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
김수진 지음, 김철기 외 감수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 시스템은 과거 속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정부에서 안 쓰기로 한, ACTIVE X나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아직도 잔뜩 깔게 하고 있고, 복잡해진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고객에게 각종 사고를 치고 있다. 암호화폐를 통한 좋은 기회도 외면하다 뒤늦게 허둥지둥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변한 게, 신시스템이니 차세대니 하며, 금융 프로그램 개선한 거, 지점 폐쇄와 함께 ATM기만 잔뜩 늘여 놓은 거 정도이고, 최근 들어, 앱을 통해 은행 통합 거래를 개선한 것과 인터넷전문은행 몇 개 생긴 정도다. 과연 이러고도 한국 금융 시스템이 해외의 발달한 산업에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계의 간섭도 너무 심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생각으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발전된 핀테크라 할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이렇게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오래 전이지만, 잠시나마 은행 쪽 일을 해봤기 때문이다. 그때도 세상이 쌩쌩 날아가는 속도로 변하고 있었는데, 우리 금융권은 거북이보다 느린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러면서 내놓는 변명은 그저 안정화된 시스템 유지였다. 그렇다면 안정화는 잘하고 있었나? 절대 아니다. 걸핏하면, 해킹 당하고, 시스템 다운에 각종 문제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그들의 변명은 전혀 당위성이 없는 것이다. 그냥 일하기 싫은 거고, 변화가 싫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변화가 싫다고 아무리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게 되어 있다. 새벽에 허둥지둥 당황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외국의 상황,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이 무엇이며, 새로운 방향이 무엇인지 담고 있는 책이 바로 '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이다. 현재 핀테크 시대를 열고 있는 새로운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이 어떻게 금융 서비스와 결합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책 초반에서는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같이 얘기하며, 실제 적용에 어떤 요소들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살펴본다. 그러다 보니, 책 주제는 디지털금융이지만, 금융 기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 포드, GE 등 다양한 일반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함께 얘기하고 있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일반 기업과 금융사 간에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어떤 서비스가 창출되는지도 엿볼 수 있다.


'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을 보면, 세계 금융 시장은 확실히 대변혁을 맞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 나오는 애자일이 기업 부서에 도입이 되고, 경제, 경영, 회계의 전형적인 인문 기업인 금융기업들이 STEM과 같은 이공 IT 인재를 잔뜩 채용하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금융기업이 금융을 파괴하고, 스타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 접점을 디지털화하면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BBVA는 자신들이 더 이상 금융기관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하겠나. 이젠 기존의 은행 이미지를 떠올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의 변화를 보다가 국내현황을 보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솔직히 추진현황에 단어나 문구 몇 개만 바뀌면, 2000년 초반과 그대로라 생각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적 구성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자체 기술력 배양과 정규직 인원 확보 없이, 계약직 하청만 늘려서 생명줄만 연장하는 상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다면, 이 책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라는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파트1에서는 새로운 금융에 필요한 각종 개념,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법, 데이터 규제법의 방향을 알아보고 있으며, 오픈 뱅킹, P2P 금융법, 스몰 뱅킹, 인슈어 테크, 레그테크, 섭테크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파트2는 디지털금융의 활용을 다룬다. 첫 주제가 클라우드인데, 이는 금융업에서는 속도와 안정성, 분산화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은 현재 주로 챗봇 또는 보안에 이용되고 있으나 앞으로 고객관리 외에 업무에 더욱 많이 도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빅데이터는 주로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 등에 도입하고 있으며, 암호화폐로 알려지게 된 블록체인 기술은 송금, 결제, 대출 등에 탈중앙화를 가져오고 있다.


코딩 교육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한 파트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라, 이 파트는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국내외 금융사에서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나왔으면, 개발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활용면에서 구독경제, 공유경제, 착한소비에 따른 레볼루트나 N26과 같은 금융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정보였고, 스마트 점포들의 현황, 오프라인 점포의 변화, 새로운 자동화된 일본 점포의 시도, 고령화에 특화된 서비스 등 각종 금융 시장의 시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는 각종 그래프와 통계 자료, 개념 설명도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고, 각 장마다 내용을 요약하고 있어서, 이들 자료를 이용해서, PPT나 사업계획서 등을 만들 때 무척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뒤에 참고문헌이 잘 나와 있으므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보기 위해 활용하기 좋다.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필요한 설명도 잘 나와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비록 내가 앞에서 한국 금융에 비판적으로 얘기는 했지만, 어쨌든 '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 디지털금융 상황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날거나 달리지는 못하고 있어도,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개념을 확실히 다지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금융 환경, 공유경제, 고령화, 비대면 시장의 증가와 같은 트랜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 수 있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쓰기 아주 유용했다.  그만큼 현재 금융관련 종사자나 핀테크 사업을 펼치려는 분, 새로운 스타트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디지털금융 개념을 세우는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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