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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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진짜 재미있게 본 미술 책이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미술 100'이었다. 

서양 미술을 책 한권으로 다 꿰뚫어 주는 책이었다. 예술 사조의 흐름에 따라 시대적 문화적 배경도 잘 설명되어 있어,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양 조각 이야기인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가 나왔다는 소식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그리스 고졸기 시대의 쿠로스 상으로 시작해서, 고전기, 헬레니즘 시대, 로마 시대, 고딕 시대,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조각, 근대 조각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보면서 느낀 건, 내가 서양 조각에는 완전히 까막눈이었다는 것이다. 미술 쪽은 그래도 많이 주워듣고 본 것이 있었지만, 서양 조각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소한 것들 천지였다. 기껏 아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나 다비드 상, 정도가 그나마 책 속에 익숙한 작품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은 미켈란젤로에 극히 일부분만 아는 것이었다. 다양한 노예상도 만들었고, 자신의 묘를 장식할 조각도 했다. 게다가 만들다만 조각들도 여럿이 있었다. 미완성 작품은 그가 어떻게 조각 작업을 했는지 엿볼 수가 있었는데, 마치 돌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모습 같기도 하고, 사람이 마법으로 인해 돌에 갇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만큼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조각 사진만을 단순히 담은 것이 아니라, 손실된 부분을 재현하거나, 사라진 색채를 복원한 사진들도 담고 있다. 그리고 조각은 3D 입체 조형물인 만큼, 한쪽 면만 본다면, 그건 확실히 그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찍은 사진이 있어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나 벨베데레의 아폴론의 뒷모습이 그 예이다.


책 속에 나온 작품들 하나하나 참 대단했다. 고졸기에 조각들은 어색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리스 시대의 작품들을 보면, 과연 이게 기원전 4백 년, 5백 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정교했다. 한참 뒤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과도 그 차이를 모를 정도였다. 돌을 가지고, 유리 빛 살결도 표현하고, 힘줄과 혈관까지도 정교히 조각한 것을 보면, 당시 조각가들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까지 한다. 

지금 이렇게 조각하라면, 과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여러 조각 중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상이다. 섬세하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이 현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정 표현이 너무나 생생해서 이 작품을 보고 또 보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흐르는 눈물까지 표현한 베르니니가 만든,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이다. 눈동자와 눈물, 움켜쥔 허벅지에 표현 모두가 너무 생생하다. 이걸 어떻게 대리석으로 만들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온다.


책을 보면서 같이 생각해본 것은 동양의 조각 문화였다. 확실히 동양에는 조각 문화가  적은 거 같다. 있어도 거의 대부분이 종교적 필요에 따른 불상이나, 석탑, 비석류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서양 조각과 같이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어 있지 않고, 섬세함도 많이 떨어진다. 두 문화가 걸어온 길이 전혀 달랐기에, 어디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만일 동양의 조각가가 인간 본연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궁금해진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멋진 서양 조각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저자들이 가이드가 되어, 쉬운 설명으로 조각의 미학적 특징, 작품의 집중 포인트 같은 것도 잘 알려주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본 책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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