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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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불어 주는 선풍기에 왜 먼지가 자꾸 쌓이지? 먼지도 바람에 날아가야 하는 거 아냐?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때 점프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상한 음식도 끓여 먹으면 문제없는 거 아냐? 행동이 너무 느린 나무늘보는 어떻게 살아남았지? 우산을 써도 왜 바지와 신발은 잔뜩 젖지? 우산이 작아서? 


누구나 이런 궁금증 한 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이것들은 시험 문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 해서 생활이 불편해지는 것도 아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참 사소한 것들이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소하지만 알쏭달쏭 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 안에는 주로 물리, 생물, 의학, 화학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알기 쉬운 그림과 난이도를 낮춘 설명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선풍기 먼지에 대한 의문을 글 맨 앞에 적은 건, 매년 한두 번씩 선풍기 날개를 청소하면서 내가 항상 가져왔던 궁금증이었다. 날개가 매끄럽고 반질반질한데, 왜 먼지가 서서히 쌓이는지 이해가 안 됐다. 난 대충, 선풍기가 안 돌 때, 먼지가 쌓이고, 먼지가 끈적거려서 날개에 부착되어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 추측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아니었다. 여기에는 경계층 이론이 적용되는데, 날개 표면을 흐르는 공기가 날개 표면 마찰로 점성이 생기고, 이 부분, 즉 경계층에 먼지가 붙게 된다는 것이다. 경계층을 벗어난 위치는 먼지가 붙지 않는다. 점성이라는 추측은 얼추 맞췄지만, 근본 원리가 완전히 달랐다. 


경계층 이론은 안경알에도 적용된다. 렌즈에 묻은 먼지나 눈썹이 바람을 세계 불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동일한 현상이라고 한다.


사실 이 원리는 전에 인터넷에서 봤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본 것도 이 책의 저자 사물궁이 잡학지식 님의 것이었다.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유튜브에 올린 것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빠르게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도 좋지만, 이렇게 책이란 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차근차근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지적 욕구를 채우는데 아주 좋았다.




나무늘보에 대한 궁금증도 책을 통해 잘 해결했다. 나무늘보, 코알라 같은 느린 동물들이 험난한 자연에서 어떻게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궁금했었다. 코알라는 환경이 그렇다 쳐도, 나무늘보는 속도가 시속 0.9 킬로미터로 달팽이 사촌이라 할 정도로 느려도 너무 느려 독수리에 사냥감도 되는 동물이라 좀 이해가 안 됐다. 이건 그냥 길 가다 주워도 되는 꿀템 사냥감인데 말이다. 나무늘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털이 원인이었다. 나무와 거의 같은 색에 심지어 털에 이끼 같은 녹색 조류까지 자랄 수 있어, 위장 효과의 덕을 본 것이다. 게다가 근육이 별로 없어 살도 맛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 최강 포획자인 인간의 손도 벗어났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배설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고, 짝짓기도 귀찮아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광고에서 지하철 놓치는 나무늘보는 아주아주 당연한 모습이었다.


원숭이에 인간 유전자 하나를 넣는 실험도 인상 깊었다. 태아 뇌세포를 관찰했는데, 인간처럼 뇌 주름이 많아지고 뇌세포도 인간만큼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당황하여 중절시켜 연구를 중단했다고 한다. 뭔가 떠오르지 않는가? 혹성탈출! 그렇다 어쩌면 어디선가 부도덕한 과학자에 의해 혹성탈출의 시저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만이 영혼을 가졌다고 한다. 그럼 두뇌가 발달한 원숭이는 영혼이 있을까? 난 이런 모순 때문에 영혼을 안 믿는다. 인간이 스스로 잘난 척하기 위해, 다른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주제였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에서는 주로 과학적 궁금증을 다루지만, 전쟁 나면, 교도소 수감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대리운전기사는 어떻게 되돌아가나? 시청률 측정 방법과 같은 생활의 궁금증도 몇 개 얘기하고 있다. 


과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복잡한 수식과 공식들이 떠올라, 모기에 물린 거처럼 싫어하는 분도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이야기 주제들이 심각한 것들이 아니라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재미있어,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내용들이 짧게 되어 있어, 머리 식힐 겸, 한 주제씩 읽기도 좋다. 아이와 함께 보면,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동료나 친구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 유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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