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 - 인재 경영 과학자의 시대가 온다
김성준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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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인공지능이 사람을 뽑는데도 관여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감히 기계 주제에 사람을 뽑아 하는 욱하는 감정과 함께 영화 터미네이터의 우울한 세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사람이 해도 지원자가 많은 경우, 회사 자체 기준에 따라 바로 탈락이라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이력서도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 서류 분류 작업을 자동화했다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이력서 베끼기를 철저히 찾아내고, 기준 적용 오류, 심사자의 사감정 개입을 줄여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은 이렇게 데이터과학,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최근의 인사업무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는 책으로 채용부터, 승진, 업무 평가, 인재 분석, 이직까지 인사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저자의 경험과 통계 지식, 국내외 사례 등을 담아 분석하고 있다.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는 크게 1부,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인재경영의 발전과정과 인사 관련 데이터 분석 기술과 적용의 어려움, 왜 데이터과학이 도입되게 되었는지 등을 말하고 있고, 2부에서는 데이터과학이 적용된 각종 인사관리 사례를 구체적인 통계 분석과 함께 알아보고 있다.


이 책은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작한다. 이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 몰락이 모두 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으로 인재를 어떻게 뽑고 쓰느냐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을 뽑는 기준부터 참 애매하다. 무조건 성적순으로 뽑을 수도 없고, 인성이 좋다고 뽑을 수도 없다. 뽑은 사람들이 회사에 진짜 도움이 되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이런 애매함이 결국 인재경영에 과학화 도입을 가져왔고, 인공지능 적용까지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책 초반 공채제도 발전사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로 과거에 삼성이 직원 채용에 관상가를 동원했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걸 가지고 많은 이들이 미신을 신봉하는 삼성을 비웃어 왔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 뽑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 사람 속도 모르는데, 입사 지원자가 미래에 회사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어떻게 알겠나 생각한다면, 관상과 사주까지 동원한 면접은 오히려 다른 회사보다 통계적 과학적 접근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 된다.


인사관리 경험이 전혀 없는 나는, 저자의 살아있는 각종 경험 이야기를 보고서야, 사람관리, 특히 과학적인 인재관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공채로 뽑은 직원을 잘 뽑았는지, 잘못 뽑았는지, 수치로 만드는 게 왜 어려운지, 한 사람의 성과를 어떻게 점수 매기는 것이 좋은지, 임원은 어떻게 평가할지, 처음엔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했다. 왜 인사관리에 심리학자, 통계학자, 데이터학자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수학처럼 1+1=2 라는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었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는 초반에 말했던 기계가 감히 사람을 측정해라는 불쾌감을 잊게 만들었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 원시적으로 사람을 관리해 온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가 이 책을 본 목적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해서 면접을 보는 것인지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 시스템 환경같이 속 알맹이만 알고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인사관리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람의 심리가 더 큰 부분이었다. 게다가 미래에 돌발할 수 있는 갖가지 변수들은 계량할 수 없는 요소여서, 결국 일반적인 통계적 추측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구글이 승진 예측 모형을 거부한 이유도 이러한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어떻게 어떻게 해서 과학적인 인재경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해도, 이게 모든 회사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인공지능 딥러닝도 결국 데이터 학습을 하는데, 이게 조직의 편견과 주관도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 요소도 결국에는 사람이 건드리는 부분이라서, 사람이 효율을 위해 IT 도구를 이용하는 정도인 것이지, 애니나 영화에 나오는 거처럼 컴퓨터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과학화의 필요성에 의구심이 드는 반대 사례도 떠올랐다. 이름 쓴 종이를 선풍기로 날려 인사관리하고, 직원이 신입사원을 뽑는 일본의 미라이 공업 말이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인재경영을 해도, 창업 이후 연속 흑자에 이익률 경쟁업체 5배라고 하니 말이다. 


결국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어도, 인재경영 과학화의 길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 앞에 다가올 미래이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 에필로그에 적었듯이 기술의 논리에 모든 생각이 함몰되지 않고 '인간 존재 가치' '인간의 영역'을 주체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를 보면서, 인사 파트가 이렇게 많은 통계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에 놀랐다. 데이터과학이 인재관리에 이렇게 쓰인다는 것을 제대로 맛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점도 좋았다. 내가 오너라면,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하는 상상도 해보고, 삼국지의 유비와 조조를 비교하며 어떤 인재관리 스타일이 좋은 건가도 생각해 봤다.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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