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과학책 - 거대 괴물 · 좀비 · 뱀파이어 · 유령 · 외계인에 관한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존재 증명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 보누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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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단어를 말하면, 다들 복잡한 공식과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의 모습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뭔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미지가 담긴 단어인 것이다. 

그러나 어려워 보이는 과학도 설명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기묘한 과학책'이다.


일단 이 책은 다루는 주제부터 참 남다르다. 첫 장부터 불로불사를 이야기하고, 생명 창조, 인체의 한계, 죽음, 사이보그, 괴물, 좀비, 뱀파이어, 귀신, 생물학 무기, 인공지능, 시간여행, 폭탄, 광선검 등 재미난 것들을 다룬다. 물론 얼추 목차만 보면, 너무 실제와 동떨어진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조금만 읽어보면,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여러 기묘한 주제들은 과학을 질병처럼 질색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고, 동시에 재미도 함께 주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현재의 과학 수준과 과학 원리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 주제 시작부에는 우리가 봐왔던 애니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내용이 시작된다. 이는 예전에 본 만화를 통해 당시의 추억을 소환하여, 그 주제에 친밀감도 높이고, 내용을 떠올리며 다시 과학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예를 들어 SF 만화나 영화의 단골손님이자, 현대 물리 하면 항상 등장하는 주제인 시간여행 편을 보면, 도라에몽 얘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 여행에 관련된 다른 작품 목록도 간단히 보여준다. 물론 내용에는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복잡한 공식이나 아인슈타인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간단히 기네스 기록을 통해 우주정거장에서와 지표면에서의 시간 차이가 0.02초 차이가 난다는 정도를 알려주면서 그러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 과학 기술로 이론상 가능한 타임머신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과학에 관심 있는 분은 잘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미래로 가는 시간 여행은 이론상으로도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기묘한 과학책'에서는 과거로 떠나는 가능성과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작가적 상상을 하는데, 난 이게 의외로 재미있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미치광이 과학자가 과거 시대로 가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얘기한 부분은 어떠한 SF 영화보다도 더 강렬한 상상력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사실 이런 상상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지금 지식을 가지고 삼국시대나 더 먼 원시시대로 가면 내가 왕이 되어 세계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거 말이다. 물론 나이가 하나 둘 들면서, 언어 소통이며, 주변 기술로 인해 과거로 가도 쉽지 않았겠다 생각했는데, 여기에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과 과거의 환경이 달라, 과거로 가면 세계 정복은 커녕, 바로 병들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 책이 2017년에 나온 것이라 그 사이에 이뤄진 인공지능의 폭발적 성장을 다 담지 못했던 거 같다. 일자리 문제나, 인공지능의 인류 지배에 대한 위험성을 다소 낮게 보고 있는데, 내가 봐온 많은 학자들은 이제 그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의 발달에 인간의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책 전반적으로 곳곳에 주석이 잘 달려 있어, 내용 이해를 잘 도와주고 있고, 부록으로 있는 '악마의 과학 용어 사전'도 심심할 때 읽어 보면, 저자의 독설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기묘한 과학책'은 지루할 수 있는 과학에 과학 정보, 만화, 영화, 역사적 사실, 작가만의 상상력이 덧붙여, 어느 순간 재미있는 존재로 탈바꿈하게 만드는 책인 것이다.

시간 여행만 얘기했지만, 책 주제 대부분이 재미있었으며, 그중 개인적으로는 광선검이나 레일건, 각종 폭약에 대한 얘기나 귀신을 만들어 보는 얘기도 인상 깊게 재미있었다.


비록 '기묘한 과학책'이 깊이 있는 과학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주제를 통해 남녀노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단순한 호기심 유발에 그치지 않고, 그 문제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예를 보여준 교육적으로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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