연적인 진리로 보는 #양상이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운으로 보는 #통제이론 도 살펴본다. 이 세 가지는 수학적이면서, 논리적 측면으로 운을 알아보는 것으로 이 이론들이 운을 해석하는데 부합하는 지, 추가적으로 도덕적 측면을 결합하여 검증을 해본다. 이를 통해, 운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흔히 언급되는 존재지만, 이것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운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추가적인 방법으로 에펠탑을 판 역대의 사기꾼 루스티크, 풀레밍, 빌 클린턴 등, 운과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운의 본질적 특성을 살펴 보고, 최종적으로 #빅뱅 이론의 증거가 된 우주 배경 복사 발견 과정 이야기와 데스벨리 국립공원의 움직이는 돌 미스터리, 평생 일곱 번이나 벼락을 맞은 산림감시원 이야기 등을 통해 운이 가진 심리적인 비합리적 편향 특징도 알아 본다.


여기서 비합리적 편향 특징은 평소 낙관적인 사람은 운을 행운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비관적인 사람은 운을 불행으로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책에 야마구치 쓰토무라는 사람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그는 히로시마로 출장 가서 원폭을 맞았으나 살아 남아, 나가사키로 돌아가서 출근했다가 또 원폭을 맞았는데, 역시 살아서 9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과연 야마구치 씨는 행운아인가? 불운아인가? 이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운의 실체도 이와 같다. 같은 크기인데도 배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는 테이블처럼 운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쩌면 운이란 존재 자체가 사람들의 감성적 착각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책 전반에 걸쳐 운이 있다는 가정하에 운의 존재를 증명하려 노력했는데,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그 가정이 틀렸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과학 과학계에서 에테르라는 물질이 존재한다고 믿어 많은 모순을 발생 시켰던 거와 같다.


따라서 운이란 존재가 비록 인류가 오랜 시간 같이해서 언어, 문화, 생활습관 등에 스며들었지만, 운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운이 없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다만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나 기회, 주변 환경 등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 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운이란 무엇인가' 저자의 주장처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었다. 물론 인생의 불확정성에 대한 부분은 아직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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