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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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술관을 가며, 현대 예술 작품들을 접하곤 하는데, 과거의 것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전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무척 새롭고 신기했지만, 지금은 고전 미술을 보는 듯할 정도다. 프린터처럼 물을 나오게 해서 글씨를 쓰는 작품도 있고, 서로 교감하며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하는 예술품도 있다. 게임기에 사용하는 키넥트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통해 비디오 영상을 재구성하는 것도 있다. 사람의 이미지를 읽어서 바닥 여러 기둥들이 얼굴을 입체감 있게 그려 주기도 한다. 


이처럼 요즘 작품들은 공기압 또는 모터를 이용한 기계 장치를 쓰기도 하고, 전자 기기 및 로봇까지도 흔히 등장한다. 호기심에 작품 뒤나 속을 살펴보면,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하거나, PC나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들도 많다. 이젠 더 이상 붓과 물감만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즉 예술에도 4차산업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난 예를 미술 쪽에만 들었지만, 음악, 연극, 문학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4차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되고 있는 현 상황을 예술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정리하고 이해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김선영 교수의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은 딱 적당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8년에 쓴 '예술로 읽는 4차산업혁명'의 속편으로 이때 미처 다하지 못한 주제의 이야기와 전작의 아쉬움을 보완해서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공지능부터, 드론, 증강현실, 가상현실, 홀로그램, 빅데이터, 5G 통신 기술, 스마트 도시와 같이 무척이나 다양한 분야의 최신 IT 기술들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핫한 최신 예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을 보고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IT 쪽에 있는 나도 너무 몰랐던 것이 많았다. 드론의 군집 비행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만들었다. 사진에서도 드론 촬영 사진 공모를 할 정도로 주제를 다양화 시키고 있다. 책에서는 드론이 불꽃놀이, 공중곡예와 같은 공중예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현실이나 4D적 요소를 담는 새로운 형태의 무대 형태나 버닝아트도 신선한 예술의 변화지만, 특히 바이오아트는 전혀 몰랐던 예술분야이기도 했고, DNA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흰색 토끼에 발광 해파리 유전자를 주입해 유전자 변형을 해서 형광토끼 알바라는 예술작품을 만든 것이다. 발광 해파리 유전자 지닌 토끼 얘기는 들었지만, 그게 예술작품이었다는 것은 몰랐었다. 팔에 귀를 이식한 작품, 세포 배양하는 작품 등 엽기적이지만, 분명 현대적 기술과 예술가의 의도를 잘 담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에 나오는 문화도시와 스마트 도시에 관한 것들은 건축 공학도 이력을 가진 저자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건축도 분명 예술에 하나이며, 인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현실과 밀접한 예술이다. 여기에도 빅데이터나 IoT, 블록체인과 같은 4차 산업 기술이 접목된다. 과거에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은 예술 비평적 요소가 있어서 그런지 살짝 말이 어려운 면도 있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이 잘 되어 있어 큰 불편은 없었다. 다만 참고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크다. 사진이 들어 있었다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첫 파트의 주제인 인공지능은 내 마음을 좀 암울하게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미 바둑에서 완패한 예를 봐도, 시간의 문제일 뿐, 앞으로 인간이 이기기는 어렵다 생각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미 작곡하는 인공지능이 하루에도 수 백곡을 지을 수 있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속도의 악기 연주에, 문학작품까지 쓰고 있다. 인공지능이 쓴 시에 더 공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예술이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인간이 인공지능을 시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천재 모차르트를 시샘한 살리에르 마냥 말이다. 


반면 이 책은 매 챕터마다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서 좋았다. 오랜만에 두뇌가 회전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아티스트가 되어 재미난 작품을 만들어 보는 상상도 해봤고, 미래에 등장하게 될지 모를 예술도 머릿속에 그려도 봤다. 책 제목은 딱딱해 보여도,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을 통해 기술융합예술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정리해볼 수 있었다. 아트와 기술은 서로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 느끼게 하며. 과거의 예술이 그 시대의 산업 기술을 그대로 반영한 거와같이, 지금의 예술은 지금의 기술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아티스트도 첨단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물론 작가가 직접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 기술자와 콜라보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을 예술적으로 승화 시킬 수 있는 깊은 안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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