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모 기업 재벌이 죽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음을 돈으로 피할 수는 없었다. 불로불사를 꿈꾼 진시황도 결국 죽었다. 이렇듯 아무리 재산, 권력, 지식이 많다고 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순 없다. 


또한 우리는 살면서 많은 죽음을 만나게 된다. 부모, 형제, 자식, 친구, 지인, 반려동물 등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죽음을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함께 일했던 동갑 동료가 암으로 죽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젠 삶보다 죽음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죽음에 대해 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죽음뿐만 아니라, 현실의 고통으로 인한 자살에 대한 고민도 있다. 죽음과 함께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삶에는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항상 따라다닌다. 삶을 생각하면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음을 생각하게 되면, 삶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살아 있기에 죽음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는 인간이 가진 죽음이라는 숙명을 다양하고 진지하게 알아보고 있는 책으로 철학, 과학, 종교, 각종 사상 등에서 정의한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각각이 주장하는 차이와 유사성, 견해 등을 '죽음은 삶과 짝이다', '죽음은 신체가 퇴화하는 현상이다', '죽음은 자연의 필연적 법칙이다'와 같이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로 나눠 말하고 있다.


솔직히 죽음이란 어쩌면 단순한 실체적 사실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그만큼 죽음은 사람들의 큰 고민거리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를 쓴 이효범 저자는 철학을 전공하고 삶을 연구하고 있는 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철학적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가장 사실적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의학적, 생물학적 입장에서의 죽음도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텔로미어의 단축, 노화 유전자, 세포의 산화, 노폐물의 축적 등 현재 밝혀진 죽음의 과학적 원인에 대해서도 이 부분만 보면, 과학 책인가 할 정도로 잘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죽음을 바라보는 데, 과학적 시점이 왜 필요한가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과학의 발달은 점점 불로불사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미 현대 인류의 수명의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전자 기술의 발달은 책에서 언급한 사이보그와 같은 새로운 인간의 개념, 포스트휴먼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고, 뇌의 모든 기억을 옮기는 개념 또한 죽음의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에 주가 되는 이야기는 전통적인 시각의 죽음과 철학적 시각의 죽음에 대한 견해다. 인도 신화, 그리스 신화를 통해 인간이 짊어진 죽음을 가볍게 생각도 해보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의연한 모습, 타이타닉 침몰 속 정의로운 죽음, 프로이트와 니체가 보는 본능적인 죽음 등 다양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본다. 철학자가 말하는 죽음은 내게는 좀 어려웠다. 솔직히 왜 죽음을 그렇게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뭐랄까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사람만이 죽음을 맞이하는 거처럼 말이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노자, 장자, 공자의 생각이 더 편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죽음 자체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죽음과 항상 따라다니는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15장 죽음은 없다에서 불교나 기독교, 스피노자, 퀴블러 로스 이야기를 통해 살짝 다루는 정도다. 솔직히 난 이게 좋았다. 신과 사후세계 이야기는 인간이 만들었다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며, 종교마다 가지 각각인 사후 이야기가 들어가면, 죽음이란 핵심 주제가 삼천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를 통해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무겁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보고 머릿속이 다양한 사고로 인해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한참을 한 페이지만 보고 있게 만들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난 죽음은 그냥 춘하추동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성냥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다. 결국에는 재가 되는 것이다. 예쁘게 표현하면, 죽어서 먼지가 되고 그것이 별이 되는 거다. 영혼이니 사후 과정은 불필요한 것들이다. 그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